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만남
커피 그 이상을 생각하다
- 우든탬퍼 김지훈 바리스타
한국인들의 커피에 대한 사랑은 식지 않고 있다.
카페에서 커피를 사서 마시거나 집이나 사무실에 에스프레소머신부터
모카포트, 드립커피 도구 등을 두고 직접 다양한 커피를 만들어 즐기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그런 만큼 커피를 전문적으로 만드는 바리스타에 대한 관심도 높다.
누구나 예쁜 카페를 차리거나 향기로운 커피향을 맡으며 일하는 것을 한번쯤 꿈꾸기 때문이다.
하지만 로망과 현실은 다른 법, 우든탬퍼 김지훈 바리스타를 만나 커피,
그리고 바리스타라는 직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sub_writer_deco김희정사진 한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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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처음 어떻게 바리스타로 일하게 되셨나요?

원래 직업은 웨딩플래너였어요. 상상이 조금 안 되시죠? 그런데 직장인들이 대부분 그렇듯 업무에 대한 스트레스가 있으니 카페나 한 번 해볼까 라는 생각을 했어요. 커피에 대한 로망이나 바리스타에 대한 원대한 꿈을 가졌다기 보단 가벼운 생각으로 커피 업계에 발을 들인거죠.

Q) 우든탬퍼라는 다소 독특한 닉네임으로도 유명해요. 어떤 뜻인가요?

커피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제가 커피를 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리고 싶어서 커피 관련 닉네임을 지었어요. 탬퍼는 에스프레소 머신에서 커피를 내리기 전에 가루를 낸 원두를 꾹꾹 눌러주는 도구예요. 그런데 탬퍼가 금속재질이라 차가운 느낌이 드니까 여기에 따뜻한 원목의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그렇게 만든 닉네임이 유명해지면서 나중에는 다른 닉네임으로 바꾸려고 해도 힘들게 되었어요. 저도 우든탬퍼라는 닉네임에 애정이 크고요.

Q) 커피에도 다양한 분야가 있는데, 라떼아트에 집중하신 이유가 있으신가요?

사실 카페 오픈을 준비할 동안에는 디저트인 와플을 비중 있게 공부했어요. 커피는 에스프레소머신만 가져다 놓으면 되는지 알았거든요. 그런데 시작하고 보니 상상했던 세계가 아니었어요. 저는 믹스커피도 잘 안 먹던 사람이었거든요. 정말 깊은 고민이나 연구없이 시작한 거였죠. 그런데 커피 분야에 대해 조금씩 공부를 하다 보니 ‘정말 하고 싶다’는 진심이 생긴 거예요. 하지만 경력이 없으니 바리스타로 일할 기회가 많이 없어서 라떼아트에 관심을 갖게 된 거죠. 이력서에 라떼아트 사진을 넣으면 눈에 띌 수 있으니까요.

Q) 바리스타를 양성하는 학원도 있지만, 바리스타님은 독학으로 공부한 게 더 도움이 됐다고 들었어요.

유튜브 등에 올라온 라떼아트 동영상을 보면서 본격적으로 공부를 했어요. 그리고 동영상을 따라 직접 라떼아트를 연습하기보단 원리를 분석한 편이었어요. 어떻게 해서 하트모양이 나오고 손의 힘은 어떻게 해야 하나 등을 본 거죠. 연습도 중요하지만 원리를 이해하는게 중요한 것 같아요.

Q) 라떼 위에 고양이나 토끼, 유니콘 등 귀여운 아트를 만드시는데요. 그 이유가 있을까요?

카페를 운영하는 가장 큰 목적 중 하나는 사람들과의 소통이에요. 그 목적을 다시 한 번 자각하게 된 계기가 있었는데요. 보통은 라떼에 하트나 나뭇잎 등을 그려드리는데, 어느 날은 라떼에 토끼를 그려드리고 컵 뚜껑을 닫아서 드렸어요. 사실 라떼를 만드는 과정이 단순하다보니 뭐라도 그려야 저도 심심하지 않거든요. 그런데 손님이 시럽을 넣으려고 뚜껑을 열었는데 토끼아트를 보고 환하게 웃으시는 거예요. 그 모습을 보고 내가 카페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구나 깨달았어요. 맛있는 커피를 만드는 건 기본이고, 손님들에게 작은 기쁨을 줄 수 있는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한 거죠. 이후 본격적으로 저만의 라떼아트 디자인을 만들게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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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요즘엔 카페가 워낙 많다 보니 차별성이 있어야 할 것 같아요. 라떼아트도 그 방법 중 하나가 될 수 있겠죠?

우유 거품 위에 뾰족한 도구로 무늬를 그리는 것을 ‘에칭’이라고 해요. 에칭은 손님 분들도 좋아하시지만 바리스타에게도 매력적이에요. 뾰족한 도구로 고양이, 토끼, 돌고래 등 원하는 아트는 다 그릴 수 있어요. 손님에게 맛있는 커피와 함께 작은 즐거움을 드릴 수 있다는 건 카페가 성공할 수 있는 하나의 차별성이라고 생각해요. 바리스타라는 직업을 희망하거나 카페 창업을 준비중이라면 자신만의 특기를 개발하는 걸 추천 드려요.

Q) 블로그에서 라떼아트 교육도 진행하시는 것으로 알아요.

먼저 말씀드렸듯이 저도 외국의 바리스타들이 유튜버에 올린 영상을 보면서 공부를 했어요. 당시만 해도 우리나라에서 만든 동영상 자료가 거의 없었거든요. 그래서 바리스타를 꿈꾸시고 라떼아트에 관심이 있는 분들에게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하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시작했어요. 바리스타 학원에 다니거나 카페에서 직원이나 아르바이트생으로 일하며 배울 수도 있지만, 그런 여건이 안 되시는 분들도 있잖아요. 그런 분들은 제가 한 것처럼 동영상을 통해 공부하시면 도움이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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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이야기를 듣다보니 바리스타의 일이 단순히 음료를 맛있게 만드는 데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닌 것 같아요.
바리스타를 하는데 필요한 자질이 있을까요?

업계에 있다 보면 ‘저 사람은 바리스타가 딱이다’라는 생각이 드는 사람이 있긴 해요. 서비스정신을 갖추고 있고 성격이 밝은 사람에게는 특히 잘 맞는 직업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맛있는 커피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죠. 에스프레소머신의 기능으로만 커피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에스프레소머신의 다양한 기능들을 직접 세팅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해요. 같은 에스프레소머신에서 내린 커피도 세팅에 따라 맛이 크게 달라지거든요. 즉, 커피와 관련해서 기본적인 지식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죠. 또한 마케팅이나 브랜딩, 직원 관리, 재고 관리 등도 해야 하기 때문에 멀티플레이를 할 수 있는 사람에게 적합할 것 같아요.

Q) 바리스타 자격증이 필요할까요?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솔직히 바리스타 자격증은 일반인보다 아주 조금 더 커피에 아는 것에 불과하다고 생각해요. 바리스타 자격증이 있다고 해서 커피를 더 맛있게 만들 수 있는 게 아니거든요. 사실 바리스타 자격증 과정을 보면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도 많아요. 외국의 인증서나 교육 수료증 과정을 가져온 경우가 많아서 우리나라엔 적합하지 않죠. 짧게 교육만 받아도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어서 자기 위안으로는 좋지만, 그 이후에도 꾸준한 노력을 해야 실력 있는 바리스타로 성장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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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카페 창업을 고민하는 분들도 계신 텐데요.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략이 있다면요?

시작 전에 확실하게 전략을 세우셔야 해요. 요새는 커피 한 잔에 100원의 이윤을 남기는 저가형 카페들도 많아요. 박리다매로 꾸준히 많은 양을 판매해야지만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거죠. 반면 커피 가격은 좀 높더라도 새로운 콘셉트와 특별한 인테리어, 다른 곳에서 쉽게 맛볼 수 없는 신메뉴들을 개발하는 곳도 있어요. 자신만의 브랜드를 구축하는 것이 오래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인 것 같아요.

Q) 바리스타를 꿈꾸거나 카페 창업을 고민하고 있는 분들에게 조언 부탁드립니다.

카페에서 일하는 건 사실 굉장히 체력적인 소모가 많아요. 매출이나 직원 관리 등 신경을 써야 하는 부분도 많다는 것을 꼭 아셔야 해요. 카페라는 예쁜 공간에 대한 환상으로 시작해서는 정말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리스타가 되고 싶다면 일하는 카페의 특성을 생각해야 해요. 예를 들어 이태원, 성수동 등 핫한 지역의 카페에는 세계적인 바리스타 대회에서 수상한 경력자들도 있어요. 개성 있고 핫한 분위기를 맛에 반영하는 경향이 강하죠. 반면 동네 카페는 대중성을 생각해야 해요. 그렇기 때문에 일하는 카페에서 추구하는 맛은 무엇인지, 내가 그 맛을 구현할 수 있는지를 고민하셔야 합니다. 카페 창업의 경우 넓은 시야를 가져야 해요. 커피 맛뿐만 아니라 다양한 요소를 고민해야 하죠. 시장의 흐름을 읽고 내 자리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를 생각하셔야 한다는 조언을 드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