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을 읽어드립니다
희열, 나 자신을 완성하는 길
- 조지프 캠벨 <블리스, 내 인생의 신화를 찾아서>

sub_writer_deco한재우

 

결국 인류를 구원하는 최선의 방법은
우리 자신을 완성하는 것이라는 크리슈나의 격언으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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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리스, 내 인생의 신화를 찾아서>는 신화학자 조지프 캠벨이 20년 동안 했던 강연과 인터뷰에서 정신적인 발전에 대해 언급한 내용을 발췌한 책이다. 목차를 잡아 체계적으로 집필한 글이 아니므로 이 책과의 만남은 책 자체보다 캠벨이라는 세계적인 신화학자와의 만남으로 생각해도 좋을 것이다. 그는 미국 태생으로 1904년에 태어났다. 어린 시절에 인디언들의 문화를 처음 접하고 깊게 매료되었는데, 시간이 날 때마다 자연사 박물관을 드나들며 토템 기둥이나 가면을 들여다보곤 했다.
대학에서 문학을 전공하고 재즈 밴드와 육상 선수로도 왕성하게 활동했지만 인생의 진로를 확고하게 잡은 것은 유럽에 머물며 피카소, 프로이트, 칼융, 토마스 만 같은 거장들을 만났을 때였다. 캠벨은 그들의 예술 안에서 많은 통찰력을 얻었는데, 특히 어린 시절에 매료되었던 원주민의 토속 신화를 포함한 모든 신화는 인간 정신의 창조적인 산물이고 모든 예술가는 신화의 창조자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씨앗에 불과한 그 생각이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했다. 1929년 마침 찾아온 경제 대공황으로 일자리를 구할 수 없게 되자 캠벨은 수돗물조차 나오지 않는 시골의 오두막으로 들어가 5년 동안 책만 읽었다. 동양과 서양을 막론하고, 인간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한 해답이 신화 안에 고스란히 담겨있다는 사실을 밝혀낸 것은 그 다음의 일이다.
내가 생각하는 훌륭한 삶은 영웅의 여정이다.
영웅 신화는 그 빛을 환하게 보여주는 보편적인 패턴이다.
캠벨이 평생 동안 다양한 신화 연구를 통해 던진 메시지는 한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개인이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어떻게 성장하고 어떻게 변화를 맞이해야 하는지에 대한 틀을 신화가 제공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신화 속의 이야기와 상징들이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를 이해한다면 각자 자신이 태어난 이유, 즉 본성대로의 삶을 사는 길을 발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보자. 대부분의 신화는 모험의 이야기다. 평화로운 삶을 살고 있던 주인공에게 갑자기 과제가 들이닥친다. 도끼를 호수에 빠뜨릴 수도 있고, 황금 사과를 따와야 할 수도 있으며, 대홍수의 경고를 들을 수도 있다. 과제의 난이도는 각기 다르지만 지금까지와는 다른 삶이 펼쳐지기 시작한다는 점에 있어서는 동일하다. 캠벨은 이러한 상징을 ‘모험에의 소명’이라고 부른다. 이때 신화 속의 주인공은 ‘낯익은 현실’과의 작별을 고하고 과감하게 모험 속으로 뛰어든다. 그리고 시련 끝에 과제를완수함으로서 비로소 영웅이 되는 것이다.
캠벨은 이러한 신화 속의 패턴을 잘 이해하고 우리 삶에 그대로 적용해야 한다고 말한다. 과제는 언제나 뜻밖의 시기에 닥친다. 재난이나 사고처럼 피하고 싶은 과제도, 승진이나 유학처럼 설레는 과제도 있다. 하지만 어느 경우에도 영웅이 되는 길은 같다. 편안한 어제는 잊고 혹독한 오늘을 시작하는 것이다. 우리 삶에 그밖에 다른 길이 없음을 신화 속의 지혜는 수천 년 전부터 가르친다.
어둠이 짙게 깔린 숲으로 들어가라.
그곳에는 어떤 길도 나 있지 않다.
길이 있다면 그것은 다른 사람의 길이다.
이런 캠벨의 메시지 중에서 <블리스, 내 인생의 신화를 찾아서>가 특히 주목하는 바는 이 삶에서 우리가 지향해야할 방향이다. 무엇을 위해 사는가. 사람들은 흔히 꼽는 가치는 돈, 명예, 성공, 가족 등이지만, 그것을 통해 진정으로 원하는 바는 행복이다. 문제는 어떻게 행복에, 그것도 이리저리 흔들리는 행복이 아니라 무한하고 변함없는 행복에 도달할 것이냐이다. 이 중요한 질문에 대해 캠벨은 따뜻하면서도 단호한 음성으로 ‘희열(bliss)’을 따라가라고 조언한다.
우리는 희열이 무엇인지 안다. 그것은 우리 안에서 저절로 샘솟는 에너지다. 희열을 느끼면 활력이 느껴지고, 희열이 사라지면 에너지는 분출되지 않는다. 무언가를 할 때 이따금 희열을 느끼는 순간들을 만난다. 온전하게 현재에 존재하는 느낌, 진정한 나 자신이 되기 위해 해야하는 어떤 것을 하고 있을 때의 느낌이다. 이런 느낌을 계속 유지할 수 있다면 끝내 이 삶에서 이루어야 할 것을 이룰 수 있다. 소명을 완수하고 영웅이 되는 길이다. 참 다행스럽지 않은가. 한 번 뿐인 삶에서 진정한 나 자신이 되는 길이 희열을 따라 나 있다니 말이다. 캠벨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블리스를 따라가자. 그러면 당신을 위해 보이지 않는 길을 인도하는 전령의 신 헤르메스를 만나게 될 것이다. 당신의 길, 당신의 신화가 만들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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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재우의 서재> 대표
유튜브 <재우의 서재>를 통해 감동 깊게 읽은 책을 나누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