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주희 사진 전예영
Q) 어떻게 영화 유튜브를 시작하게 되셨나요?
어릴 적부터 영화를 좋아했어요. 고등학교 땐 대전영상원에서 영화공부를 했었는데 최연소 영화감독으로 데뷔까지 할 뻔했어요. 그런데 제작 과정에서 엎어졌고 졸업 후에는 IT업계에서 웹퍼블리셔로 평범하게 직장생활을 했었죠. 그런데 워낙 영화를 좋아하고 영화 이야기를 하는 것도 좋아하니까 해외 유튜브를 많이 봤었어요. 당시 국내에는 영화 유튜버가 거의 없었거든요. 그러다가 제가 한 번 해볼까 라는 생각으로 유튜브를 시작하게 됐죠.Q) 엉준 님의 유튜브는 어떤 콘셉트인가요?
초반에는 예능 콘셉트였어요. 친구와 가볍게 수다를 떠는데, 조금 웃긴 친구가 나와서 얘기하는 듯한 느낌이었죠. 그런데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들이 너무 가벼운 것 같다고 의견을 주셨어요. 깊이가 있었으면 한다고 하셨죠. 그래서 지금은 친구와 영화 이야기를 하는데, 웃긴 것보다는 나와 대화가 통하면서도 조금 더 영화를 잘 아는 친구 콘셉트로 하고 있어요. 영화 이야기를 쉽게 풀어서 하고 기술적인 부분은 잘 얘기 안하려고 해요. 어렵기도 하고, 그게 일반 관객 분들에게는 큰 요소가 아니니까요.Q) 콘텐츠 제작 과정이 궁금해요.
하나의 영상을 완성하는데 3~4일 정도 걸려요. 대본을 다듬는 시간이 1~2일 소요돼요. 계속 보면서 문장을 다듬죠. 촬영과 편집은 생각보다 오래 걸리지는 않아요. 대본부터 촬영, 편집까지 전부 직접하고 있는데 기술이 뛰어나지는 않지만, 제 영상을 만드는 데에는 최적화되어 있어요.Q) 영화 선정은 어떻게 하세요?
한 장르에 특화되어서 그 장르가 줄 수 있는 재미가 있는 영화를 소개해요. 프랑스의 스릴러 영화인 ‘로우(Raw)’는 자기 전에 우연히 봤는데요. 너무 충격적으로 재미있어서 리뷰를 했어요. 대만의 공포영화 ‘반교’도 마찬가지고요. 스릴러 영화면 소름을, 공포영화면 공포심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그런 영화들이에요. 우리나라 영화는 여러 장르가 섞여있는 게 특징이라 국내에 많이 없기도 한 영화들이죠.Q) 영화를 정말 많이 보실 듯해요.
일주일에 6편 정도를 꾸준히 보고 있어요. 극장에서 가장 많이 보지만 현재 코로나19 때문에 온라인 시사회나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영화를 볼 때는 메모를 하지 않고 영화에만 집중해요. 한순간이라도 놓치고 싶지 않기 때문이죠. 영화는 즐기면서 보고 나중에 장면 장면을 곱씹으면서 생각을 정리하고 있습니다.Q) 엉준 님 콘텐츠는 솔직하고 재미가 있어요. 영화비판도 많이 하시는데요. 혹시 항의를 받는 일은 없으세요?
일을 하다보면 기자나 제작자 분들을 많이 만나는데요. 영화 평론 자체가 예전부터 있었기 때문에 개의치 않아하세요. 그냥 누군가의 의견인가보다 하고 넘기시죠. 그래서 오히려 용기를 얻어요. 어차피 개의치 않는다면 더 자유롭게 말해볼까? 이런 거죠. 하하. 사실 저도 영화비판을 하면서 걱정을 안 했던 건 아닌데, 여러 논문을 찾아보니 평론이 영화 흥행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자유롭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Q) 매년 ‘망작영화제’도 하시는데요. 이유가 있으세요?
망작영화제를 열거나 재미없는 영화를 굳이 언급하는 이유는 미래의 영화인들을 위해서예요. 이렇게는 안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의미죠. 다양한 생각을 공유하며 영화에 대한 눈을 높여갔으면 하는 거예요. 그리고 예전에는 쓴 소리를 하는 영화평론가들이 계셨는데, 언제부터는 그런 분들이 많이 사라지셨어요. 그래서 ‘저라도 해야겠다’고 생각했죠.Q) 엉준 님의 인생영화는 무엇인가요?
제일 어려운 질문이에요. 늘 새롭고 좋은 영화가 나오기 때문에 인생영화를 정해둬도 뛰어넘는 영화가 나올 수 있으니까요. 아마 임종 직전에야 답변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그래도 살아가는 인생 방향을 잡아준 영화가 몇 편 있는데요. ‘더록’은 영화학도가 되고 싶다는 꿈을 갖게 해준 영화에요. ‘머니볼’은 직장생활을 잘 할 수 있게끔 해줬고요. 직업을 대하는 태도를 배울 수 있었어요.Q) 직장인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영화는요?
얼마 전에 라디오에서도 한 번 추천했는데요. ‘김씨표류기’라는 영화에요. 자살하려고 마음을 먹은 남자 김 씨와 은둔형 외톨이 여자 김 씨가 나와요. 남자 김 씨는 한강에 뛰어들었지만 무인도에 표류해요. 그리고 여자 김 씨는 SNS에서 다른 사람인 척하며 외로움을 달래던 중 카메라로 우연히 남자 김 씨를 발견하게 되죠. 그러면서 두 사람은 서로를 위로하는 친구가 돼요. 지금은 코로나19 시대 이기도 하고, 만남이 적어지면서 외로움을 느낄 때가 있는데요. 그런 외로움이 나쁜 감정이 아니라는 걸 이 영화를 통해서 느꼈어요. 많은 사람에게 사랑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단 한 사람이라도 위로를 나눌 수 있다면 살만한 인생이 아닐까 싶어요. 저도 얼마 전에 다시 한 번 보면서 많은 위로를 받았습니다.Q) 유튜버에 관심을 갖는 직장인 분들도 많으세요.
어떻게 시작해보면 좋을까요?
Q) 지금은 유튜버로 전업을 하셨는데요.
유튜버를 희망하시는 분들은 수익적인 부분에도 관심이 많을 것 같아요.
어떤 가요?
Q) 유튜버에 도전한다면 어떤 마음가짐이 필요할까요?
최근 일부 유튜버들이 문제를 일으키고 있어요. 유튜브 인기영상을 보면 사과영상이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어요. ‘죄송합니다’ 카테고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농담할 정도에요. 그래서 유튜버를 한다면 거짓말만 안 했으면 좋겠어요. 최근 문제들도 거짓말을 해서 생긴 일이거든요. 거짓말은 언젠가 밝혀지게 되어 있어요. 내가 잘 모르는 분야면 모른다고 해도 유튜브에서는 그것 자체가 콘텐츠가 돼요. 내가 남들보다 많아 알아야 한다, 똑똑해야 한다, 잘나야 한다 이런 건 굳이 안 해도 돼요. 있어 보이기 위해서나 주목 받기 위해서 거짓말을 하는 건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일입니다.Q) 앞으로의 계획하고 계신 일이 있나요?
영화 촬영 현장에 방문해서 스태프로 일도 도와드리면서 어떻게 영화가 완성되는지를 소개하는 콘텐츠를 기획하고 있어요. 하루는 촬영스태프, 하루는 조명스태프, 하루는 엑스트라 등으로요. 영화는 감독과 배우로만 완성되는 게 아니라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있어야 하거든요. 가끔 진로상담을 받는데 대부분 영화감독을 꿈꾸세요. 저는 항상 영화감독만이 영화인이 아니라고 조언을 드려요. 영화감독이 되는 것도 좋지만, 한 분야를 찾아서 전 문가가 되는 것도 오래 영화 일을 할 수 있는 방법이에요. 그래서 영화와 관련된 다양한 직업을 소개해 드리면 어떨까 싶어요.Q) 마지막으로 유튜버를 희망하시는 분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유튜브를 희망하시거나 시작하신 분들이 계실 텐데요. 처음부터 올인은 안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성공할지 안할지 모르기 때문에 직장생활과 병행하시면서 취미처럼 해보시길 추천 드려요. 또한 공공장소에서 촬영을 하는 게 쉽지 않아요. 의도치 않게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에 영상 촬영을 할 때는 사전 허락을 받는다든지 매너 있게 해야합니다. 유튜버들이 건강한 이미지를 회복할 수 있도록 저는 물론, 다른 유튜버와 유튜버 지망생 분들이 함께 노력해 나갔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