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보는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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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향한 약자들의 외침
“나도 그렇다”
우리 사회를 보는 다양한 시선
‘미투운동(Me Too movement)’이 연일 화제다. 사실 이 말은 약간의 우려를 담은 표현이기 도 하다.
전에 없던 사회운동이 펼쳐지고 있는 것도 아니고, 무작정 찬성(Me too)하고 나서기에 꺼림칙한 부분이 없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 사회현상에 주목해야 한다. 우리는 지금 전에 없이 사회적 약자들이 내고 있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이것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지는 두고 볼 일이지만 멈춰 있다못해 뒷걸음질 치던 우리 사회가 조금은 앞을 향해 내딛는 유의미한 한걸음일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글. 김혜영

문화 예술계로부터 사회 전반으로
시 작 은 미국에서부터였다. 지난 2017년 10월, 우리에겐 영화 <반지의 제왕> 제작 프로듀서로 잘 알려진 할리우드 유명 영화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의 성폭력 및 성희롱 혐의 내용이 <뉴욕 타임스> 등 주요 매체를 통해 보도되었다. 곧 유명 여배우들의 증언이 이어지며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게 되었는데, 당시 배우이자 가수인 알리사 밀라노가 그의 행위를 비난하기 위해 소셜미디어에서 #MeToo(해시태그)를 달면서 본격적인 캠페인이 펼쳐졌다. 이 해시태그 캠페인은 사회 운동가 타라나 버크가 사용했던 것으로, 여성들이 트위터에 여성혐오, 성폭행 등의 경험을 밝히며 해당 해시태그를 다는 행위를 통해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에 대한 보편성을 깨달을 수 있도록 독려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어가던 이 흐름은 우리나라에서도 특별한 계기를 통해 사회적 주목도를 높이게 된다. 2018년 1월 현직 여검사가 자신의 성추행 경험을 검찰청 전용 웹사이트인 이프로스에 작성한 사실이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진 것이다. 이를 통해 국내 ‘미투운동’은 사실상 전 영역으로 확대되어가는 중이다.
연극연출가 이윤택에 성추행을 당했다는 고발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확산되고, 이후 시인 고은, 극작가 오태석, 배우 조민기・조재현 등 가해자로 지목된 인물들이 계속 늘어가고 있다.
폭로에서 사회적 함의로 가는 과정
지 금 까지 ‘미투운동’을 통해 밝혀진 성폭력 사건들의 공통점은 권력과 위계에 의한 폭력행위라는 것이다. 직장 내 직급문화와 오랜 세월 고착화된 권위주의로 인해 폭력성이 사회 전반에 내재되어 있었을 뿐만 아니라 이에 대한 문제 인식은 전무하다시피 했고, 자정 노력은 있을 리 만무했다. 피해자의 폭로 이후 가해자들이 인정보다 부정을, 사과보다는 변명을 우선하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이제야 피해자를 오롯이 피해자로 인식하고, 가해자에 대한 인식이 바로잡혀가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사례가 여성이 남성을 고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점에서 남녀문제라고 하는 이분법적 논리로 해석될 수 있는 부분은 우리가 경계해야 한다. 이는 사건의 본질을 흐리고 필요에 따라서는 진영 논리로 악용될 수도 있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 미 투운동’은 사회적 약자가 피해 사실을 널리 알리고, 사회적 함의를 통해 법적 처벌과 제도 개선을 이루어나가고자 하는 행위이다. 결코 여성은 사회적 약자, 남성은 가해자로 나누어 공격하고 처단하고자 하는 보복의 행위가 아니다. 즉, 성 소수자, 장애인, 일용직 노동자 등 사회적 소수자 혹은 약자들이 불합리한 상황에 처했을 때 이를 사회에 고발할 수 있는 권리 그리고 이를 합법적으로 관리・감독할 수 있는 제도에 대한 우리 모두의 함의를 이끌어가는 과정인 것이다.
일상에서의 민주주의를 향하여
지난 3월 2일 ‘미투운동’으로 적발된 사건 중 첫 구속자가 나왔다. 미성년자 단원을 성폭행한 혐의로 연극 극단 번작이의 조증윤 대표가 구속된 것이다. 우연히 한 식당에서 이 뉴스를 보던 중 손님 한 분이 하는 말을 듣게 되었다. “이제 진짜 민주주의가 오는 것 같다.” 이 말의 뜻을 곰곰이 새겨보았다. 지난 세월 우리나라에서 ‘민주주의’란 어떤 이념이자 가치로서의 무게를 지닌 단어였다. 이를 이뤄내기 위해 수없이 많은 투쟁과 피로 얼룩진 역사가 존재했고, 그 지난한 시간 동안 우리는 곳곳의 부조리와 폭력을 감내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지금, 이곳에서 우리는 “나도 그렇다”고 외치는 그들에게 외면하지 않고 “함께 하겠다”고 약속할 수 있는 기회가 왔다.
직장 내 동료가, 내 학우가, 혹은 친구의 친구가 피해를 입을 때 눈을 돌리고 귀를 막고 모르쇠로 일관했던 일상에서 벗어나 혼자가 아니라 함께 해결해나갈 수 있다고 힘을 보태어줄 수 있는 기회 말이다.
우선 민간단체들은 성폭력 사건에 대한 실태조사와 범죄 예방을 위한 전담 기구를 설립해줄 것을 정부에 요청한 상태이며, 정부측에서는 당장 다음 달부터 분야별 신고상담센터를 운영하겠다는 내용의 대책을 발표했다. SNS를 타고 시작된 작은 목소리들이 모여 조금씩이지만 착실히 사회의 변화를 이끌어가고 있는 중이다.

변 화 는 제도나 정책에서 멈추어서는 안 된다. 우리의 인식이 주변의 상처를 어루만져줄 수 있을 만큼 성숙해질 때 진정한 변화에 도달할 수 있다.
#MeToo라는 태그에 #WithYou를 더하는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겨볼 일이다.
사실 ‘미투운동’의 저변에는 피해자들이 자신의 고통과 다시 마주해야 된다는 아픔이 깔려 있다. 떠올리기도 싫은 기억과 마주하고, 색안경을 끼고 보는 타인의 시선을 다시금 감내해야 하는 또 다른 고통의 시작인 셈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그들의 용기에 응답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