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슈비츠’라고 하면 사람들이 쉽게 떠올리는 낱말들이 있다. 유태인, 대학살, 독가스, 히틀러. 영화나 교과서에서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이런 낱말들은 아우슈비츠에서 일어난 일들을 널리 알려주기는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그 끔찍한 사건을 무디게 만들어주는 측면도 있다.
600만 명이라는 희생자가 실감되지 않고 막연한 숫자로만 느껴지는 것이다. 그러한 막연함은 엄청난 비극 속에서 얻을 수 있는 귀한 통찰을 놓치게 한다. ‘그 통찰이 뭐지?’ 하고 궁금증이 생기는 분들이 읽으면 좋을 책, 바로 <죽음의 수용소에서>이다.
이 책은 신경정신과 의사였던 빅터 프랭클이 수용소에서 경험한 일들을 남겨 놓은 글이다. 객관적이고 검증된 보고서가 아니라 그저 한 개인이 보고, 듣고, 느낀 일들을 적어 놓은 기록이다. 하지만 바로 그 한 개인의 체험이 오히려 우리를 아우슈비츠에 대한 생생한 감각으로 이끈다. 예를 들어 이런 장면이다.
방 안에서 한 사람이 숨을 거두자 나머지 사람들이 아직 체온이 남아 있는 시신 곁으로 다가간다. 누군가는 죽은사람이 먹다 남긴 감자를 가져가고, 누군가는 시신이 신고 있는 ‘나무 신발’을 자신의 것과 바꾸며, 또 다른 사람은 구두끈을 얻었다고 기뻐한다. 저자는 그 옆 자리에서 불과 두 시간 전에 이야기를 나누었던 그 시신의 ‘동태 같은 눈’을 보며 수프 국물을 마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