세상을 보는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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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를 위한 우리의
‘펫티켓’
우리 사회를 보는 다양한 시선
지난해 10월, ‘개 물림 사고’로 나라가 떠들썩했다. 한 유명 가수의 반려견이 이웃을 물어 패혈증으로 사망하게 만든 것이다. 대중은 과거에도 사람을 문 전력이 있는 공격성 강한 개가 목줄과 입마개를 착용하지 않고 있었던 점을 지적했다. 이내 견주가 지켜야 할 에티켓인 ‘펫티켓(Petiquette: Pet+Etiquette의 합성어)’이 화두가 됐다. 정부도 ‘반려동물 안전관리 대책’을 발표하며 반려인의 관리 의무를 강화했다. 성숙한 반려동물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고민이 계속되고 있다.

글. 박정은

잇따른 반려견 사건·사고
반 려 동물 인구 천만 시대다. 우리나라 인구 5명 중 1명이 반려동물을 기르는 셈이다. 이제 반려동물은 우리 삶의 일부가 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애완동물’이라 부르던 것을 ‘반려동물’이라는 이름으로 부르게 된 것도 즐거움을 위해 사육하는 존재에서 인간과 더불어 사는 존재로 인식이 변화한 것을 반영했다.
우리 곁을 지키는 반려견의 수가 많아진 만큼, 이로 인한 안전사고도 끊이지 않는다. 소방청에 따르면 개에 물려 병원으로 이송된 환자 수는 2014년 1,889명, 2015년 1,841명, 2016년 2,111명으로 나타난다. 특히 작년은 반려견 안전 관리에 관한 경각심이 커진 한 해라고 할 수 있다. 지난해 6월 전북 군산에서는 길 가던 초등학생이 대형견에 물려 팔다리를 크게 다쳤고, 7월엔 경북 안동에서 70대 할머니가 기르던 풍산개에 물려 사망하는 사고가 있었다. 9월 전북 고창에서는 산책하던 40대 부부가 사냥용 대형견 4마리에 물려 엉덩이를 크게 다치고 오른팔 살점이 떨어져 나가는 등의 상처를 입기도 했다. 모두 주인이 있는 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목줄이나 입마개를 착용하지 않아 사고가 발생했다. 이후 10월, 이웃을 물어 사망에 이르게 한 유명 가수의 반려견 역시 안전 장비를 착용하지 않은 상태였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펫티켓(Petiquette)’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잇따른 개 물림 사고로 반려견에 대한 공포와 견주에 대한 불만을 동시에 키워온 비반려인들이 반려인들에게 펫티켓 실천을 당부했다. 일부 반려인의 배려 없는 행동으로 인해 위험이나 불쾌감을 느낀 기억은 펫티켓 논쟁을 활활 타오르게 하는 장작이 됐다.
주인 눈엔 귀여움, 누군가에겐 두려움
펫 티 켓 은 반려동물(Pet)과 예의(Etiquette)의 합성어로, 반려동물을 키울 때 지켜야 할 매너를 뜻한다.
펫티켓의 내용은 사실 기본적인 게 대부분이다. 반려견과 함께 외출할 때 견종과 크기에 상관없이 목줄을 착용시키는 것이 대표적이다. 이는 선택의 문제가 아닌 동물보호법으로 제정된 견주의 의무이지만, 생각보다 많은 주인이 개의 목줄을 채우지 않고 외출한다. ‘귀찮다’ 혹은 ‘개가 불편해한다’ 등의 이유에서다. 적발되더라도 강력한 제재가 이뤄지지 않은 점도 한몫했다. 그래서인지 목줄을 착용하라는 말을 들은 견주가 “우리 개는 순하고 안 물어요”라고 대답하는 광경은 낯설지 않다. 물론 주인의 눈에는 그렇겠지만, 개를 키우지 않는 사람 입장에서 목줄을 하지 않은 개는 크기와 관계없이 무서운 존재일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 밖에 빠른 배설물 청소나 사람들과 일정 거리 유지하기, 대중교통에서 반려견 이동장 사용하기 등도 견주가 지켜야 할 펫티켓으로 꼽힌다. 비반려인과 반려인이 불편함 없이 더불어 살아가기 위해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매너다. 반려견 관련 사건 사고와 펫티켓이 화두가 되면서 정부 차원의 논의도 이뤄졌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1월 ‘반려견 안전관리 대책’을 내놓으며 2019년부터 새로이 적용될 규정을 제시했다. 이 대책으로 애매하던 목줄과 입마개 착용에 대해 기준이 정해졌다.
모든 반려견이 목줄을 착용하되 주인의 통제가 쉬운 2m 이내의 길이여야 하며, 몸높이 40㎝ 이상의 반려견은 외출 시 반드시 입마개를 착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주인의 관리 소홀로 인한 맹견 사고 발생 시 주인에게 형사 처분이 가능해진다. 상해 시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지고, 사망 시 3년 이하의 징역 혹은 3,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받게 된다. 그 외 맹견 소유자에 대한 교육도 의무화된다. 전문가에 의하면 반려견 사고는 대부분 주인의 인식 부족이나 관리 태만으로 인해 일어나므로, 주인에 대한 교육과 처벌이 해결책이 될 수 있다.
반려견도 하나의 사회구성원
외 의 사례를 보면, 흔히 ‘동물복지 선진국’이라 불리는 국가에는 견주의 펫티켓이 일상에 스며들어 있다. 영국에선 반려견이 외출하려면 반드시 견주의 신상 정보가 적힌 목줄을 착용해야 하고, 독일에서는 ‘반려견 목줄 면허’를 취득해야만 실외에서 반려견의 목줄을 풀 수 있다. 캐나다는 2010년 초반부터 ‘옐로우독 프로젝트’라는 캠페인을 진행해 사회성이 떨어지거나 공격성을 지닌 반려견의 목줄에 노란 리본을 부착하고 있다. 노란 리본은 ‘행인들에게 만지지 마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는 각국에 퍼져 우리나라를 포함한 세계 40여 개국이 시행하고 있다.
물론 모든 책임과 과제를 반려인에게만 돌릴 수는 없는 일이다. 펫티켓은 모두의 눈앞에 주어진 숙제다. 개를 키우지 않는 시민도 반려견과 견주를 존중하고 배려해야 한다. 개물림 사고가 화제가 된 이후 “밖에 나가면 잠재적 범죄자 취급을 받는다”고 속상한 마음을 토로하는 견주가 많아졌다고 한다. 모든 반려견에게 차가운 시선을 보내기보다는 반려견도 하나의 사회구성원임을 인정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반려견을 보고 달려가 만지거나 큰소리를 지르는 등의 행동은 반려견에게 공격으로 느껴질 수 있다. 사람을 대하듯 마주쳐도 의식하지 않고 지나가고, 허락 없이는 만지지 않는 태도가 필요하다. 반려인과 비반려인이 펫티켓을 습관화하고, 국가의 제도가 뒷받침될 때 비로소 성숙한 반려동물 문화가 자리 잡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