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보는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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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의, 혼자에 의한, 혼 자 를 위한!
우리 사회를 보는 다양한 시선
우리는 MBC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가 오랫동안 사랑받고, ‘1인’과 ‘경제(economy)’의 합성어 ‘1코노미(1conomy)’가 소비 트렌드로 언급되고, 블로그·SNS·유튜브 등 1인 미디어가 기존 언론의 대안으로 떠오르는 시대에 살고 있다. 혼자의, 혼자에 의한, 혼자를 위한 각종 제품·서비스·콘텐츠가 쏟아져 나오고 있으니 ‘1인 라이프 시대’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글. 김하늘

바야흐로 혼밥의 시대
혼자서 밥 먹는 사람을 보고 “웬 청승이냐”고 말하던 시대는 갔다. 이제는 고깃집에서도 당당히 “한 명이요!”를 외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TV 프로그램 <전지적 참견 시점>에 출연해 인기를 얻고 있는 김송 매니저(개그맨 박성광의 매니저)가 방송을 통해 ‘혼고기’를 자주 한다고 당당히 밝힌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고깃집에서 혼자 고기를 굽는 일이 아무렇지 않은 시대가 된 것이다. 하지만 ‘혼고기’를 하는 사람은 혼밥족 중에서도 꽤 레벨이 높은 축에 속한다. 다른 사람의 시선에서 벗어나지 못한 사람이 아직도 있기 때문. 그래서일까. 혼밥에 특화된 1인 식당, 혼밥 식당이 인기를 끌고 있다. 혼자 밥을 먹기 쉽게 ‘바(BAR) 테이블’을 배치하거나, 독서실처럼 칸막이를 두거나, 1인용 식탁을 배치하는 식당이 늘어난 것이다.
메뉴 구성도 다양하다. 특히 보쌈이나 족발, 삼겹살, 샤부샤부 등 기존에 2인분 이상 시켜야 했던 메뉴를 혼자서 먹을 수 있게 판매하는 식당들이 인기다.

‘혼밥’을 하는 1인 가구가 자주 찾는 곳 중 하나는 바로 편의점이다. 편의점 도시락을 즐겨먹는 ‘편도족’, 편의점에서 1인용으로 손질된 채소나 과일 등을 찾는 ‘편채족’이라는 신조어도 생겨났다. 기존에 인기 있던 도시락, 컵밥은 물론이고, 닭발, 족발, 스테이크, 킹크랩까지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간편식의 범위는 상상 이상으로 넓어지고 있다. 심지어 CU는 업계 최초로 편의점 매장 내에 정육 자판기를 설치해 소비자가 신선한 정육을 소량 구매할 수 있게끔 서비스하고 있다.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재료만으로 매화 새로운 음식을 해 먹는 웹툰 <편의점 만화왕>이 인기몰이를 한 이유도 이와 맥락을 같이한다.
점차 1인화되는 문화 공간
“영화 보러 갈래?” 친구와 약속을 잡던 것도 이제는 옛말. ‘영화에 몰입하고 싶어서’, ‘약속잡는 게 번거로워서’ 등의 이유로 일부러 혼자 영화관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들을 가리켜 ‘혼영족’이라 하는데, 그 수가 점차 늘자 혼영족을 위한 서비스를 도입하는 복합영화관이 늘고 있다. 메가박스는 혼영족을 위한 ‘싱글석’을 운영하고, 관람권 1장과 작은 사이즈 팝콘·음료를 묶어 판매하는 1인 패키지를 내놓았다. 이에 CGV는 2인용 제품 위주였던 팝콘 메뉴에 1인 관객용 싱글팩 메뉴를 추가했다. 음료 컵 위에 간식 통을 끼워주는 형태로, 혼자 영화를 보는 사람들이 한 손에 음료와 간식을 들고 한 손으로는 영화 티켓을 꺼내거나 소지품을 챙길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혼자 커피를 마시며 업무를 보거나, 책을 읽거나, 공부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에 발맞춰 여러 카페에서 1인석을 도입하고 있으며, 1인용 세트 메뉴나 식사 메뉴도 출시하고 있다. 탐앤탐스는 얼마 전부터 카페 내에 1인용 독서실 책상 자리를 마련해 취업준비생 및 대학생 고객에게 사랑받고 있다.
대세는 1인 미디어
인터넷에서는 1인 미디어가 대세다. 온라인 게임 중계를 하거나, 다양한 화장품을 소개하고 그에 맞는 화장법을 알려주거나, 맛있는 음식을 잔뜩 차려놓고 먹으며 맛을 평가하는 등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에 관한 콘텐츠를 제작해 올리는 이들이 늘어난 탓이다.
아이가 있는 집이라면 누구나 아는 <캐리와 장난감 친구들>의 진행자 ‘캐리’, 온라인 게임을 하며 자신만의 플레이 비법을 보여주는 ‘대도서관’, 아프리카 TV에 축구와 유머 콘텐츠를 올리며 대활약하다가 ‘2018 러시아 월드컵’ 해설위원으로도 발탁된 ‘감스트’ 등 1인 미디어 스타들도 대거 생겨나고 있다. 구독자 수 50만 명에 육박하는 BJ(1인 방송 창작자)가 점차 생겨나자, 1인 미디어는 개인이 블로그·SNS를 통해 자신의 글과 사진, 영상 등을 대중과 공유하던 수준을 넘어 점차 산업화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인터넷 방송을 전문으로 하는 BJ, 유튜버 등이 직업화됐고, 이를 기반으로 상품 판매 광고 콘텐츠를 제작하는 ‘1인미디어 커머스 크리에이터’ 등의 직업도 생겨나고 있다.
1인 미디어의 파급력이 향상되자, 최근에는 방송계에서도 1인 미디어를 활용한 콘텐츠를 만들어내고 있다. MBC 예능 프로그램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 TV 스타와 사회 각계각층의 전문가들이 펼치는 1인 방송 대결 방식으로 꾸며졌다면, 최근 방영되고 있는 JTBC 예능 프로그램 <랜선라이프-크리에이터가 사는 법>은 최근 핫한 1인 크리에이터들의 삶을 사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만큼 1인 크리에이터들이 막강한 브랜드 파워를 가지게 됐다는 의미다.
1인 미디어는 콘텐츠 제작자가 별도의 자본과 기술 없이도 콘텐츠를 제작해 대중과 실시간으로 소통·공감할 수 있게 해주었고, 콘텐츠 소비자에게도 그에 못지않은 편익을 가져다주고 있다. TV 방송과 다르게 자신의 관심사에 맞는 콘텐츠를 선택해 다양하게 즐길 수 있고, 기성 언론에서는 다루지 않았던 여러 내용을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1인 미디어가 지닌 여러 장점 덕분에 1인 미디어의 성장세가 당분간 계속될 것이며, 점차 다양한 분야에 접목돼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40~60대도 많아요
1인 가구는 20~30대가 대부분이라고 생각하겠지만, 40~60대 중·장년층이야말로 진정한 경제의 큰손으로 떠오르고 있다. 미혼·비혼 인구가 늘면서 생겨난 변화다. 통계청이 발표한 ‘인구주택총조사에 나타난 1인 가구의 현황 및 특성’에 따르면, 25~34세의 1인 가구 비율은 2000년 37.9%에서 2017년 23.8%로 감소했지만, 중·장년층의 1인 가구 비율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45~54세는 2000년 11.1%에서 2017년에는 15.8%로 늘어났으며, 55~64세는 2000년 13.2%에서 2017년에는 17.1%로 증가했다.
더군다나 중·장년층은 20~30대보다 경제력도 있어서, 식품·가전 분야에서는 40~50대 1인 가구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총력을 가하는 상황. 소용량·소포장 식품을 찾는 중·장년층이 늘고 있으며, 즉석조리식품·반조리식품을 찾는 비율도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수많은 사회·경제학 전문가들이 1인 가구가 차지하는 비율이 매년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는 가운데, 사회 각 분야와 전 세대에 걸쳐 변화가 이어지고 있다. ‘혼자여도 괜찮을까?’라는 질문 앞에 당당하기 위해서는 변하는 세상을 향해 열려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