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한 뼘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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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춰선 순간,
희망이란 연료를 채워주다
2017년도 원직장 복귀 우수 기업 제이에스에너지 프라임주유소
기다림에는 언제나 믿음이 필요하다. 정용석 대표가 긴 시간 산재근로자의 복귀를 기다린 것도 직원에 대한 신뢰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소나기가 그치고 맑게 갠 어느 오후, 경인지역 본부 재활보상2부 정민경 과장과 함께 제이에스에너지 프라임주유소에 찾아가 그곳의 이야기를 들었다.

글. 박정은 / 사진. 윤상영

직원의 마음을 헤아리는 대표
제이에스에너지 프라임주유소의 정용석 대표는 10년 동안 주유소에서 직원으로 일했다. 그러다가 2014년 마침내 파주시 동패동에 주유소를 세워 운영하고 있다. 근로자로 살았던 나날이 긴 정용석 대표는 누구보다 직원의 마음을 잘 안다. 그렇기에 함께 일하는 4명의 직원을 세심하게 배려한다. “대표님은 항상 직원 편의를 위해 힘써주세요. 숙소, 식사 등 기본적인 의식주부터 꼼꼼히 챙겨주시죠. 근무 중에도 편안하게 대해주시는 덕분에 몸은 힘들어도 마음은 편해요.” 산재로 장해 4급을 판정받고 복귀한 제이에스에너지 프라임주유소 이현수 씨는 정용석 대표를 칭찬하면서 표정이 밝아졌다.
이현수 씨에게 사고가 발생한 건 2016년 4월의 어느 날이었다. 주말인 데다 봄기운까지 완연해 유난히 세차 서비스를 이용하는 손님이 많은 오후였다. 이현수 씨는 세차 중인 차량의 주유캡을 닫기 위해 세차장 안으로 들어갔다. 그 순간, 운동화 끈이 세차 기계에 걸리면서 한쪽 다리가 빨려 들어가고 말았다. 직원들이 황급히 정용석 대표와 119에 전화했고, 집에서 주말을 보내던 정용석 대표는 곧장 이현수 씨가 이송된 병원으로 달려갔다. 기계 압력에 의해 다리가 눌려 ‘압궤상’이 심각했다. 다행히 조치를 빨리 취한 덕에 절단은 피할 수 있었다. 정용석 대표는 당시를 회상하며 말했다. “주유소에서 관리직으로 일하던 시절에 몇 번 산재 사고를 처리한 적이 있어요. 그 덕에 당황하지 않고 응급 상황에 대처할 수 있었습니다. 산재 처리 절차도 이미 경험해봤기 때문에 낯설지 않았고요.” 10년의 관록은 쉽게 사라지는 게 아니었다.
백 마디 말보다 백 번의 행동으로
근로복지공단 경인지역본부 재활보상2부 정민경 과장도 사고 당시를 기억한다. 병원에서 이현수 씨를 처음 본 순간을 떠올리며 정민경 과장이 입을 뗐다.
“사고 얼마 후에 이현수 씨를 처음 만났을 때는 ‘직장 복귀는 어렵겠구나’ 생각했어요. 다리의 상처가 깊었거든요. 그랬는데 치료가 잘 끝나서 다시 일하고 있는 걸 보면 정말 다행이죠. 이현수 씨의 긍정적인 마음이 빛을 발하고, 정용석 대표님도 애쓰신 결과라고 생각해요. 이현수 씨를 복귀시키기 위해서 정용석 대표님이 정말 많이 노력하셨거든요.”
사고 후, 1년 2개월에 걸쳐 수술과 입원이 이어졌다. 긴 싸움이었다. 정용석 대표는 이현수씨가 홀로 우울해하지 않도록 꾸준히 병원을 찾아오며 마음을 다해 위로했다. “처음에는 걱정이 컸어요. 다시 일할 수 있을지, 직장이 나를 받아줄지 고민했죠. 그런데 정용석 대표님이 처음 병문안 오신 날 말씀했어요. ‘걱정하지 마라, 치료가 끝나면 다시 근무할 자리를 만들겠다’라고요. 그 뒤로 매주 한 번씩 와서 위로해주셨죠. 일도 바쁘실 텐데 말이에요. 너무 자주 오셔서 나중에는 제가 오히려 대표님 일을 걱정했을 정도라니까요. 대표님이 꾸준히 안심시켜준 덕에 병원에서도 밝게 지낼 수 있었죠.” 이현수 씨는 웃으며 말했다.
모든 치료를 마치고, 약속대로 정용석 대표는 이현수 씨를 직장으로 복귀시켰다. 목발을 짚게 된 이현수 씨에게 전처럼 세차 업무를 맡기기는 어렵다고 판단한 정용석 대표는 그의 업무를 사무실 내근직으로 전환했다. 또, 그가 다시 직장에 적응할 수 있도록 근로 시간을 서서히 늘렸다. 4개월씩 6시간, 8시간을 근무해 기존의 10시간 근로로 돌아오기까지 8개월이 걸렸다. 덕분에 이현수 씨는 “새로운 업무에 완벽히 적응한 상태”라고 말한다.
신뢰가 만드는 선순환
다친 근로자의 치료와 복귀를 돕고, 적응까지 기다려주는 것은 사업주의 소신이 없다면 어려운 일이다. 정용석 대표에게 산재근로자의 복귀를 기다려준 이유를 묻자,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라고 했다.
“제 운영 철학이었어요. 회사를 위해서 일하다 다친 건데, 당연히 사업주가 발 벗고 나서는 게 맞다고 생각했습니다. 문제가 생겼을 때 확실히 책임을 져야 회사에 대한 직원들의 신뢰감도 커지겠죠. 당장은 힘들더라도, 멀리 내다보면 모두에게 좋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민경 과장을 바라보며 근로복지공단의 지원도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산재근로자가 치료받는 동안 고용한 대체 인력의 인건비를 일정 부분 지원하는 ‘대체인력지원금’이나, 산재장해인을 원직에 복귀시켜 고용을 유지한 모든 사업주에게 주는 ‘직장복귀지원금’ 덕에 부담을 덜었다는 것이다.
정민경 과장은 “정용석 대표님처럼 성심성의껏 산재근로자의 복귀를 돕는 사업주는 많지 않아요. 제이에스에너지 프라임주유소가 2017년도 원직장 복귀 우수 기업에 선정된 것도다 대표님의 노력 덕이죠. 공단은 대표님이 운영 철학을 지킬 수 있도록 도움을 드린 거고요”라며 공을 돌렸다.
정용석 대표에게 앞으로의 목표를 묻자, ‘믿고 일할 수 있는 일터를 만드는 것’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회사를 신뢰하는 직원과 직원을 아끼는 대표가 있으니 이미 필요조건은 갖춘 셈이다.
Mini Interview
  • ‘기다림’과 ‘섬김’이 필요합니다
    제이에스에너지 프라임주유소 정용석 대표
    산재근로자의 복귀 과정을 두 단어로 표현하면 ‘기다림’과 ‘섬김’이라고 생각합니다. 산재근로자가 몸을 회복할 때까지 기다려줘야 하고, 마음을 추스를 수 있도록 섬겨줘야 하죠. 주위에서 어떻게 오랜 시간 기다릴 수 있었냐고 묻는데, 답은 간단해요. ‘가족의 일’이라고 생각했기에 가능했습니다. 내 가족의 일이라고 생각하니 망설일 이유가 없었죠. 앞으로도 직원 한 분 한 분을 가족처럼 생각하며 직원 복지를 위해 힘쓰겠습니다.
  • 업계를 변화시키는 나비효과를 기대해요
    근로복지공단 경인지역본부 재활보상2부 정민경 과장
    제이에스에너지 프라임주유소의 사례가 주유 업계에 모범 사례로 남을거라 생각해요. 단순히 산재근로자를 복귀시킨 것뿐만 아니라 직원을 배려하는 태도나, 가족 같은 분위기도 무척 훌륭하죠. 원직장 복귀 우수 기업인 제이에스에너지 프라임주유소의 사연이 알려지면서 업계에 긍정적인 변화의 바람을 몰고 올 거라고 예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