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계절은 육지보다 두 달 가량 느리게 온다.
육지에서는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7, 8월에 바다로 피서를 나가는 데에도 나름의 과학적인 이유가 있는 셈이다.
특히 강원도 양양은 처음 서핑을 해보려는 사람들에게 매력적인 여름 여행지다.
파도 성수기는 가을과 겨울이지만, 여름에는 잔잔하고 안정적인 파도가 이어지는 만큼 오히려 입문자에게 적합하기 때문이다.
산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도 빠지는 것이 없다. 백두대간에 포함된 설악산이 떡하니 버티고 있고
그 사이사이에 휴식을 취하기 좋은 온천이며 템플스테이 등이 포진해 있다.
글 김그린 여행작가
양양의 대표 서핑타운,
죽도 해수욕장과 서피비치
양양을 서핑의 성지로 굳건하게 만든 곳으로 죽도 해수욕장 인근을 빼놓을 수 없다. 수심은 얕지만 방파제를 쌓으면서 상대적으로 높은 파도가 만들어져 서퍼들 사이에서 이름이 알려졌다. 서핑숍, 숙박업소 등 서핑 관련 인프라가 마련되어 있어 서핑을 목적으로 온 사람에게는 베이스캠프로 적합한 곳이기도 하다. 특히 여름휴가 시즌에는 수많은 입문자들이 강습을 받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시즌에는 자연환경조차도 입문자를 도와준다. 해변가가 안쪽으로 동그랗게 말려 있어 여름 계절풍과 만나면 상대적으로 잔잔한 파도가 일기 때문이다.
죽도해변과 인구해변 사이를 이어주는 양리단길도 여행자를 죽도로 끌어들이는 이유 중 하나다. 동남아의 이국적인 감성을 담아낸 카페와 펍들이 모여 있어 마치 해외로 나온 듯한 느낌이 든다. 파티로 유명한 게스트하우스, 오션뷰 클럽 등 열정적인 밤을 보내고 싶은 사람들에게도 흥미로운 곳이다. 성수기 시즌에 진행하는 펑키투나잇 공연도 한껏 흥을 돋운다.
반면 죽도 해변에서 약 8km가량 떨어진 서피비치는 서퍼들을 위한 프라이빗 비치로 양양에서 새롭게 뜨고 있는 명소다. 본디 군사보호구역으로 이용이 제한된 해안가였지만, 서핑 전용 해변으로 오픈하면서 각광받기 시작했다. 이 곳의 특징은 서핑 강습을 위한 시설 외에도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는 부대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는 것이다. 해변을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고, 해변가에 파라솔과 해먹, 샤워시설 등이 마련되어 있다. 일정 금액을 내야 사용 가능하지만 서핑강습을 받거나 보드를 대여하는 사람들은 모든 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여기에 이색적인 숙박을 원하는 사람들을 위한 캠핑시설과 오토캠핑장까지 갖춰져 있어 방문객이 나날이 늘어나는 추세다.
음악과 술로 가득한 속세에서 잠시 떨어져 차분한 휴가를 보내고 싶을 때 단연 권할만한 것은 절을 찾는 것이다. 양양의 낙산사는 관동팔경 중 하나로 뽑힐 정도로 빼어난 경치를 자랑하는 곳에 위치해 있다. 절 자체는 오봉산에 위치해 있지만 바다를 바라보고 있어 그 자체로 독특한 풍광을 자랑한다. 2005년 양양 화재로 인해 많은 부분이 소실되는 안타까운 일도 있었지만 오랜 기간 복원공사를 진행해 다시금 원래의 모습을 갖추었다.
낙산사
낙산사
특히 낙산사의 해수관음상은 해수관음성지로서의 면모를 보여주는 곳으로 바다를 바라보는 관음상에게 기도를 하러 들리는 사람들로 붐빈다. 본당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홍련암도 관음보살의 전설을 접할 수 있는 대표적인 장소다. 화업조의 개조인 의상이 7일 밤낮으로 기도를 드린 끝에 바다에서 붉은 연꽃이 피어나며 관음보살이 나타났다는 이야기가 내려온다. 이를 의상이 기리기 위해 홍련암이라는 암자를 지은 것이다. 홍련암 아래에는 의상을 인도한 푸른 새가 숨었다는 석굴이 있어 한층 그 신비로움을 높인다.
낙산사에서는 휴식형으로 템플스테이를 운영한다. 예불을 드리고 108배를 부처님께 올리며 염주를 꿰는 것은 선택이지만, 사찰 예절을 배우고 절의 일을 나누어 하는 운력은 필수다. 휴식형인 만큼 일정이 여유로워 좋아하는 책이나 취미거리를 함께 가져가도 좋다. 워낙에 절이 크고 볼거리가 많으니 자유시간 동안 절을 샅샅이 탐험해보는 것도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 여행업 종사자와 봉사한 의료인을 위한 특별 프로그램도 기획되어 있다.
오색탄산온천
보통 설악산의 온천이라면 인제나 속초 등을 떠올리기 쉽지만 양양 역시 물 좋은 온천들이 숨어있는 보석같은 곳이다. 철분이 많이 포함되어 독특한 냄새가 나는 오색온천에서는 톡 쏘는 탄산온천과 알칼리 온천탕을 즐길 수 있다. 탄산온천은 수온이 27℃가량이기 때문에 시원한 느낌에 가깝지만 5분 정도 몸을 담그고 있으면 온몸에 탄산기포가 생기며 후끈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알칼리 온천탕은 피부를 매끌매끌하게 해주는 효과가 있다. 두 개 온천 모두 몸에 이로운 성분이 많아 비누로 닦아내기 보다는 물로 씻어내고 그대로 말리는 것이 효과적이다.
설해원 온천
이와 함께 양양 시내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도 온천을 즐길 수 있다. 설해원 리조트는 수영장과 객실 내 욕실에 온천수를 공급할 정도로 수량이 풍부하다. 리조트 안에 온천이 있으니 숙박을 해야만 시설을 누릴 수 있을 것 같지만 그렇지는 않다. 온천 사우나를 비롯해 노천스파, 수영장 등은 입장권을 구입해 이용할 수 있다. 선베드나 카바나 등은 추가 요금이 붙지만, 온천 사우나만 즐긴다면 대중탕과 크게 다르지 않은 가격으로 약알칼리성 온천을 즐길 수 있다.
사우나 안에는 울창한 숲을 조망할 수 있는 노천온천도 마련되어 있는데, 이 노천온천은 밤에 특히 빛을 발한다. 누워서 별을 바라볼 수 있게끔 디자인이 되어있기 때문이다. 밤 10시까지 이용할 수 있어 해가 긴 여름에도 별바라기를 한 뒤 눈도 몸도 편안해진 기분으로 나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