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솔숲 사이, 예불 소리 흐르고
청도 운문사 - 역사가 있는 여행
청도 운문사로 향하는 길은 깊고 느리다. 솔숲 사이, 예불 소리는 은은하게 흩날린다. 수줍은 산사에
한 점 바람이 얹힌다. 운문사에 간다. 여승들이 수양하는 천년 고찰이다. 가는 길목, 마을마다 정겨운 옛 풍경이다.
얼음 가게, 식육점…. 운문사 초입에 늘어선 솔숲에서는 마음부터 먼저 열어 둔다. 200~300년은 됨직한 노송들은 묵묵하고 듬직하다. 운문사의 솔숲은 ‘솔바람길’이라는 걷기 좋은 길로 이어진다. 솔숲 옆으로는 작은 냇물이 흐른다. 솔 향에 몸을 맡기면 부질없는 속세의 번뇌가 스쳐 지난다.
여승들이 머무는 천년 고찰
운문산, 가지산, 비슬산이 둘러싼 운문사는 연꽃의 한가운데 꽃술로 안긴 자태다. 낮게 들어선 사찰. 세인들의 눈높이로 운문사는 그런 모양새를 지녔다.
신라 진흥왕 때 세워진 운문사는 1,500년 역사를 간직했다. 고려 후기에는 일연 스님이 머무르며 <삼국유사>를 저술한 곳이기도 하다. 유서 깊은 고찰답게 경내에는 대웅보전, 석조사천왕상, 삼층석탑, 석조석가여래좌상 등 7개의 보물이 있다. 관음보살과 달마대사가 나란히 앉아 있는 벽화보물은 운문사가 유일하다. 수령 400년이 넘는 처진 소나무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다. 스님들이 해마다 봄, 가을로 막걸리 12말을 보시해 가지를 치렁치렁 늘어뜨린 채 아직도 싱싱하고 푸르다. 스님들은 못 마시는 ‘곡주’를 운문사 소나무만 걸쭉하게 들이켜는 셈이다. 청신암에서 내원암으로 향하는 숲길에는 운문사 들머리의 솔숲과 달리 참나무, 전나무, 소나무 자연림이 우거져 있다. 길섶에서 만나는 스님들은 모두 수줍은 얼굴이다. 밀짚모자에 안경 너머 눈빛이 자비롭고 선하다. 여승의 승가대학까지 품은 운문사는 청초함에 정감 가는 곳이다.
신라 진흥왕 때 세워진 운문사는 1,500년 역사를 간직했다. 고려 후기에는 일연 스님이 머무르며 <삼국유사>를 저술한 곳이기도 하다. 유서 깊은 고찰답게 경내에는 대웅보전, 석조사천왕상, 삼층석탑, 석조석가여래좌상 등 7개의 보물이 있다. 관음보살과 달마대사가 나란히 앉아 있는 벽화보물은 운문사가 유일하다. 수령 400년이 넘는 처진 소나무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다. 스님들이 해마다 봄, 가을로 막걸리 12말을 보시해 가지를 치렁치렁 늘어뜨린 채 아직도 싱싱하고 푸르다. 스님들은 못 마시는 ‘곡주’를 운문사 소나무만 걸쭉하게 들이켜는 셈이다. 청신암에서 내원암으로 향하는 숲길에는 운문사 들머리의 솔숲과 달리 참나무, 전나무, 소나무 자연림이 우거져 있다. 길섶에서 만나는 스님들은 모두 수줍은 얼굴이다. 밀짚모자에 안경 너머 눈빛이 자비롭고 선하다. 여승의 승가대학까지 품은 운문사는 청초함에 정감 가는 곳이다.
스님들 손길 어린 텃밭과 식단
가을 산사에서의 들썩임은 설렌다. 몸을 움직일 때마다 소리와 향이 다르다.
지난여름, 귓전을 때렸던 매미 소리나 습한 계곡 내음이 아니다. 나긋나긋한 가을 풀벌레 소리, 들꽃, 단풍 향이 바람 한 줄기를 채운다. 햇살에 드러난 사찰의 오후는 낮은 담장에서 시작된다. 담장 너머 텃밭에서는 공양을 준비하는 스님들이 허리를 굽히고 무를 뽑느라 열심이다. 즉석에서 한 입 쓱 베어 물기도 한다. 이곳 스님들은 ‘하루 일하지 않으면 하루 먹지 않는다’는 ‘일일부작 일일불식(一日不作 一日不食)’을 몸소 실천하며 생활한다. 풀 한 포기, 돌멩이 하나에도 스님들의 손길이 머물지 않은 곳이 없다.
운문사의 식단은 정갈하다. 승가대학 학인 스님들이 직접 농사지은 국거리로 국을 끓이고, 배추와 무로 김치를 담근다. 마늘과 파, 화학조미료를 쓰지 않는 운문사의 음식은 언제 먹어도 속이 편안하다.
담장이 낮아도 운문사는 속인과 도량의 경계가 확연한 곳이다. 사찰 곳곳에 출입금지 팻말이 붙어 있고 스님들과의 대화도 익숙지 않다. 기도처인 사리암으로 가는 길 역시 신도가 아니면 오르지 못하며, 북대암은 절벽처럼 가파른 곳에 고고하게 숨어 있다.
지난여름, 귓전을 때렸던 매미 소리나 습한 계곡 내음이 아니다. 나긋나긋한 가을 풀벌레 소리, 들꽃, 단풍 향이 바람 한 줄기를 채운다. 햇살에 드러난 사찰의 오후는 낮은 담장에서 시작된다. 담장 너머 텃밭에서는 공양을 준비하는 스님들이 허리를 굽히고 무를 뽑느라 열심이다. 즉석에서 한 입 쓱 베어 물기도 한다. 이곳 스님들은 ‘하루 일하지 않으면 하루 먹지 않는다’는 ‘일일부작 일일불식(一日不作 一日不食)’을 몸소 실천하며 생활한다. 풀 한 포기, 돌멩이 하나에도 스님들의 손길이 머물지 않은 곳이 없다.
운문사의 식단은 정갈하다. 승가대학 학인 스님들이 직접 농사지은 국거리로 국을 끓이고, 배추와 무로 김치를 담근다. 마늘과 파, 화학조미료를 쓰지 않는 운문사의 음식은 언제 먹어도 속이 편안하다.
담장이 낮아도 운문사는 속인과 도량의 경계가 확연한 곳이다. 사찰 곳곳에 출입금지 팻말이 붙어 있고 스님들과의 대화도 익숙지 않다. 기도처인 사리암으로 가는 길 역시 신도가 아니면 오르지 못하며, 북대암은 절벽처럼 가파른 곳에 고고하게 숨어 있다.
법고 소리 청아한 저녁 예불
서쪽 능선 너머로 해가 저물 즈음, 운문사의 감동은 무르익는다. 경내의 어지러운 구경꾼들이 빠져나간 뒤 가사를 걸쳐 입은 스님들이 범종루에 오른다. 호거산 자락을 한차례 응시한 뒤 법고를 두드리기 시작한다. “둥두두드 둥둥 둥두드드.” 연이어 목어와 운판의 두드림. 들짐승과 날짐승 물짐승의 해탈을 염원하는 소리에 슬며시 모여든 사람들은 모두 입을 닫고 작은 미동도 멈춘다.
법고 소리는 크고 힘차게, 작고 여리게 반복된다. 스님들의 떨림이 소리에 담겨 흐른다. 작은 의식에서 시작된 감동은 범종 소리가 산자락에 잔잔하게 울려 퍼지고 창호지 그림자 너머로 불경 소리가 새어 나올 때까지 연꽃잎 운문사를 맴돈다.
‘나와 중생 모두가 함께 깨달아 불도를 이루게 하여지이다’로 끝나는 저녁 예불은 반야심경 합송으로 마무리된다. 댓돌 위에 올려진 흰 고무신은 단아하다. 예불 뒤 장삼 위에 짙은 감색의 가사를 입은 여스님들의 행렬은 앳되고 아름답다.
저녁 예불의 잔상은 저녁 공양의 구수한 밥 냄새가 스러질 때까지 은은하게 남는다. 운문사의 선방에서 하룻밤 묵으면 새벽 예불과 함께 아침을 맞을 수 있다. 새벽 예불은 4시 40분에 시작된다. 아침 공양은 일반 신도들에게도 넉넉히 개방하고 있다.
법고 소리는 크고 힘차게, 작고 여리게 반복된다. 스님들의 떨림이 소리에 담겨 흐른다. 작은 의식에서 시작된 감동은 범종 소리가 산자락에 잔잔하게 울려 퍼지고 창호지 그림자 너머로 불경 소리가 새어 나올 때까지 연꽃잎 운문사를 맴돈다.
‘나와 중생 모두가 함께 깨달아 불도를 이루게 하여지이다’로 끝나는 저녁 예불은 반야심경 합송으로 마무리된다. 댓돌 위에 올려진 흰 고무신은 단아하다. 예불 뒤 장삼 위에 짙은 감색의 가사를 입은 여스님들의 행렬은 앳되고 아름답다.
저녁 예불의 잔상은 저녁 공양의 구수한 밥 냄새가 스러질 때까지 은은하게 남는다. 운문사의 선방에서 하룻밤 묵으면 새벽 예불과 함께 아침을 맞을 수 있다. 새벽 예불은 4시 40분에 시작된다. 아침 공양은 일반 신도들에게도 넉넉히 개방하고 있다.
고택, 감와인 그리고 소싸움
운문사의 경내를 벗어나도 짙은 솔 향과 함께 여운은 뒤따른다. 운문사를 빠져나오면 청량한 운문호가 길손을 맞는다. 호수의 파문은 법고의 떨림만큼 잔잔하다.
운문호가 훤하게 내려다보이는 터에는 옛집 한 채가 덩그러니 놓여 있다. 조선 후기의 건축양식을 엿볼 수 있는 운곡정사는 운문댐 건설로 터전을 옮겼지만, 자태만은 곱고 단아하다. 선암서원, 운강고택 등 청도에는 가을 향 묻어나는 옛집들이 많다. 예스러운 향기를 진하게 느끼려면 헐티재로 향한다. 비슬산 기슭의 도예공방들은 고집스럽게 장작가마를 이용해 자기를 구워내는 장인들의 삶이 깃든 곳이다. 이곳 도예가들은 직접 만든 자기에 손수 재배한 차를 마신다. 물을 흡수하지 않아 온전한 차 맛을 느낄 수 있는 자기의 가치를 믿고 받든다. “자기 잔에 녹차를 마시는 것은 문화를 마시는 행위”라는 한 도예가의 말이 귓가를 맴돈다.
청도는 감와인과 소싸움으로 반전의 재미를 선사하는 고장이다. 화양읍 송금리의 와인터널은 철로용으로 뚫었던 폐터널을 와인 숙성고와 카페로 쓰고 있다. 아치형 천장의 와인터널에서는 10만 병의 감와인이 숙성되고 있다. 주말이면 소싸움경기장에서 촌부들의 함성 섞인 소싸움을 구경하는 것도 청도 나들이의 이색 경험이다.
운문호가 훤하게 내려다보이는 터에는 옛집 한 채가 덩그러니 놓여 있다. 조선 후기의 건축양식을 엿볼 수 있는 운곡정사는 운문댐 건설로 터전을 옮겼지만, 자태만은 곱고 단아하다. 선암서원, 운강고택 등 청도에는 가을 향 묻어나는 옛집들이 많다. 예스러운 향기를 진하게 느끼려면 헐티재로 향한다. 비슬산 기슭의 도예공방들은 고집스럽게 장작가마를 이용해 자기를 구워내는 장인들의 삶이 깃든 곳이다. 이곳 도예가들은 직접 만든 자기에 손수 재배한 차를 마신다. 물을 흡수하지 않아 온전한 차 맛을 느낄 수 있는 자기의 가치를 믿고 받든다. “자기 잔에 녹차를 마시는 것은 문화를 마시는 행위”라는 한 도예가의 말이 귓가를 맴돈다.
청도는 감와인과 소싸움으로 반전의 재미를 선사하는 고장이다. 화양읍 송금리의 와인터널은 철로용으로 뚫었던 폐터널을 와인 숙성고와 카페로 쓰고 있다. 아치형 천장의 와인터널에서는 10만 병의 감와인이 숙성되고 있다. 주말이면 소싸움경기장에서 촌부들의 함성 섞인 소싸움을 구경하는 것도 청도 나들이의 이색 경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