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한 뼘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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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보듬고
가능성을 선물하다
재단법인 피플
서울시 영등포구 선유로에 위치한 재단법인 피플에서는 매해 봄과 가을, 6주 동안 뜻깊은 만남이 이어진다.
산재근로자의 심리 기능과 대인관계 향상 및 직업 복귀를 돕기 위해 사회적응프로 그램이 진행되는 것이다.
산재 이후 마음의 빗장을 걸어 잠갔던 프로그램 참가자들은 이곳에서 아픈 상처를 치유하고, 세상 밖으로 나갈 준비를 한다.

글. 박정은 / 사진. 윤상영

다시 사회로 내딛는 첫걸음
재단법인 피플(이하 피플)은 사회공헌 전문기관이다. 산재 전문 공인노무사 출신인 정유석 이사장이 산재근로자들이 겪는 고민과 어려움에 도움을 주기 위해 2010년 설립했다. 근로복지공단의 지원을 받아 산재근로자 사회적응프로그램을 진행한 것은 2012년부터로, 올해 ‘희망 모아, 희망 드림’ 프로그램까지 7년째다.
프로그램은 매해 4·5월과 8·9월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되고 있다. 산재근로자의 심리 치료와 대인관계 향상, 직업 복귀 준비를 위한 강의가 꾸려진다. 하루 3시간, 1주에 세 번씩 6주 동안 총 16회 이어지는 만남.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10여 명의 산재근로자들은 눈에 띄게 변화한다.
“사고 이후 오랫동안 혼자 마음고생 하시다가 프로그램을 계기로 세상 밖으로 나온 분들이 많아요. 첫 만남 때는 대부분 표정도 어둡고, 말수도 적으시지요. 그런데 전문상담가로부터 트라우마 치료와 집단 상담을 받고, 문화 활동을 통해 다른 참가자들과 유대감도 형성하면서 점점 웃음이 늘어간답니다.” 피플 최의승 산재가족희망센터장의 말이다. 무엇보다 의미 있는 변화는 참가자들의 자립 의지가 높아지는 것이 아닐까. 피플 정유석 이사장은 프로그램 시작 단계에는 장해 등급이나 보상에만 관심을 기울이던 참가자들이 상담을 거치고 나면 미래를 고민한다고 전한다.
“회기가 시작할 때면 ‘아프고 힘든 것에 비교해 낮은 장해 등급을 판정받았다’고 불만을 토로하시는 참가자들이 있습니다. 그분들께는 손해사정사와 제가 동석해 법률 상담을 진행하지요. 합당한 판정이었음을 충분히 납득시켜드린 이후에는 참가자분들의 오랜 고민이 사라집니다. 이후에는 훨씬 의욕적으로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차차 재취업 의지도 보여주시지요.” 산재근로자 박영화 씨(65세)는 올해 1회기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모든 날짜에 출석해 개근상까지 받은 ‘모범생’이었던 그녀는 피플에서의 시간이 더없이 즐거웠다고 말한다. 프로그램 시작 전까지만 해도 삶의 이유를 찾지 못했지만, 6주 동안 강의를 듣고 사람들을 만나며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되찾게 됐다고 말하는 그녀다.
“2017년 1월에 회사 계단에서 넘어지면서 손목뼈가 부러졌습니다. 열 달 넘는 시간 동안 수술과 입원을 반복하니까 정말 지치더라고요. 퇴원 후 혼자 살면서 스트레스성 전신 마비까지 왔어요. 몸은 점점 야위고, 사람 만나기도 싫었습니다. 그러다가 피플의 사회적응 프로그램을 알게 돼 신청했지요. 웬걸, 참석해보니 직원들이 너무 따뜻하게 맞이해주시는 거예요. 강의 내용도 산재 후유증을 극복하는 데 큰 도움이 됐고요. 생각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전에는 제게 산재가 일어난 것을 원망했는데 이젠 달라요. 이 정도에 그쳐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듣고 있던 2016년도 2회기 사회적응프로그램에 참가한 산재근로자 배재식 씨(68세)도 박영화 씨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말문을 열었다.
“강사분들이 우리 마음을 그렇게 잘 헤아려줄 수가 없어요. 산재로 인한 마음의 상처도 잘 보듬어주시고, 무슨 말을 해도 이해해준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덕분에 사고 이후 어디에도 이야기할 수 없던 속마음을 그분들께 털어놓을 수 있었지요.” 참가자들의 프로그램 만족도가 높은 것은 이유가 있다. 피플에서 산재근로자를 만난 경력이 많은 상담사와 강사진을 초빙하기 때문이다. 카페에서 밝은 분위기로 수업을 진행하는 것과 매번 카페 음료를 제공하는 배려도 한몫했다. 높은 출석률과 만족도를 기록한 피플은 2014년과 2017년, 근로복지공단 선정 사회적응프로그램 우수기관 표창을 받았다.
일하는 기쁨을 되찾다
사회적응프로그램은 참가자의 구직 역량을 높이고 진로 계획을 수립한 후 끝난다. 피플은 여기서 나아가 프로그램이 끝난 후 직장 복귀를 원하는 참가자의 일자리를 알선하고 있다. 취업지원 프로그램도 피플의 사업 중 하나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2017년 5월에 사회적응프로그램을 수료한 이현숙 씨(59세)는 지난 4월 피플의 도움으로 노동의 기쁨을 되찾았다. 사고 전까지 병원에서 청소 일을 하던 그녀는 아파트 청소직으로 재취업했다.
“몇 해 전 병원에서 일하다가 오른쪽 발목을 다쳐 직장을 잃었어요. 일을 못 하고 병원과 집을 오가니 우울증이 생기더라고요. 그때 이곳의 사회적응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많은 도움을 받았는데, 1년이 지나도 잊지 않고 연락해주고 취업까지 시켜주셨네요. 좋아하는 청소 일을 다시 시작하니 일이 너무 재밌어요. 누가 시키지 않아도 정해진 시간보다 일찍 출근해서 하루를 시작한답니다.”
참가자들과 연락을 담당하는 피플 임소연 경영지원실장은 앞으로도 취업 의지를 지닌 참가자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고 전한다.
“프로그램이 끝난 후에도 참가자들과 소통하며 고민을 들어드리고 있어요. 재취업에 대해 의사를 표현해주시면 상담을 통해 알맞은 일자리를 찾아드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다시 사회로 돌아오려는 산재근로자들의 용기를 응원합니다.”
Mini Interview
  • 닫힌 문을 열고 나오는 것이 시작입니다
    재단법인 피플 정유석 이사장
    세상과 단절한 채 홀로 살아가는 산재근로자가 많아요. 자신의 고민을 나눌 만한 상대가 없다고 생각하시지요.
    하지만 힘든 마음을 헤아려줄 사람들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근로복지공단의 사회적응프로그램에 참여하셔서 비슷한 상황의 산재근로자들과 이야기도 나누시고, 전문가 상담을 통해 산재 후유증도 극복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