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주희 사진 하지홍
Q) ‘정년 후, 10년을 살아보니’를 발간하셨습니다. 어떤 책인가요?
직장을 은퇴할 때는 인생에 위기감과 상실감 같은 것이 느껴졌는데요. 막상 인생 후반부를 살아보니 정년이 새로운 삶의 기회였다는 생각이 들어 책을 발간하게 되었습니다. 정년퇴직 후 농사를 지으면서 겪은 전원생활의 다양한 체험과 손자들을 키우면서 동행한 삶의 이야기들을 엮었습니다. 또한 정년 후 10년이 되는 시간을 보내면서 어떻게 사는 것이 의미 있는 인생이 될 것인가를 구상한 내용도 담았습니다.Q) 국세청에서 정년퇴임을 하셨는데요. 직장생활은 어떠셨나요?
정년을 맞은 지 10년이 되어 직장생활을 되돌아보니 국세청에서 근무한 기간 동안은 삶에 여유가 없었고 힘에 겨웠던 시간들로 느껴졌습니다. 누구나 직장인이라면 다 그렇게 느낄 것으로 생각합니다만, 자신보다는 몸담은 직장 업무를 우선으로 생각하면서 살아가다 보니 내 가족에게 사랑과 관심을 적게 준 것이 아쉽고 또 미안하게 느껴졌습니다.Q) 작가님께서는 퇴직을 앞두고 어떤 고민이 있으셨나요?
퇴직을 하고 나면 젊은 시절에 품고 키워왔던 모든 꿈은 사라진다고 느꼈습니다.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뒷방 늙은이로 전락한다고 생각하니 절망감과 비슷한 감정이 들었습니다. 또한 공직에서 30년을 몸담고 살아온 생활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세상에 적응하며 살아갈 자신이 없었습니다. 인생의 위기감이 느껴지고 고민이 참 많았었습니다.Q) 퇴직 후 제2의 인생을 위해 어떤 준비를 하셨나요?
나이 50대 중반을 넘어서면서 정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하니 뭔가 불안하고 초조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삶의 전환기를 맞아 지난날들을 되돌아보니 젊은 시절에는 좌우를 쳐다볼 겨를이 없이 앞만 보고 달려왔던 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그래서 정년 후 인생 후반부를 맞게 되면 자연과 벗하며 전원생활의 여유로움을 즐기며 살아가고 싶었습니다. 퇴직을 5년 남겨두고 시골에 약 600평의 농지를 마련했습니다. 퇴직할 때까지 주말농장을 가꾸면서 농사 연습을 했었지요.Q) 정년 후에 세무사로도 근무하시는 것으로 압니다. 그 이유는요?
정년 후엔 귀농할 생각으로 차근차근 준비를 했었는데요. 시골에 살면서는 힘들어서 세무사업을 하게 되었지요. 전직이 국세공무원이라 그런지 세무사 업무가 그렇게 힘들지는 않습니다. 직장생활을 할 때와 달라진 것이 있다면 출퇴근 시간에 구애 받지 않는다는 점이지요. 주중에도 농원에 일이 있을 때 잠시 자리를 비울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입니다.Q) 현재는 완전한 귀농은 아니지만 주중과 주말에 시간을 내어 산들농원을 운영하고 계십니다. 농원에선 어떠한 일들을 하시나요?
채소를 심어 내 가족이 먹는 단순한 취미생활을 넘어 자급자족하는 생활을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손자들을 위한 원두막이나 나무그네를 직접 만들고 콩을 심어서 두부를 만듭니다. 메주를 쑤어 간장과 된장을 담그기도 하고요. 어릴 때 추억을 떠올리며 조롱박도 만들어보는 등 다양한 농원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손자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아서 추억을 쌓는 즐거움도 있습니다.Q) 정년퇴임 후 삶에 만족하시나요? 이제는 조금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땐 없으신지 궁금합니다.
농장에서 식물을 가꾸면서 느낀 것은 땀을 흘린 만큼 열매로 보답을 받는다는 것입니다. 직장인 일 때는 하나의 일만 했는데, 정년 후에는 세무사, 농부, 손자를 육아하는 할아버지, 작가 등 4가지 직업으로 살다 보니 늘 바쁘고 힘들 때도 있지만, 그만큼 다양한 즐거움을 맛보고 있습니다. 건강이 허락하기만 한다면 지금처럼 앞으로도 생활하고 싶습니다. 다만 농사는 육체적인 한계를 느낄 때가 있어 조금씩 줄여나가고 있습니다.Q) 작가님께서 정년 후 10년 동안 살아보시며 깨달으신 점은 무엇인가요?
얼마 전 조카 중 한 명이 제게 이런 질문을 했습니다. “숙부님께서 인생 70년을 살아보시니 어느 때가 가장 좋았다고 생각하십니까?”라고요. 그래서 저는 “직장을 은퇴하고 난 이후부터 지금까지가 가장 행복하다”라고 대답했습니다. 왜냐하면 직장에 다닐 때는 하지 않으면 안 될 일에 매달리며 아등바등 살아왔는데 지금은 제가 하고 싶은 것을 즐기며 살아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젊은 때는 승진도 해야 하고 돈도 벌어야 하니 마음에 여유가 없고 힘들었습니다. 그런데 정년 후엔 젊은 시절에 품고 살았던 욕심을 다 비우니 마음이 참 편하고 행복한 것을 느꼈습니다. 행복은 돈이나 명예나 그런 것에만 있지 않고 소박한 삶에도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고요.Q) 퇴직을 바로 앞두고, 또는 퇴직한 후 제2의 인생을 위해서는 미리 구체적인 준비가 필요할 듯합니다.
건물을 지을 때 설계도면이 있어야 하듯이 인생 후반부의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도 사전에 설계가 있어야 합니다. 설계를 위해서는 먼저 직장을 다니면서 못 이룬 꿈이 있다면 깨끗이 버려야 새로운 길을 갈 수 있습니다. 또한 인생 후반부를 닥치는 대로 사는 것이 아니라 지향하는 삶에 대해 고민해야 합니다. 어떤 것이 의미 있는 삶인지에 대해서 말이지요. 특히 반드시 돈이 많아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돈이 많으면 선택의 여지는 많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자기 형편에 맞는 설계를 하면 됩니다. 저도 그리 많은 돈을 들이지 않았습니다.Q) 퇴직 후의 삶에 대해 고민하시는 분들에게 조언 부탁드립니다.
맥아더 장군은 ‘사람은 다만 나이를 먹는다고 늙는 것이 아니다. 이상(理想)을 저버리기 때문에 늙는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정년 후 맞이할 미지의 세계에 흥미를 갖고 준비한다면 ‘인생의 황혼길’이 아닌 ‘인생의 황금길’을 걸을 수 있을 것입니다. 아직 가보지 않은 길을 두려워하지 마세요. 정년은 새로운 삶의 기회입니다.Q) 앞으로 계획 중인 일이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지난날을 되돌아보니 32평짜리 집 한 채와 시골농장만 있어도 부자로 살아갈 수 있다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돈이 없어도 부자로 살아가는 법』에 대한 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다른 사람이 가지지 못한 것 중에 내가 가진 것을 발굴하며 ‘여기에 부가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Q) 희망나무 독자 분들에게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으신 메시지가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흔히들 인생에 있어서 정년은 세 번이라고 합니다. 첫 번째는 일정한 연령에 도달하면 직장에서 은퇴해야 하는 정년, 두 번째는 자기 스스로 일을 할 수 없다고 포기해 맞이하는 정년, 세 번째는 인간 수명이 다하여 세상을 떠나는 ‘인생 정년’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두 번째 정년은 본인이 어떠한 목적으로 인생설계를 하고, 어떻게 살아가느냐에 따라 연장될 수도 앞당겨질 수도 있습니다. 정년 후 맞게 될 새로운 기회에 도전하려는 의욕이 있으면 첫 번째 정년은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정년으로 인하여 새로 맞을 인생 후반부를 새로운 기회라고 생각하면서 도전한다면 두 번째 정년은 죽을 때까지 늦출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