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을 읽어드립니다
일상 속에서 의지력을 기르는 방법에 대하여
- 로이 F. 바우마이스터, 존 티어니 <의지력의 재발견>

sub_writer_deco한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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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 모턴 스탠리는 미국의 탐험가다. 남북전쟁에 참여한 이력과 에티오피아에 언론사 특파원으로 파견된 경험에서 보듯이 그는 굉장히 역동적인 삶을 살아왔다. 그랬던 스탠리가 크게 유명해진 계기는 아프리카 오지에서 행방불명된 다른 탐험가를 구조하는 일을 맡아 떠난 밀림 속 탐험이었다. 더위, 독충, 맹수, 말라리아, 원주민의 공격 등으로 탐험대원의 2/3가 죽어갔지만 그는 미션을 끝내 포기하지 않았고 마침내 극적인 구조에 성공했다.

탐험에 참여했던 대원들은 지옥 같은 상황에서도 친절과 평정심, 결의를 잃지 않는 스탠리의 인품에 깊은 감명을 받았으며 기꺼이 그와 함께 일하고 싶어 했다. 그처럼 극한 환경에서도 스탠리가 초인적인 의지력을 발휘할 수 있었던 힘은 어디에 있었을까. 열쇠는 단순한 곳에 있었다. 심리학자들은 그가 매일 예외 없이 면도를 한 습관에 주목했다. 깊은 숲 속이나 전투가 벌어지던 아침에도 스탠리는 절대로 그 습관을 바꾸지 않았다. 찬물과 무딘 칼날로 면도를 했던 것이다. 여기서 더욱 의미 있는 사실은 스탠리가 자신을 훈련시키려는 의도에서 일부러 그 행동을 했다는 점이다.
“ 직장에서의 스트레스가 정점에 달할 때
결혼 생활도 위기일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다. ”
자기를 절제하는 능력, 즉 의지력은 많은 사람들의 골칫거리다. 전 세계적 1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자신의 성격적인 강점이 무엇인지 물었을 때 의지력은 24개 미덕 가운데 꼴찌를 차지했다. 반면 인생에서 실패한 원인을 물었을 때는 의지력의 부족이 가장 큰 요인이었다. 의지력이란 도대체 무엇일까. 로이 바우마이스터는 바로 이런 의문을 가진 채 의지력에 대한 연구에 매달렸고, 몇 가지 귀한 힌트를 세상에 내놓았다.

바우마이스터가 밝힌 의지력의 핵심은 ‘자아 고갈’이라는 개념이다. 이것은 사람들이 생각이나 느낌, 행동을 제어하는 능력이 소진되었을 때를 묘사하는 용어다. 바우마이스터의 설명을 비유해서 풀자면 의지력이란 배터리와 같다. 사람들은 각자 일정한 크기의 의지력을 가지고 있는데 무언가를 참으려 할 때마다 이 의지력을 꺼내어 사용한다. 배터리가 그렇듯이 의지력 역시 소모되게 마련이어서 휴식 등으로 충전해두지 않는다면 ‘자아고갈’ 상태에 도달하게 된다.

문제는 한 사람이 이 의지력이라는 배터리를 한 개만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직장에서 강한 스트레스를 받으면 배터리가 방전되어 버리고 귀가한 뒤에 사용할 의지력이 남아있지 않게 된다. 집에서 사소한 일에도 쉽게 짜증을 내는 이유다. 또 사람이 질병에 걸리면 통증을 참느라 내내 배터리를 사용한다. 아플 때 일이나 공부에 집중하기 어려운 까닭도(일과 공부를 스트레스로 여긴다면!) 여기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다이어트를 할 때 흔히들 예민해지는 사정 역시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바우마이스터는 자아 고갈 상태에 도달하면 생각, 감정, 충동, 수행 조절이 어려워진다고 조언했다.
“ 가장 훌륭한 결과는 올바른 자세를 연습한 집단에서 나왔다.
학생들은 자세와 상관없는 다른 과제도 더 잘해낼 수 있었다 ”
그렇다면 혹시 의지력을 키울 수도 있을까. 바우마이스터에 의하면 사람마다 가진 배터리의 크기는 모두 다르다. 그 배터리 용량을 키우는 방법이 존재한다면 우리는 조금 더 만족스런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감정과 충동을 보다 잘 다스리고, 생각을 보다 집중할 수 있고, 업무 수행이 보다 정교해진다면 일터와 가정 모두에서 더 행복하지 않겠는가.

다행히 길은 있다. 단순하면서도 의미 있는 과제를 한 가지 정하고, 그것을 제대로 해내면 된다. 예를 들면 ‘올바른 자세로 앉기’가 있다. 의자에 오래 앉아 있는 사람은 자연스럽게 허리가 구부정해지곤 한다. 그래서 구부정한 자신을 알아챌 때마다 허리를 꼿꼿이 세운다. 2주 동안 자세 훈련을 한 사람들은 자세만 좋아진 것이 아니라 의지력까지 향상되었다. 마찬가지로 오른손잡이가 왼손을 쓰는 연습을 하거나, 언어 습관을 교정하는 연습(표준어 사용하기, 분명한 어조로 문장 끝맺기)도 대단히 유용하다. 하루 10분쯤 명상을 하거나 체력단련을 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이만하면 우리는 스탠리가 했던 면도의 비결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면도는 단지 얼굴을 깨끗하게 하기 위한 행동이 아니었다. 스탠리에게 면도는 일종의 수행(修行), 행동(行)을 닦는 일(修)이나 마찬가지였다. 꼭 산 속의 동굴에 가거나 단식을 감행해야 수행이 아니다. 지금 살고 있는 이 자리에서 우리의 배터리 용량을 키울 수 있는 간단한 일을 한다면, 그것이 바로 우리 삶을 바꾸는 수행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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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을 읽어드립니다>에서는 ‘재우의 서재’ 대표 한재우 작가가 독자 분들이 읽으면 좋은 책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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