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여행
강, 바다, 난만한 꽃까지 광양을 만나다
각 지역마다 봄이 오는 속도는 다르다.
남쪽으로 내려가면 내려갈수록 봄내음은 한층 강하게, 화사하게 다가오기 마련이다.
동백에 이어 매화, 유채 등 월별로 제각기 다른 꽃들이 피어나는 모습은
봄의 전령이 왔다갔음을 나타내는 징표나 다름없다.

특히 광양시의 매화군락은 섬진강 주변에 풍성하게 피어나는 자태로 이름이 높다.
서늘한 바람과 살포시 따듯해진 햇살을 즐기며 광양시 여행을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

sub_writer_deco김그린 여행작가사진 광양시청

 

한사람이 시작해
온 마을에 퍼지다
광양 매화마을과 청매실농원
광양과 하동의 경계선, 섬진강변에는 매해 수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매화마을이 있다. 지금의 매화마을이 이루어진 데에는 김오천 씨와 홍쌍리 씨의 노력을 빼놓을 수 없다. 일본에서 광부생활로 돈을 모은 끝에 밤나무와 매실나무, 그 외 각종 과실수 묘종을 가져와 집 주변 언덕배기와 산에 심었던 김오천 씨가 매실마을의 첫 시작이라면, 그의 며느리인 홍쌍리 씨는 매실나무를 한층 더 많이 심고 가꾸며 매실농업을 활성화시켰다. 그렇게 청매실농원의 매실 제품과 봄이 되면 보얗게 피어나는 매화가 점점 유명세를 탔고, 매화축제가 열릴 수 있게끔 만드는 기반을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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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깝게도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매화축제가 취소되었지만 꽃이 핀 나무가 어디론가 도망가지는 않는 법. 섬진강변에서부터 시작해 찬찬히 올라가다 보면 취화선, 천년학 등 영화 촬영장소로 쓰였던 초가집이 운치 있는 모습으로 서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오르막길이 부담스럽다면 송강 정철이 <수월정기>를 읊었던 정자인 수월정에서 매화를 바라보며 문학적인 심상에 집중하는 것도 좋겠다.
강물이 드디어
바다를 만날 때
섬진강 자전거길, 망덕포구
전라북도 진안에서 출발한 섬진강물은 경상남도와 전라남도를 두루 흘러가 바다에 도달한다. 강 길이만 212.3km로 경남 하동과 전라남도 광양 사이를 흘러가 망덕포구에서 드디어 바다를 만나는 여정은 그 경치만으로도 자전거를 탈 만한 보람이 넘치는 길이다. 특히 광양 매화마을 근처에 위치한 섬진교부터 배알도 수변공원까지 이르는 마지막 구간은 완만하게 꺾어지는 섬진강변에서 탁 트인 바다로 나가게 되는 마지막 구간이다. 자전거 종주기록을 노리는 많은 사람들이 마지막 힘을 내 페달을 밟는 곳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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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알도 인근에는 망덕포구가 있다. 갯장어와 강굴, 전어 등 계절별로 다른 해산물을 맛볼 수 있어 지역색이 강한 음식을 먹어보려는 사람들에게도 매력적인 곳이지만, 의외로 한국 시를 좋아하고 아끼는 사람에게도 들릴만한 곳이다. 윤동주의 유고 원고를 보관했다가 출판한 국문학자 정병욱의 가옥이 있기 때문이다. 윤동주가 친필로 적어낸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는 연희전문학교를 졸업한 기념으로 단 세 명만이 지니고 있었는데 그 중 유일하게 남은 것이 정병욱 가옥에 숨겨두었던 원고. 학도병으로 전쟁에 나가게 되자 어머니에게 숨겨 달라 부탁했던 그 원고는 정병욱 가옥의 마룻바닥 아래 고이 보관되었다 1948년 마침내 빛을 보았다.
광양만의 야경,
놓치지 않으려면
구봉산 전망대,
무지개다리
아름다운 자연을 자랑하는 곳이 광양 곳곳에 있지만, 사실 광양은 산업도시로도 빠지지 않는 곳이다. 단일 제철소로는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광양제철소와 광양항이 그대로 내려다보이는 광양만의 야경은 산업도시로서의 광양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그러나 여행자에게 보다 중요한 것은 광양만의 야경이 도시 안에서도 손꼽히는 경치로 손꼽힌다는 점이다. 광양과 여수를 이어주는 2.4km에 달하는 이순신 대교가 불을 밝히기 시작하면 특유의 경치가 한층 화사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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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대교 근방의 전망대에서 이 광경을 볼 수도 있지만 진정 야경명소로 불리는 곳은 따로 있다. 옛 봉화대가 있는 구봉산 전망대가 바로 그곳이다. 광양시를 상징하는 빛과 철, 매화를 모티브로 한 조명이 설치되어 있어 저녁에도 찾아가기 어렵지 않다. 조금 더 접근성이 좋은 곳을 찾는다면, 중마동과 금호동을 잇는 해상도보교인 ‘무지개다리’도 좋은 선택이다. 광양항과 제철소도 한층 가깝게 보여 세세하게 야경사진을 찍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꼭 가야 할 명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