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힘든 날을 딛고 일어서면
반드시 좋은 결과가 있다는 거 알아둬” - 주방 책임자가 전해준 그 한마디
살다 보면 선택하고 싶지 않은 삶이 내 앞으로 뚝뚝 떨어져 올 때가 있다. 이른바 꽃길을 걷다 가시덤불이 엉켜 있는 험로를 헤쳐나가야 하는 경우가 있는 것이다.
10여 년 전, 남편이 다니던 회사가 갑자기 휘청거리는가 싶더니 월급이 제때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그 기간이 길게 이어졌다. 빠듯한 월급이지만 요긴하게 사용했던 터라, 그 빈자리는 크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하루하루의 시간이 잔혹함과 암담함 그 자체였다. 그러나, 그냥 이대로 안방마님으로 주저앉을 수 없다는 생각에 야무지게 팔을 걷어붙인 채 바깥세상으로 도전장을 냈다.
‘어떤 일이라도 해야겠다’라는 일념으로 알음알음 찾아간 곳은 예식장에 속해 있는 뷔페식당이었다. 하루 일당을 받고 뷔페식당에서 하는 일은 꼬박 10시간 넘게 설거지를 하는 것이었다. 두 명의 설거지 요원이 배정된 주방에 들어가기 전, 나는 목이 긴 검은장화와 빨간 고무장갑, 앞치마, 모자 등을 받았다. 어정쩡한 초보였지만, 마음의 준비만큼은 전쟁 나가는 병사처럼 비장한 얼굴로 일관했다. 그러나, 그야말로 산더미처럼 무자비하게 쌓여 들어오는 접시의 행렬에 기겁을 안 할 수 없었다.
안간힘을 다해 닦고 헹궈내도 끝이 안 보였다. 게다가 허리가 끊어질 듯 아파 잠시 의자에 앉아 쉬고 싶어도, 눈치를 주는 여자 주방 책임자 때문에 줄곧 서 있어야 하는 고통을 감내해야 했다. 그래도 힘들지만, 손에 돈을 쥘 수 있다는 즐거움으로 하루하루를 그냥저냥 살아가던 어느 날, 여느 때처럼 주방에서 열심히 접시를 헹구다 그만 눈에 세제 풀어놓은 물이 들어갔다. 순간, 눈이 쓰라려서 바닥에 쪼그려 앉았다. 그때 여자 책임자가 구세주처럼 내게 다가와서 맑은 물로 눈을 씻어준 후, 수건으로 얼굴을 정성껏 닦아주었다. 평소 같으면 ‘힘들긴 뭐가 힘들어 빨리 해’라고 독촉하던 잔소리 여왕인 그녀가 그날 내게 너무 살갑게 대해주는 게 아닌가.
나중에 회식 자리에서 내게 이런 말을 해준 것이 기억에 남는다.
10여 년 전, 남편이 다니던 회사가 갑자기 휘청거리는가 싶더니 월급이 제때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그 기간이 길게 이어졌다. 빠듯한 월급이지만 요긴하게 사용했던 터라, 그 빈자리는 크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하루하루의 시간이 잔혹함과 암담함 그 자체였다. 그러나, 그냥 이대로 안방마님으로 주저앉을 수 없다는 생각에 야무지게 팔을 걷어붙인 채 바깥세상으로 도전장을 냈다.
‘어떤 일이라도 해야겠다’라는 일념으로 알음알음 찾아간 곳은 예식장에 속해 있는 뷔페식당이었다. 하루 일당을 받고 뷔페식당에서 하는 일은 꼬박 10시간 넘게 설거지를 하는 것이었다. 두 명의 설거지 요원이 배정된 주방에 들어가기 전, 나는 목이 긴 검은장화와 빨간 고무장갑, 앞치마, 모자 등을 받았다. 어정쩡한 초보였지만, 마음의 준비만큼은 전쟁 나가는 병사처럼 비장한 얼굴로 일관했다. 그러나, 그야말로 산더미처럼 무자비하게 쌓여 들어오는 접시의 행렬에 기겁을 안 할 수 없었다.
안간힘을 다해 닦고 헹궈내도 끝이 안 보였다. 게다가 허리가 끊어질 듯 아파 잠시 의자에 앉아 쉬고 싶어도, 눈치를 주는 여자 주방 책임자 때문에 줄곧 서 있어야 하는 고통을 감내해야 했다. 그래도 힘들지만, 손에 돈을 쥘 수 있다는 즐거움으로 하루하루를 그냥저냥 살아가던 어느 날, 여느 때처럼 주방에서 열심히 접시를 헹구다 그만 눈에 세제 풀어놓은 물이 들어갔다. 순간, 눈이 쓰라려서 바닥에 쪼그려 앉았다. 그때 여자 책임자가 구세주처럼 내게 다가와서 맑은 물로 눈을 씻어준 후, 수건으로 얼굴을 정성껏 닦아주었다. 평소 같으면 ‘힘들긴 뭐가 힘들어 빨리 해’라고 독촉하던 잔소리 여왕인 그녀가 그날 내게 너무 살갑게 대해주는 게 아닌가.
나중에 회식 자리에서 내게 이런 말을 해준 것이 기억에 남는다.
그때 난 고개를 끄덕거리며 그녀의 다그침을 이해하게 되었다. 게다가 구렁이 담 넘어가 듯, 설렁설렁 대충 마무리해서는 안 되는 청결 유지 직종이기에 더욱 공감이 갔다. 당시 주방 설거지 일은 경제적으로 힘든 삶의 여정에 MSG 같은 최상의 직업이었다고 자부한다. 여하튼 그 옛날 물먹은 솜처럼 온몸이 무겁고 힘들었던 그 시절에 주방 책임자가 해준 말을 떠올리면서, 오늘도 나는 주어진 일에 매사 최선을 다하는 사람으로 거듭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