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는 흔히 하나의 향만 갖고 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발향은 탑노트, 미들노트, 베이스노트까지 3단계로 이루어진다. 탑노트는 향수를 뿌리고 맡은 첫 인상이고, 미들노트는 탑노트가 전부 날아간 후 나는 향으로 향수의 메인이라고 할 수 있다. 마지막은 베이스노트로 대략 6시간, 길면 이틀까지 지속되는 잔향이다. 그래서 이 세 가지 노트의 향을 잘 선택해야만 조화로우면서도 자신만의 독특한 향수를 만들 수 있다.
향수 공방에 모인 김담비 주임과 정지혜 주임 역시 향수 만들기의 첫 단계로 탑, 미들, 베이스노트를 정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평소 향수를 좋아해서 일 년에 두 번 정도 향수 만들기를 함께 한다는 두 사람이지만, 좋아하는 만큼 향을 선택하는 게 쉽지 않은지 시향을 하며 고민에 빠진다.
“맡은 향마다 다 좋아서 너무 고민스러워요. 조금 색다르게 만들고는 싶은데 조향사 선생님이 원래 좋아하는 향으로 만들어야 자주 쓴다고 하셔서요. 플로럴 향에 프루티 향을 살짝 섞어볼까해요. 평소에 플로럴 향수를 좋아하는데 조금 달달한 향이 나면 더 좋을 것 같아요.”
한참 고민하던 정지혜 주임이 향수의 가장 메인이 되는 미들 노트로 장미와 은방울 향을 선택한다. 은은하면서도 여성스러운 향을 선택한 것. 옆에서 시향을 하며 같이 고민에 휩싸여 있던 김담비 주임도 힘들게 향을 골랐다
“저는 파우더리한 향을 좋아해요. 포근한 느낌이 들거든요. 하지만 살짝 무거울 수도 있으니 은은한 장미향을 조합하면 봄 느낌이 물씬 날 것 같아요.”
한 시간 동안 여러 향을 맡고 조향사 선생님의 설명을 들으며 향을 선택한 두 사람이 이제 해야 할 것은 향수 원액의 무게를 재서 조향하는 일. 단순히 원액을 섞으면 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작은 차이로 향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정확성이 필요하다. 두 사람은 다소 긴장된 표정으로 작은 저울에 원액 무게를 재어 조심스럽게 조합한다. 그리고 세 가지 향의 원액이 섞이며 풍기는 향기에 감탄사를 터트린다.
“제가 원하던 향기에요. 향수 원액만 맡았을 때도 좋았는데, 조향하니까 훨씬 좋아요. 어떤 향기가 날까 궁금했는데 100% 만족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