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주희
Q) 현재 역학조사관으로 일하고 계십니다. 역학조사관으로 일하게 된 계기와 준비 과정이 궁금합니다.
역학조사관이 되기 전에는 서울 가톨릭대학교 보건대학원 예방의학교실에서 보건학 박사과정과 함께 사회역학을 공부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코로나19가 전 세계의 재난이 되었는데요. 보건학도로서 공부한 것들을 활용하고 밖으로 나가 행동해야 된다는 사명감이 더해져 역학조사관이 되었습니다.Q)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국민들이 역학조사에 대해 알게 되고, 또 신속하고 광범위한 역학조사에 놀라움을 표하고 있습니다. 역학조사란 무엇이며, 역학조사관은 어떤 일을 하나요?
역학조사는 지역사회에서 발생하고 있는 감염병의 분포와 원인을 규명하는 일입니다. ‘원인 없는 결과는 없다’는 전제 하에 감염병을 인지한 시점에서 발생 시점까지 신속하게 추적해 추가 전파를 막아내는 과정인데요. 업무는 역학조사의 계획과 수행, 교육뿐만 아니라 질병의 예방을 위한 광범위한 일들을 수행하게 됩니다. 또한 역학조사관은 감염병이 지역사회에 확산되어 심각한 위해를 가할 것으로 우려되는 경우엔 장소의 폐쇄, 출입금지, 이동제한 등의 판단을 내릴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습니다.Q) 현재 코로나19로 역학조사관의 업무가 무엇보다 중요해졌습니다. 코로나19 역학조사는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나요?
자세하게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환자 발생 시 환자에게 전파를 일으킨 감염원 조사, 환자로부터 전파가 이루어질 수 있는 접촉자 조사 등을 감염병 전파 차단을 위해 진행합니다. 조사 방법으로는 환자나 접촉자 인터뷰, 위치추적, 신용카드 조사 등 여러 방법을 사용하고 있습니다.Q) 역학조사를 하시는 데 애로사항 및 업무과중이 많으실 것으로 예상됩니다. 업무를 수행하시는 데 어려움은 무엇이며 이를 어떻게 극복하고 계시나요?
코로나19는 신종바이러스이기 때문에 전파 차단을 위한 정보가 부족합니다. 따라서 현장 출동할 시 며칠간 그 지역에 머무를지 알 수 없는데요. 하루, 이틀 후에 복귀할 것으로 예상하여 단벌로 출동한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막상 현장에 가니 일주일을 머무르며 조사를 진행하게 되었지요. 피곤한 몸을 이끌고 자기 전에 항상 빨래를 했던 기억이 납니다. 또한 현장의 특성상 밥을 잘 못 챙겨 먹을 때가 잦다는 것도 힘든 부분입니다. 하지만 몸이 지치다가도 격리되어있는 분들, 함께 대응하시는 분들을 보면 오히려 힘이 납니다. 또한 가장 힘이 되는 것은 코로나19 시대에 보건학도로 대한민국에서 역학조사관으로 일하는 자부심입니다.Q) 역학조사 업무를 하시면서 특별히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확진자가 발생하여 코호트 격리를 진행 중인 요양원에 출동한 적이 있습니다. 감염 위험이 높은 현장이었기 때문에 보호복을 철저히 입고 들어갔는데요. 조사하는 중에 방에 누워계신 어르신을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만약 제가 그 어르신이었다면 자기 집에 우주복을 입은 사람들이 들어와서 심각한 조사를 한다고 생각하니 아찔하고 두려웠을 것 같습니다. 현장을 나오며 긴급하고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사람을 먼저 보며 그들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는 힘을 가진 전문가가 되어야겠다고 다짐한 경험이 있습니다.Q) 역학조사는 전염병 등의 확산을 막고, 국민 건강을 지키기 위해 매우 중요한 부분입니다. 역학조사를 실시할 때 조사관님의 철칙 또는 신념은 무엇인가요?
첫 번째는 확진자분들을 안심시키는 것입니다. 조사 중 확진자분이 하셨던 말 중에 ‘물의를 일으켜 죄송합니다.’라는 말이 가슴 속에 남아있습니다. 코로나19에 감염되고 싶어서 감염된 사람은 없습니다. 본인이 치료를 잘 받고 회복하는 것이 우선인 상황에서 사과하고, 걱정하는 모습을 보면 안쓰럽고 마음이 좋지 않지요. 그들에게 본인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을 인지시켜주고, 궁금한 것은 최대한 설명해드려 걱정을 덜어주는 것이 철칙입니다. 두 번째는 모든 조사 과정에 책임감을 갖는 것인데요. 저의 한순간의 판단으로 누군가는 14일간 격리될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국민들의 세금을 받고 제게 허락된 권한을 올바르게 사용하기 위해 그에 응당한 책임을 다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관련 정보를 최대한 꼼꼼하게 수집하고 체크하여 판단하고 행동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Q) 보건학을 전공하셨는데요. 실제 역학조사관으로 일하시는데 도움이 되는 부분이 있는지요.
역학조사관들은 보건학, 의학, 간호학 등 다양한 학문의 전문가들이기 때문에 현장을 바라보는 시각에도 차이가 있습니다. 역학조사 과정 중 입구집단의 건강수준을 파악하는 공중보건학적 시각은 필수적입니다. 학창시절 교수님께서 공중보건과 건강의 정의를 강조하셨던 이유를 이제는 알 것 같아요. 또한 다양한 교내 활동들을 하며 사람에 대한 관심과 사랑 등을 배웠고 그것들이 이론들과 어우러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Q) 역학조사관을 희망하는 분들도 계실 듯합니다. 조언 부탁드립니다.
제가 누군가에게 조언을 할 수 있는 위치는 아닌 것 같습니다. 그래도 저의 경험을 조금 나누어 보자면 전문가가 되기 위한 공부 이전에 다양한 프로그램들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많은 경험을 쌓고, 선후배들을 만나며 더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한 노력을 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실질적인 도움을 더하자면 중앙역학조사관의 지원 요건은 관련분야 석사 이상 또는 경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석사과정을 지원하여 공부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Q) 앞으로의 목표 및 계획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우선, 코로나19 재난으로부터 국민들을 지키고 한 사람 한 사람을 위해 최선을 다하며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이 목표입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보건학 연구를 지속하고 있기 때문에 현장의 경험과 이론을 겸비하여 추후에는 학교로 돌아가 진리를 탐구하고 더 나은 세상이 되어가는 과정에 함께 참여하고 싶습니다. 또한 제가 배운 것들을 후학들에게 뿌리고 싶은 마음이 커서 보건학, 역학조사에 관한 책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언제가 여유가 생긴다면 취미로 써내려온 시들을 한데 모아 시집 한권을 출판하고 싶습니다.Q) 마지막으로 코로나19로 힘든 상황 속에서도 최선을 다하고 있는 분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자신과 다른 사람들을 위해 예방수칙을 지키며 생활하시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뭉클해집니다. 마스크를 착용하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는 상황이 지치시더라도 함께 이 위기를 극복해 나갔으면 합니다. 저 역시 역학조사관으로서 코로나19 예방과 확산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