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공감
감성을 두드리는
아름다운 영화
마음의 여유를 갖기 힘든 요즘,
감성을 채우기엔 영화만한 것이 없다.
지친 일상에 단비가 되어줄 아름다운 영화들을 소개한다.

sub_writer_deco김제림

 

나만의 작은 숲을 찾아서
리틀 포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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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 포레스트>는 시험, 연애, 취직 등 매일 반복되는 일상생활에 지친 주인공 ‘혜원’이 고향인 농촌으로 돌아와 사계절을 보내면서 성장해 나가는 이야기다. 혜원은 처음에는 잠시 머물다 가려고 했지만 오랜 친구인 재하, 은숙과 정서적 교류를 해 나가며 고향집에 머물게 된다. 고향에서의 그녀의 삶을 대부분 채우는 것은 스스로 키운 농작물들로 직접 제철음식을 만들어 먹는 일이다. 고향집으로 돌아온 날에는 하얀 눈 속에 묻힌 배추를 뽑아 따뜻한 배춧국을 완성한다. 아카시아 꽃과 쑥갓으로는 바삭한 튀김을 만들고, 파스타 위에는 고운 빛깔의 식용꽃을 올려 면과 함께 돌돌 말아 먹는다.
어느 날 혜원은 탐스럽게 열린 생감을 따서 곶감을 만든다. 껍질을 벗겨 가을에 꼬치에 꿰어 걸어두었던 생감은 한 계절 동안 바람에 건조되며 쫄깃하고 달콤한 곶감으로 완성된다. 혜원은 곶감을 하나 맛보며 ‘곶감이 맛있다는 건, 겨울이 깊어졌다는 뜻이다’라고 되뇐다. 여기에 어릴적 엄마가 혜원에게 해줬던 말들이 오버랩된다. 음식을 만드는 동안 자꾸 먹고 싶어 하는 혜원에게 엄마는 “기다려. 기다릴 줄 알아야 최고로 맛있는 음식을 맛볼 수 있어”라고 말한다. 어떤 일이든 때가 있음을, 그리고 느림과 기다림이 결코 허무한 시간은 아님을 깨닫게 해주는 엄마의 말은 우리의 인생에도 적용되는 게 아닐까.
아름다운 농촌의 풍경과 정감 있는 음식들, 그리고 그 안에서 성장하는 혜원을 통해 ‘어떻게 살아도 괜찮다’는 따스한 위로를 건네는 <리틀 포레스트>, 우리도 잠시 바쁘게 지내온 자신을 내려두고 나의 작은 숲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
당신의 가장 빛나는 시절은 언제인가요?
미드나잇 인 파리
약혼자와 함께 잠시 파리로 여행을 온 ‘길’은 할리우드에서 꽤 인정받는 시나리오 작가지만 소설을 집필 중이다. 약혼녀는 그런 그를 못마땅해 하고, 길 역시 사치스럽고 화려한 파리 일정이 통 마음에들지 않는다. 약혼녀는 친구들과 함께 파티를 하러 가고 홀로 파리의 밤거리를 배회하던 길은 종소리와 함께 홀연히 나타난 차에 올라타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1920년대를 대표하는 예술가들인 헤밍웨이, 피카소, 스콧 피츠제럴드 등과 조우하게 된다. 1920년대를 동경하던 그는 그 후 매일 밤 시간여행을 떠나 예술가들과 친구가 되어 꿈같은 시간을 보낸다.
그러다 만나게 된 피카소의 연인이자 뮤즈인 애드리아나에게 빠지게 되고, 그녀가 동경하는 벨에포크(1890~1914) 시대로 다시 한 번 시간여행을 떠난다. 하지만 잠시 머물다 올 생각이었던 길과 달리 애드리아나는 벨에포크 시대에 머물길 바란다. 그러나 길은 깨닫는다. 사람들마다 경험하지 못한, 혹은 경험한 시대를 ‘황금기’라고 생각하고 동경하지만 결국 절대적인 황금기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금 당신이 투덜거리는 시공간이 누군가에겐 황금기라고, 그러니 현실을 도피하지 말고 끌어안으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미드나잇 인 파리>는 아름다운 파리의 배경, 그리고 시대를 풍미한 예술가들을 만나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경험이다. 당신에게 가장 빛나는 시절은 언제였는지를 떠올리며 <미드나잇 인 파리>를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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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강한 사람도 무너뜨리곤 해
러빙 빈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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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 화가 빈센트 반 고흐는 살아생전엔 단 한점의 그림밖에 팔지 못했다. 권총 자살을 한 1년 후 아르망은 빈센트와 그의 동생 테오가 주고받던 편지를 배달하던 아버지의 부탁을 받고 테오에게 보내지 못한 빈센트의 편지를 전하기 위해 길을 떠난다. 평소 빈센트를 정신 이상자라고 생각하고 그를 감싸는 아버지를 이해하지 못했지만, 빈센트가 세상을 떠나기 전 행적을 찾아가며 그는 새로운 사실들을 알게 된다. 빈센트가 묵었던 여관 주인, 그를 종종 마주쳤다는 뱃사공, 그를 치료했던 주치의까지. 그들은 빈센트를 각자의 방식으로 떠올리며 그가 죽음으로까지 가게 된 사건들을 이야기한다. 자살인지 타살인지 알 수 없는 이야기들 속에서 결국 확인한 것은 빈센트는 천재 혹은 미치광이가 아닌 그림을 사랑하는 따뜻한 사람이었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의 눈에 나는 무엇일까? 아무도 아니다. 별 볼일 없고, 유쾌하지도 않은 사람. 전에도 그렇게 앞으로도 절대 사회적인 지위를 가질 수 없는, 짧게 말해 바닥 중의 바닥. 그럼 이 모든 얘기가 틀림없는 진실이라도 언젠가는 내 작품을 선보이고 싶다. 이 보잘것없고 별볼일 없는 내가 마음에 품은 것들을.’
<러빙 빈센트>는 두 명의 감독과 제작자, 107명의 아티스트들이 10년 동안 제작한 애니메이션으로 빈센트의 삶과 화풍을 107분 동안 감상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