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라밸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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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라밸 강국,
비법은 무엇?
일과 삶의 균형을 찾기 위한 지침
오는 7월부터 주 52시간 근무가 본격적으로 시행된다. 근로시간 단축과 신규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한 이번 정책에 유독 관심이 쏠리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워라밸’이다. 제대로 시행되면 일과 삶의 균형을 지킬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글. 김하늘 / 자료 출처. 일생활균형재단 WLB연구소(http://kwlbf.org/data/institute)

과로사하는 근로자들
우리나라 근로자의 연간 근로시간이 OECD 회원국 중 최고 수준이라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OECD의 ‘2017 고용 동향’에 따르면 2016년 기준, 국내 취업자 1인당 평균 노동시간은 2,069시간으로 OECD 회원 35개국 평균(1,764시간)보다 305시간 많다. 장기간 야근과 철야를 반복하다 과로사한 20대 게임회사 직원, 장시간 근로 후 세 아이 육아와 가사노동에 시달려 과로사한 여성 공무원, 인력 부족으로 상시적인 장시간 근로에 시달리다 과로사한 집배원 등의 사연이 뉴스에 잇따라 보도되기도 했다. 그래서일까? 과거 ‘출산 및 육아’를 위해 워라밸을 지키고자 했던 것과 달리, 최근에는 개인의 건강을 위해 워라밸을 실천하려는 쪽으로 흐름이 변화하고 있다.
우리와 닮았던 스웨덴
세계 최고 수준의 복지국가로 손꼽히는 스웨덴은 2017년 OECD 회원국 중 워라밸 부문 7위(대한민국은 38개국 중 35위)를 차지했는데, 사실 스웨덴도 1990년대에는 고강도 업무로 인한 사회문제가 매우 심각했다.
1990년대 경제위기 속에 실업률은 매우 높았고, 고용 상태는 불안정했으며 인원 감축도 빈번하게 진행됐다. 이러한 불안감 속에 근로자는 고강도 업무를 할 수밖에 없었고, 이를 버티지 못해 90일 이상 장기 병가를 신청하는 비율이 급증하기도 했다. 이에 따른 비용이 1998~2000년 2년 사이 2배에 이르렀는데, 현재 화폐 가치로 약 2조 6,000억 원에 달했다. 스웨덴이 국민 건강을 위해 일·생활 균형에 주목하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였다. 그렇다면 과연 스웨덴은 워라밸을 위해 어떤 변화를 꾀했을까?
스웨덴의 독특한 생활 철학, 러곰과 트뤼겟
워라밸 강국 스웨덴에는 독특한 생활 철학이 있는데, 바로 러곰(Lasgom)과 트뤼겟(Trygget)이다. 이 철학은 직장 내에서 중요하게 여겨지는데, 러곰은 일을 무리하게 하지 않는 것을, 트뤼겟은 안전하게 안정적으로 일할 것을 권한다.
오늘 무리하면 내일이 힘들고, 내일이 힘들면 모레도 힘들어지고 궁극적으로 일의 효율성과 생산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스웨덴에서는 정해진 근로시간(보통 주당 40시간) 외에 추가 근무를 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티타임 휴식제도, 피카
스웨덴어로 ‘커피’를 의미하는 피카(Fika)는 사회적 커피 타임을 뜻한다. 보통 직장 내에서는 오전 10시 30분경 한 번(15분 정도), 오후 3시경 한 번 피카를 갖는다(오후에는 15분보다 길어질 수 있음). 개인적인 이야기부터 일정 공유까지 다양한 주제로 대화를 나누며 서로를 이해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다.
직장의 형태나 종류, 직위 등에 상관없이 함께 즐기는 시간이라, 이때 업무 전화가 걸려 와도 긴급한 일이 아니면 “피카 후에 전화하겠다”고 말할 만큼 이 시간을 중요하게 여긴다. 또한, 스웨덴에서는 1시간 30분 일하고 휴식시간을 갖는다. 성인이라고 해도 90분 넘게 집중하기가 쉽지 않고, 한 자세로 장시간 일하는 것이 건강에 좋지 않으며, 피카 휴식을 중간중간 배치하면 더 즐겁게 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남성 육아 참여의 아이콘, 라테 파파
대낮에 유모차를 끌고 카페에 모여 앉아 라테를 마시는 아빠들을 뜻하는 ‘라테 파파’. 스웨덴은 남성 육아 참여를 이끌어내면서 라테 파파라는 단어를 전 세계에 유행시켰다. 남성이 육아휴직을 쓰지 않으면 손해인 구조의 정책을 만들어 남성들도 더는 눈치보지 않고 육아휴직을 쓸 수 있게 사회 분위기를 조성한 것이다. 그리고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아빠를 ‘친구 같은 아빠(Ferddy)’처럼 긍정적으로 이미지 메이킹 해서 아빠들의 육아 참여 욕구를 높였다. 전통적인 성 역할 고정관념에 갇혀 육아휴직을 사용하지 못하던 아빠들이 가족과 한층 더 가까워질 수 있도록 계기를 마련한 것이다
리더와 팔로어 사이, 투트랙 커리어
사회·문화적 환경은 다소 다르지만, 이쯤에서 네덜란드의 근로 문화도 함께 살펴보자. 네덜란드는 2017년 OECD 회원국 중 워라밸 부문 1위를 차지한 워라밸 최강국이다. 네덜란드에서는 ‘투트랙 커리어’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근로자는 자신의 욕망에 따라 뛰어난 성과를 달성해 고액 연봉의 높은 자리로 승진해 조직의 리더가 될 수도 있고, 승진이나 급격한 임금 인상 없이 주어진 자리에서 같은 일을 노년까지 하는 팔로어가 될 수도 있다.
우리나라처럼 연공서열, 호봉제가 없고, 같은 직군에서 같은 직무로 급격한 임금 인상 없이, 나이 상관없이 꾸준히 한 가지 일만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 있어서 가능한 일이다. 소득 수준이 높지는 않으나, 직업 안정성이 보장된 좋은 일자리를 늘려가는 것에 중점을 둔 제도다
주4일 근무로 함께 육아를!
네덜란드 맞벌이 부부의 가장 흔한 근로 형태는 주4일 근무제다.
예를 들어 엄마가 월요일 휴무, 아빠가 금요일 휴무를 선택하는 방식이다. 이는 특히 20, 30대 근로자 가족이 많이 채택하는데, 부모가 가장 필요한 시기의 어린 자녀와 함께 하는 시간을 늘리기 위함이다. 어린이집, 유치원 등의 교육 시설을 이용하는 시간이 그만큼 줄어들어 아이들의 스트레스 지수도 낮출 수 있다. 또한, 재택근무를 장려하고, 출퇴근 시간을 조율할 수 있도록 해서 일과 생활의 균형을 지킬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