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하는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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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만 있는 부끄러운 단어
‘갑질’
직장인의 갑질 문화를 없애는 대화 기술
지금까지는 상사가 실적을 올리기 위해 부하한테 다소 과격한 말을 해도 어느 정도 묵인하고 지나갔다.
하지만 이제는 부하의 인격을 부정하는 말을 하거나 폭언이나 욕설로 괴롭히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
이런 행위가 ‘직장 내 괴롭힘’, ‘권한남용’, ‘갑질’이다.

글. 강경희(휴가닉 컨설팅 코리아 대표)

직장은 위계질서가 분명한 조직이다. 상사들은 경험(소위 짠밥)으로 모든 것을 판단하면서 경험이 적은 부하를 무능력하다고 생각한다. 우월의식을 가지고 부하 직원을 대하고 있고, 부하 직원을 인격체로 보지 않고 자신이 모든 것을 가르쳐줘야 하는 무능한 존재로 보고있다. 부하 직원에게 업무 지도를 하면서 폭언과 비난의 말을 퍼붓고 “시키면 시키는 대로해”하고 무조건 복종하라고 강요하는 상사들이 많다. 이렇게 권위주의가 몸에 밴 사람들은 자신의 말이 언어폭력이나 권한 남용에 해당하는지 모른다. 이런 사람은 자신이 부하 직원한테 갑질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부하 직원이 잘못했을 때 폭언을 한다고 해서 업무 실적이 향상되거나 조직의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상사한테 질책을 받아서 부하가 바뀌는 일은 거의 없다. 오히려 질책당한 사람은 자존심에 상처를 입고 그 일을 기억에서 지워버리고 싶어 한다. 부하는 힘의 논리에 따라 어쩔수 없이 상사의 말에 굴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직장의 상사는 부하 직원을 힘의 논리에 따라 복종시키는 것이 아니라, 부하를 동등한 인격체로 대할 수 있어야 한다. 조직의 직급에는 상하가 있지만, 인격체로서 상하는 없다. 상사도 중요한 사람이고 부하 직원도 중요한 사람으로 보는 능력이다. 이런 능력을 가졌을 때 부하 직원에게 애정과 관심을 표현하면서 잘못했을 때는 명확하게 주의를 주고, 때로는 부하 직원의 행동에 대해 노(No)라고 말할 수 있게 된다. 지금까지 조직의 문제를 힘의 논리로 해결해 왔지만, 앞으로는 동등한 관계에서 대화를 통해 해결하는 능력을 갖게 되면 갑질이 없어질 수 있다.
상대와 동등한 관계에서 대화하기 위해서는 다음 세 가지가 중요하다.
첫째, 상대한테 솔직하게 대화할 수 있어야 한다.
가령 회식을 하거나, 시간외 근무나 휴일 근무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무조건 상사의 지시에 따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입장을 솔직하게 말하면서 안 되는 상황에서는 안 된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상사는 부하의 업무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을 때 비난하고 질책하는 것이 아니라 대화를 하면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가져야 한다. 가령, 상사가 업무에 대한 정보를 독점하지 않고 정보를 충분히 알려주면서 부하와 허심탄회하게 대화하는 것이다.
둘째, 상대를 비하하지 않고 동등한 관계로 생각한다.
동등한 관계는 상대와 같은 눈높이에서 같은 태도나 자세를 취하는 의미도 있다. 마음속에서 상대를 내려다 보거나 필요 이상 자신을 비하하지 않는다는 의미도 있다. 또한 자신은 옳고 상대가 틀렸다고 생각하면 자신의 의견을 강요하거나 상대의 말을 듣지 않거나 고압적인 태도를 취하게 된다. 자신이 비굴한 태도를 취하면 상대의 눈을 제대로 맞추지 못하고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자신감 없이 말한다.
이런 태도를 취하지 않고 상대가 누구든지 차분하고 당당하게 말하는 것이 동등한 태도로 말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사회적인 지위나 입장을 무시하고 예의 없이 굴라는 말이 아니다. 동등한 관계라고 해도 상대가 어떤 입장인가(자신보다 위에 있는가 아래에 있는가)에 대해서 주의하면서 정중하고 예의 있게 행동한다. 상대와 동등한 관계에서 대화하기 위해서는 권위적인 생각, 마음속의 편견이나 선입관을 버리는 마음의 자세가 중요하다.
셋째, 자신의 행동을 책임지는 자세로 대화한다.
대화 시 책임은 서로에게 반반씩 있다. 자신이 전부 잘못했거나 상대가 모두 잘못했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설사 상대가 모두 잘못했다 하더라도 상대와 대화하려고 노력했는지 생각하면 일정 부분 자신에게도 책임이 있는 것이다. 가령, 상대가 어떤 사실을 정확하게 말하지 않았다고 해도 자신도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진정한 책임감이란 의미다. 책임감이란 자신이 한 말에 대해서 책임지고, 말하지 않은 것을 상대한테 책임 전가하지 않는다.
자신과 상대는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고 무엇이 문제인지 왜 대화가 통하지 않았는지 잘 생각해본다. 보통 말이 통하지 않으면 ‘저 사람이 잘못했으니까’ 하고 상대를 탓하거나 때로는 특별한 이유 없이 자신의 탓으로 돌리는 ‘범인 찾기’를 하기 쉽다. 이렇게 범인 찾기에 집중하면 진짜 통하지 않은 문제의 핵심이 보이지 않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