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보는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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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상상이 현실이 되다
우리 사회를 보는 다양한 시선
이제껏 봐왔던 SF 영화 <터미네이터>, <에이 아이>, <바이센테니얼 맨>, <아이언맨> 등….
기억을 조금만 더듬어보면 인공지능을 소재로 한 만화와 영화, 소설 등을 우리는 수도 없이 접해왔고, 작품 속에서 다루는 내용을 어렵지 않게 받아들였다. 인공지능이란 우리에게 그리 낯선 개념이 아닌 것이다.

다만, 그때와 지금, 단 하나의 차이가 있다면, 그것은 상상 속에 존재하던 것이냐, 현실에 적용된 것이냐, 그 차이일 뿐이다.

글. 박준범

생활 속에 녹아든 인공지능
많은 사람이 인공지능의 존재를 실감하게 된 데는 아무래도 ‘알파고’의 영향이 컸다. 세계 최정상급 프로 바둑기사인 이세돌 9단이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와 바둑 시합을 한 바로 그 사건 말이다. 대다수의 예상과 달리 1 대 4로 이세돌이 완패하자, 인공지능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더욱더 지대해졌다. 그렇다면 그로부터 2년이 지난 지금, 인공지능은 과연 우리 생활에 얼마나 밀접하게 다가와 있을까? 먼저, 인공지능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자면 ‘컴퓨터가 인간처럼 스스로 학습하고 분석하여 판단 및 행동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인공지능은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는데, 그중 우리가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것은 스마트폰과 AI 스피커다.
2011년 애플이 음성인식 기반의 인공지능 기술 ‘시리(Siri)’를 아이폰에 탑재해 음성 검색 서비스를 제공하자, 삼성,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도 잇달아 관련 기술을 개발하기 시작했고, 그렇게 발전한 음성인식 기술은 최근 AI 스피커에도 탑재되고 있다.
얼마 전부터 가정에 보급되기 시작한 AI 스피커는 기존에 사용자가 원하는 음악을 틀어주던 수준을 넘어서 교육·금융 서비스, 음식 배달은 물론이고 사용자의 감정까지 이해하는 형태로 그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최근 삼성은 AI 음성비서 ‘빅스비(Bixby)’를 통해 스마트폰, AI 스피커, 가전을 연결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으며, 음성인식만으로 모든 가전을 조작할 수 있는 방법을 구상하고 있다.
내년부터는 자동차에도 음성인식 기술이 들어갈 전망이다. 카카오는 현대·기아차와의 프로젝트를 통해 내년에 출시되는 차량부터 차량용 지능형 음성인식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예를 들어 “차량 온도 24도로 맞춰줘”라고 말하면 인공지능이 차량 내부 온도를 측정해 그에 맞게 에어컨을 작동하는 것이다.
인공지능, 그 한계는 어디까지?
인공지능은 여행 분야에도 적용되고 있다. 네덜란드 항공 KLM의 인공지능 채팅 로봇 ‘블루봇(Bluebot)’은 승객이 항공사의 항공편을 예약할 수 있게 도와주고, 여행 일정 확인, 체크인 알림, 항공기 발권, 예약 변경 등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이로써 사용자는 24시간 답변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인공지능은 법조계에서도 쓰이고 있다. 2016년, 미국 대형 법무법인 ‘베이커앤호스테틀러(Baker&Hostetler)’는 파산 분야에 세계 최초 인공지능 변호사 ‘로스(Ross)’를 배치했는데, 로스는 짧은 시간 안에 광범위한 법령과 수천 건의 판례, 학술 연구자료, 최근 판례 동향 등을 수집 및 분석해 적합한 답변을 내놓고 있다. 초보 변호사들이 하던 일을 대체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인공지능은 <워싱턴포스트>, <LA타임스>, AP통신, <가디언> 등의 신문사에서도 활약하고 있다. 지진 발생여부, 스포츠 경기 결과, 주식 거래 현황 등 간단한 속보를 전달하는 부분에서는 AI 기자가 이미 인간기자를 능가했다.
<워싱턴포스트>가 개발한 AI기자 ‘헬리오그래프’는 리우올림픽에서 경기 결과및 메달 획득 여부 등을 실시간으로 전했으며, <LA타임스>의 AI 기자 ‘퀘이크봇’은 지진 발생 5분 만에 과거 지진 기록·그래픽 자료를 첨부해 기사를 작성했다. 인공지능 기술은 패션계에도 도입되고 있는데, 타미 힐피거(Tommy Hilfiger)가 뉴욕 패션기술대학교, IBM과 함께 진행한 ‘리이메진 리테일(Reimagine Retail)’ 프로젝트를 예로 들 수 있다.
인공지능은 타미 힐피거 제품 이미지, 런웨이 패션쇼 이미지 등을 분석해 새로운 패턴, 스타일 등을 제안했으며, SNS 분석을 통해 소비자의 반응과 유행 등을 파악하고 예측했다. 그 결과, 디자이너들은 인공지능으로부터 받은 영감으로 고객 맞춤형 제품을 제작할 수 있었다.
인공지능은 우리의 일자리를 빼앗을 것인가?
인공지능이 이처럼 다양한 분야에서 인간보다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자, 일각에서는 ‘인공지능이 우리의 일자리를 빼앗는 것 아니냐’며 우려하기도 한다. 이와 관련해 지난 5월, LG경제연구원은 ‘인공지능에 의한 일자리 위험 진단’ 보고서를 통해 국내 일자리 중 43%가 인공지능으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은 고위험군(사무직, 판매직, 기계 조작 및 조립 종사자 등)에 속한다고 발표했다.
그렇다고 모든 직업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인간 vs 기계>의 저자인 카이스트 김대식 교수는 판사나 국회의원 같은 사회의 중요한 판단을 하는 직업, 심리치료사·정신과 의사 등 인간의 심리·감정과 연결된 직업, 작가·소설가 등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직업은 인공지능 시대에도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인공지능이 다양한 직업을 대체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모든 직업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이에 대해 세계적인 IT 자문기관 가트너는 2020년이 되면 인공지능이 180만 개의 기존 일자리를 대체하는 대신, 230만 개의 일자리가 새로 창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러한 현상은 아마존에서 찾아볼 수 있다. 아마존은 몇 년 전부터 사람 대신 인공지능 로봇 ‘키바’에게 물류 창고 관리를 맡기고 있는데, 기존에 해당 업무를 맡았던 직원들은 해고되지 않고 재교육을 받은 후 로봇 관리자로 일하고 있다. 아마존의 사례를 보면 앞으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걱정’이 아니라 ‘준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