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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을 심다,
행복을 키우다
업사이클링 브랜드 몬돌키리
버려지는 것들에 디자인 또는 활용도를 더해 그 가치를 높인 제품으로 재탄생시키는 업사이클링 기업 ‘몬돌키리(MONDOLKIRI)’는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고 있다. 짬뽕 한 그릇 나눠 먹으며 몬돌키리를 지켜온 구빈회・김민욱 대표는 혼자 가면 빨리 갈 수 있지만 함께 가면 멀리 갈 수 있다는 가치를 실천하며 한 뼘 더 나은 세상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가고 있다.

글. 차유미 / 사진. 김근호

버려진 땅에서 길을 찾다
몬돌키리는 베트남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캄보디아 동부의 주 이름이다. 바로 이곳에서 사업이 시작되었기 때문에 회사의 이름을 ‘몬돌키리’라 했다. 여기에는 초심을 잊지 말자는 두 청년의 의지가 담겨 있다. 군에서 제대를 하고 대학교 4학년을 앞둔 2015년도 7월, 본격적으로 미래를 준비하기에 앞서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트로피앙 언짠마을로 친구들과 함께 해외 봉사활동을 나선 구빈회・김민욱 학생은 한 번도 상상하지 못했던 현실과 맞닥뜨렸다. 쓰레기 더미와 뒤섞여 있는 생활환경은 차치하더라도 국제사회의 원조가 없다면 마을 전체가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이 무엇보다 충격이었다.

“언짠마을의 대부분의 주민들은 캄보디아 대규모 SOC사업으로 희생된 도시 빈민들이었습니다. 3,000여 명의 주민이 살고 있었는데 평균 수명이 마흔 살이 채 안 되고, 열 살을 막 넘긴 아이들이 생계를 걱정해야 했습니다.”
김민욱 학생은 언짠마을 아이들의 눈빛을 보며 무거운 마음이 느껴졌다. 유유상종이라 했던가. 함께 갔던 친구인 구빈회 학생 역시 친구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었다. “방역을 하고, 쓰레기를 치우면서 생각을 많이 하게 됐어요. 이 마을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을까? 한 번 다녀가는 봉사가 아니라 지속적으로 도울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하고요.”
“이곳을 위해 우리가 무언가를 해보자. 실패하더라도 시작해보자.” 함께 갔던 일행들의 마음은 한데로 모아졌다.
폐간판이 가방으로, 가방이 희망나무로
봉사활동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온 일행들은 일회성이 아니라 사업을 통해 지속적으로 자립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고민했다. 사업의 아이템을 찾는 논의가 시작됐다. 아이디어를 낸 것은 구빈회 학생이었다. “캄보디아를 여행할 때 올드마켓에서 시멘트 포대를 재활용해 만든 가방을 봤습니다. 캄보디아 NGO에서 제작하고 판매했는데 제작 과정에 소외계층이 참여하고 수익금으로 학교를 보내고, 직업교육을 지원하는 것이었어요. 여기에서 아이디어를 얻어서 폐간판을 이용해서 가방을 만들어보기로 했습니다.”
뜻을 모은 친구들은 여기저기를 찾아다니며 폐간판을 모았다. 폐간판을 수거하는 일에서부터 세척을 하고, 재단을 하고, 봉제하는 것까지 기존의 시스템이 없는 일이다보니 일일이 공정 하나하나를 직접 해볼 수밖에 없었다. 샘플을 만들기 위해 수십 번을 진주와 서울을 오가며 뛰어다녔다. 그러는 과정에서 뜻을 함께했던 친구들이 하나둘 떠나기도 했다. 김민욱 대표는 “처음에는 의욕적이었어요. 길을 가다 간판을 뜯고 있는 것을 보면 기다렸다 폐간판을 수거해왔어요. 건물 옥상에서 땡볕을 맞으며 세척하면서 비보다 많은 땀을 흘리기도 했습니다. 비용을 줄이기 위해 집에서 도시락을 싸오기도 하고, 짬뽕 한 그릇으로 몇 명이서 끼니를 때우기도 했어요.”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2016년 1월, 구빈회, 김민욱 두 친구는 정식으로 몬돌키리를 시작했다. 수업시간에 배운 ‘도요타의 루손섬 식림사업’에서 모티브를 얻어 가방 하나를 팔면 언짠마을에 한 그루의 망고나무를 기부하기로 했다.
청년의 키 높이만큼 자란 망고나무
한 그루 한 그루 망고나무가 늘어나면서 언짠마을에도 조금씩 변화가 생겼다. 의구심 반 경계심 반이었던 마을 사람들의 마음도 이제는 환영으로 바뀌었다. 몬돌키리의 뜻에 동참하는 기업도 생겼다. 이런 뜻이 모아져 언짠마을에서는 5헥타르(1만 5,000평)의 마을 농장을 몬돌키리에 기증했다. 사업을 시작하고 2년 남짓. 마을 농장을 채워가는 망고나무를 보면 뿌듯함이 느껴진다. 하지만 구빈회 대표는 지금이 시작이라고 한다.
“아직까지 마을 농장을 다 채우지는 못했어요. 남아 있는 땅을 보면 더 열심히 해야겠다, 하는 생각을 하죠. 이제부터가 시작인 것 같습니다. 망고나무가 열매를 맺으려면 4년 정도가 걸린다고 해요. 한 번 열매를 맺기 시작하면 70년 정도 수확이 가능하고요. 저희의 목표는 망고나무를 심는 것이 아니라 마을 농장을 통해 마을 사람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에요.”
몬돌키리의 최종 목표는 마을 사람들의 지속 가능한 완전한 자립에 있다. 1단계 사업을 통해서 망고 농장을 완성하고, 2단계 사업을 통해서 농장의 수익성과 경쟁력을 높이며, 3단계 사업을 통해서 자립의 기반을 마련한다 등 꾸준한 계획을 가지고있다. 지금 몬돌키리는 1단계에서 2단계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놓여 있다. 2단계 사업을 위해 새롭게 ‘망고 재배 봉지’를 개발했다. 망고 재배 봉지는 과도한 햇볕을 막아주고, 벌레의 접근을 차단하여 깨끗한 망고 열매가 자라도록 돕는다. 이미 태국으로 수출 계약도 맺었다. 마을 농장에 망고가 열리면 그 망고를 수입해올 계획이다. 그렇게 한 단계 한 단계 최종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몬돌키리는 선한 목표를 가지고 탄생했다. 그 목표를 이루어가는 과정 역시 선하고자 하는 것이 구빈회・김민욱 대표가 잊지 않는 초심이다. 지금 두 대표의 눈빛은 그들에게 청춘의 길을 인도했던 언짠마을 아이들의 눈빛과 같이 빛나고 있다. 그들이 만들어갈 세상이 기대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