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운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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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로 너머를 보는
사람
동해병원 환자 이야기
용감한 남편이 있었어요. 그는 높고 높은 회사에 다녔지요. 높고 높은 곳에서 일해야 했지만, 남편은 하나도 무섭지 않았어요. 그는 용감하니까요. 그러던 어느날, 용감한 남편의 아내에게 전화 한 통이 걸려왔어요.

높고 높은 곳에서 일하던 남편이 추락해 중상을 입었다는 거예요

글. 편집실

전화를 받은 아내는 부랴부랴 병원으로 달려갔어요. 남편은 온몸에 붕대를 칭칭 감고 누워 있었어요.
“14군데가 골절됐습니다. 머리 수술을 해도 위험한 상태예요.”
의사는 아내에게 그 말을 남기고는 서둘러 수술실로 들어갔어요.
사고가 일어난 그날 이후, ‘용감한 남편’은 ‘용감했던 남편’이 되었어요. 그때, 누군가 아내에게 다가와 말했어요.
“남편을 낫게 하고 싶으면 저기 보이는 복잡한 미로를 통과해야 해요. ‘고통의 미로’라고 불리는 곳이지요. 저 미로를 통과하는 방법이요? 특별한 비결은 없어요. 직접 부딪치는 수 밖에요. 당신이 중간에 포기하지 않는다면 조력자를 만날지도 모르죠.”
아내는 남편을 휠체어에 태워 미로를 헤매고 다녔어요. 고통 속에서 사는 남편을 위해 자신이 더 용감해지기로 다짐하면서요.
“이번에는 어떤 검사를 받아야 할까요?”
“어느 곳으로 가야 치료를 받을 수 있죠?”
아내는 길을 잃을 때마다 미로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물었어요. 그때마다 어떤 이는 왼쪽으로, 어떤 이는 오른쪽으로 가라고 했어요. 누구 말이 옳은지 알 수 없어서 잠깐이라도 헤맬 때면, 남편은 고통으로 눈물을 흘렸어요. 시간이 지나고 미로에서 오래 헤맬수록 남편의 몸에는 뾰족뾰족한 가시가 돋아났어요. 가시는 점점 많아지고 단단해졌어요. 온몸을 뒤덮은 가시는 남편과 아내에게 상처를 입혔어요. 가시에 찔린 상처가 아파서 힘이 들 때도 있었지만, 아내는 용기를 냈어요. 남편을 위해 포기하지 않고 출구를 향해 나아갔지요.
그러자 남편과 아내 곁에 조력자가 나타나기 시작했어요. 일일이 길을 물어가며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뎌야 했던 과거와는 상황이 많이 달라진 거예요. 남편과 아내는 조력자들이 안내하고 이끄는 방향으로 따라갔어요. 출구와 가까워져 빛이 보일 무렵, 남편의 몸에 돋았던 가시가 하나둘 무뎌지더니 점차 사라졌어요. 남편의 마음에는 용기가 솟아나기 시작했고요. 용감했던 남편은 다시 용감한 남편이 되어갔어요.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이 휠체어에서 일어나 아내에게 말했어요.
“오늘은 저쪽으로 가보자. 저리로 가면 출구가 나올 것 같아.”
남편은 아내의 손을 잡고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더니, 계단을 오르내리며 복잡하고 험난한 미로를 헤쳐 나갔어요. 여러 조력자의 도움을 받으면서 말이에요. 어느새 휠체어에 앉아 가시를 세우고 자신과 아내를 상처 입혔던 남편은 사라졌어요. 지금은 미로의 출구 너머, 높고 높은 곳을 바라보는 사람이 있지요. 그곳에 돌아갈 날을 그리는 용감한 남편과 포기를 모르는 아내 말이에요.
편집자 주. ‘고마운 당신’에 실린 이야기는 공단 병원을 이용한 고객의 사례를 재구성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