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엄하게 산다는 것>은 독일의 뇌과학자이자 대표적인 지성인으로 꼽히는 게랄트 휘터가 지은 책이다. 이 책은 제목에서 풍기는 첫인상처럼 다소 무겁고 딱딱하다. 호흡이 짧은 시대, 자극적인 동영상이 득세하는 시대에 ‘존엄’이라는 단어를 깊게 음미해본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존엄하게 산다는 것>이 독일에서 반 년 넘게 베스트셀러의 최상단 자리를 지켰다는 사실은 놀라운 일이다.
그가 몇 백 명의 청중들 앞에서 진행되는 토론회에 참석한 자리였다. 발언이 끝나갈 때쯤 휘터는 갑자기 예정에 없던 충동이 일어 대뜸 옆자리에 패널로 참여한 대기업 CEO에게 물었다. “당신에게 큰 수익을 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그런데 그 기회가 스스로의 존엄함을 무너뜨리는 일입니다. 당신은 눈앞의 이익과 개인의 존엄 앞에 과연 어떤 선택을 하겠습니까?” CEO는 당황했다. 커다란 이익과 자신의 존엄, 둘 중에서 무엇을 택하겠느냐는 질문 앞에서 그 CEO는 아무 대답을 하지 못했다. 침묵이 좌중을 압도했고, 곧이어 큰 박수가 터져 나왔다.
우리가 평소에 얼마나 흔하게 스스로의 존엄함을 놓치고 살아왔는지를 일깨운 순간, 사람들은 무의식 깊은 곳에 잠들어 있던 존재의 진동을 느끼고는 벅찬 감동에 젖었던 것이다. 이 경험으로 게랄트 휘터는 우리가 본래 가진 존엄을 널리 알려야겠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