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멋진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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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러운 라떼 한 잔,
그보다 따뜻한 기억 한 줌
라테아트 원데이 클래스
“우와~ 커피 향!” 교육장에 들어서자마자 감탄을 쏟아내는 이들이 있다. 광주지역본부 재활보상2부에 몸담고 있는 김고은 대리, 조우주 주임, 김민정 사원이 그 주인공이다. 점심시간마다 함께 커피를 마시는 삼총사가 오늘은 직접 커피를 내리기 위해 앞치마를 둘렀다.

글. 김하늘 / 사진. 윤상영

커피를 마시는 서로 다른 이유
“지난 호에 도마 체험했던 이정혜 과장님과 제가 같은 지역본부에서 일했거든요. 정말 좋은 시간이었다고 추천하시기에 저도 신청했어요. 오늘 사무실 재배치하는 날이라 정신없는데 부장님께서 배려해주셔서 올 수 있었거든요. 정말 감사하죠.” 백운동에 위치한 커피 교육장까지 오게 된 사연을 김 대리가 이야기하자, 김 사원이 한마디 덧붙인다. “사실 저랑 김 대리님은 커피를 엄청 좋아해요. 저희는 하루 3잔도 마시는데, 주임님은 일주일에 두세 잔 마시는 정도예요. 커피를 즐기는 편이 아닌 걸 알지만, 그래도 저희가 끌고 왔어요. 헤헤”
점심시간마다 함께 카페를 찾는 세 사람이지만, 커피에 대한 애정도도 좋아하는 커피 종류도 다르다. 김 대리는 달콤하고 부드러운 바닐라 라테를, 조 주임은 고유의 향을 느낄 수 있는 아메리카노를, 김 사원은 시원한 콜드브루를 즐겨 마신다. 커피를 마시는 이유도 제각각이다.
“고등학생 때까지는 커피를 안 마셨는데 대학생이 되니까 밥먹을 시간이 따로 없는 거예요. 그래서 라테 한 잔 사 들고 수업에 들어가곤 했는데, 그게 습관이 돼버린 거죠.” 커피를 습관처럼 마시는 김 대리와 달리, 조 주임은 카페인에 취약해 커피를 자주 마실 수 없는 쪽이다. 팀 내에서 가장 활기차고 에너지가 넘치기로 유명한 그녀이지만, 가끔 졸리거나 피곤한 날이면 따뜻한 아메리카노의 힘을 빌리기도 한다고. 그녀에게 커피는 피로회복제인 셈이다.
“신입사원인 제게 커피는 연결고리예요. 점심 먹을 때는 다들 말없이 밥만 먹거든요. 그런데 카페에 가면 분위기가 180도 달라져요. 이런저런 얘기도 나누게 되고, 그러면서 서로에 대해서 더 알게 되고 친밀해지는 거죠.” 커피가 지닌 고유의 향도 좋지만, 다른 사람과 함께 커피를 즐기는 그 시간을 더 좋아한다는 그녀의 말에 김 대리와 조 주임도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생각만큼 쉽지 않은 라테아트
“커피 한잔 하세요.” 선생님이 직접 내린 아메리카노를 권하자, 세사람은 기쁜 얼굴로 잔을 받아든다. 선생님은 마시고 있는 브라질커피의 특징, 로스팅 방식과 정도 등을 설명해나갔다. 커피를 다루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도 이어졌다.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사람은 바리스타지만, 원두를 볶는 로스터, 좋은 생두를 감별하고 등급을 매기는 큐그레이드(Q-grade)의 역할이 그 이상으로 중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커피의 세계는 알면 알수록 심오해요. 원두의 원산지, 로스팅 정도, 글라인딩 정도, 커피를 내릴 때 사용하는 물의 종류와 온도, 커피를 내리는 사람의 기술 등이 어떻게 조합되느냐에 따라서 맛이 달라지거든요.”
커피의 종류와 마시는 사람의 취향, 연령대를 고려해 각각의 요소를 적절히 조합하는 것이 기술이라고 한다. 1시간에 걸친 이론 수업이 끝나고 이제 실전에 돌입해야 할 시간. 앞치마를 허리에 두르는 세 사람의 표정이 사뭇 진지하다.
3인방을 닮은 커피
본격적으로 실습에 나섰다. 선생님을 따라 원두를 갈고, 포터 필터에 커피가루를 채우고 수평을 맞춰 에스프레소 샷 내리기를 몇 차례 반복하자, 선생님은 “이만하면 됐다”며 세 사람 손에 스팀 피처(우유 거품을 만들 때 사용하는 주전자)를 쥐여 준다. 우유 거품을 내리는 과정은 단순했다. 스팀 피처에 차가운 우유를 붓고, 레버를 내려 공기를 주입해 우유 거품층을 만들어내면 끝이다. 까치발을 들고 선생님의 시범을 지켜보던 3인방도 잇따라 우유거품 내기에 도전했다.
차가운 물로 연습하다가 우유로 도전하기를 수차례, 하지만 생각처럼 잘 안 되는 모양이었다. 거품이 생기기도 전에 우유 온도가 너무 뜨거워지거나, 라테아트에 쓸 수 없을 만큼 우유 거품이 거칠게 만들어져서 실패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 “선생님, 이번엔 어때요?” 조 주임의 질문에 선생님이 엄지를 치켜세우며 “굿!”이라고 답하자, “오오~~~” 하는 감탄사가 터져나왔다. 거친 손놀림으로 우유 거품을 만드는 내내 선생님의 조언을 들어야 했던 그녀의 성공을 축하하는 갈채였다.
조 주임이 뿌듯해하는 동안, 두 사람은 이에 질세라 우유 거품으로 원 그리는 일에 몰입했다. 스팀 피처를 기울여 우유 거품을 잔에 따르고 멈추고, 따르고 멈추기를 반복하며 집중하는 이들. 동그랗게 원 모양을 만든 사람은 스팀 피처를 좌우로 움직여 우유 거품이 퍼져 나가게 해서 모양을 만들어야 한다. 2시간 만에 만들어낸 첫 하트! 세 사람은 드디어 라테아트에 성공했다. 같은 장소, 같은 재료, 같은 기계로 내린 커피인데, 세 사람의 라테는 제각각이다. 하나는 하트가 예쁘고, 하나는 색감이 좋고, 다른 하나는 맛이 좋다. 같은 부서에서 함께 동고동락하는 사이지만, 각기 다른 장점과 색깔을 지니고 있는 3인방의 모습처럼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