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여행
자작나무가 속삭이는
아름다운 풍광을 따라, 인제
인제는 세상의 소란스러움에서 벗어날 수 있는 여행지다.
하나의 거대한 자연림이라고 불릴 정도로 아름다운 숲과 산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열심히 살아왔던 올 한해,
잠시 쉬어가고 싶은 사람들을 반기는 인제를 소개한다.

sub_writer_deco김그린 여행작가

 

아름다운 자원의 쉼터,
원대리 자작나무 숲
설경의 아름다움을 감상하려면 원대리 자작나무 숲을 찾아야 한다. 1989년 솔잎흑파리 피해로 소나무가 모두 벌채된 아픔을 간직한 곳으로, 1995년까지 38ha에 자작나무 69만 본을 계속 심어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자작나무는 줄기의 껍질이 종이처럼 하얗게 벗겨지고 얇아 연인들끼리 사랑의 글귀를 쓰기도 하는 낭만적인 나무다. 껍질은 거의 기름기이기 때문에 오랫동안 썩지 않으므로 신라시대의 고분 속에서 자작나무 껍질에 글자를 새겨 놓은 것이 발견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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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원대리 자작나무 숲은 입구에서 입산 기록 후 도보로 이용할 수 있다. 그러나 자작나무가 빼곡하게 자리한 숲을 마주하기 위해서 약 1시간가량을 임도를 따라 올라가야 한다. 산허리를 따라 부드럽게 이어진 길은 남녀노소 모두 별 무리 없이 걸을 수 있는 길이다. 그렇게 마주한 겨울의 자작나무 숲은 그 자체로 휴식과 치유를 준다.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자작나무들이 속삭이는 이야기들을 가만히 듣다보면 머리를 채웠던 복잡한 생각들을 덜어낼 수 있다.
또한 자작나무 코스, 치유 코스, 탐험 코스 등 여러 산책 코스를 걷다보면 숲과 하나가 되는 신비한 경험을 할 수 있다.
봄철과 가을철 일정 기간은 산불방지 및 자연 생태계 보전을 위한 입산통제가 이루어지고 있다. 봄철은 2월부터 5월 중순, 가을철은 11월부터 12월 중순까지 통제하고 있으나 기상현황에 따라 변동이 가능하니 사전에 확인하는 것이 좋다.
나무가 울창하고
물이 마르지 않는
방태산
인제는 ‘대한민국의 허파’라고 불릴 만큼 청정 숲으로 가득하다. 그중에서도 방태산은 ‘자연환경의 보고’라고 표현할 수 있다. 산림청의 100대 명산으로 선정될 정도로 풍광이 아름답고, 골짜기와 폭포가 많아 철마다 색다른 경관을 감상할 수 있다. 또한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자연림이라고 할 정도로 나무들이 울창하고 물이 마르지 않기 때문에 희귀식물과 어종을 볼 수 있는 청정 숲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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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태산은 사방이 긴 능선과 깊은 골짜기를 뻗고 있는 풍광이 뛰어나다. 교통이 불편한 관계로 아직 오염되지 않은 깨끗한 계곡을 간직하고 있으며, 골짜기와 폭포가 많아 철마다 빼어난 경관을 볼 수 있는 산이다. 방태산 아침가리 골의 짙푸른 물은 암반 위를 구슬처럼 굴러 떨어지고, 적가리 골은 펼쳐진 부채 같은 독특한 땅 모양을 가지고 있다.
또한 수량이 풍부하고 마당바위와 이단폭포는 절경을 이룬다. 피나무, 박달, 소나무, 참나무류 등 종이 다양할뿐더러 열목어, 메기, 등의 물고기와 멧돼지, 토끼, 꿩 노루, 다람쥐 등 많은 야생동물도 서식하고 있어 아름다운 자연 생태계를 만끽할 수 있다.
산행은 주로 방동리나 미산리에서 시작한다. 방동리에서 출발할 경우 적가리골, 지당골을 지나 능선을 타면 삼거리에 닿는다. 적가리골 중류에는 높이 10m의 이폭포와 3m의 저폭포가 있어 시원하게 쏟아지는 폭포를 잠시 감상하며 쉬어가기 좋다. 삼거리에서는 서쪽 능선을 따라 오르면 주억봉에 이르는데, 이곳에서 동쪽 능선을 타고 삼거리에서 다시 북쪽 능선을 타면 대골에 이른다. 13km 거리로 5시간 30분 정도 소요된다.
미산리에서 등산을 시작하면 승두촌과 용늪골을 지나 깃대봉에 오르며 배달은석(1,416m)을 거쳐 방태산 정상에 오른다. 정상에서 개인약수로 내려와서 대개인동을 지나 승두촌으로 하산하면 된다. 약 19km거리로, 7시간 정도 소요된다. 산행코스가 짧진 않지만 방태산의 자연림을 느끼기엔 이만한 게 없다. 겨울철 산행방법을 숙지한 후 방태산에 올라보면 한 해 동안 쌓인 묵은 감정과 스트레스를 흘려보낼 수 있을 것이다.
일상의
소란스러움에서 벗어난
백담사
내설악에 있는 대표적인 사찰인 백담사는 백담계곡 위에 위치해 내설악을 오르는 길잡이가 되고 있다. 백담사는 1772년 한계사로 창건되어 운홍사, 삼원사, 선구사, 영취사로 불려왔다. 그러다가 1783년 백담사라 개칭되었는데, 전설에 의하면 당시 주지승이 꿈을 꾸었는데 도포를 입고 머리가 백발인 산신령이 나타나서 ‘대청봉에서 절터까지 웅덩이가 몇 개나 되는지 세어보라’ 하였다. 날이 밝자 주지가 일어나 꿈에서 들은 대로 산에서부터 절까지 물웅덩이 수를 세어보았더니 꼭 100개였으므로 절 이름을 백담사(百潭寺)라고 지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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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설악의 아주 깊은 오지에 자리 잡고 있는 백담사가 알려진 데는 독립운동가 만해 한용운 선사의 역할이 컸다. 1905년 백담사에서 머리를 깎고 입산수도하여 ‘조선 불교 유신론’과 ‘십현단 주해’를 집필하고, ‘님의 침묵’이라는 시를 발표하는 등 불교 유신과 개혁을 추진한 사찰이기 때문이다. 이후 만해 한용운 선사는 일제의 민족 침탈에 항거하여 민족독립운동을 구상하였던 독립운동가로서도 이름을 높였고, 백담사에는 만해기념관, 만해교육관, 만해연구관, 만해수련원 등을 조성해 만해 한용운 선사의 뜻을 기리고 있어 자녀와 함께 방문해도 좋은 곳이다.
이와 함께 백담사는 극락보전, 나한전, 산령각, 법화실, 화엄실, 일주문, 금강문 등 24개의 건물들이 있어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고찰로 인정받고 있으며 대한불교조계종 기본선원으로 지정되어 갓 득도한 승려들이 참선 수행을 하고 있다. 그만큼 세상과 단절된 고즈넉한 사찰로 잠시 일상의 소란스러움에서 벗어나고 싶은 일들에게는 가장 좋은 장소이기도 하다. 현재 백담사에서는 템플스테이를 운영해 새벽예불과 달빛이 내려앉은 수심교 다리에서의 명상시간을 갖고 있으니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참여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