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을 함께
우연한 만남으로 시작된 소중한 인연,
원직장복귀까지 함께 달리다
- 근로복지공단 대구서부지사(현 포항지사) 금두수 과장과 산재노동자 정용준 씨
근로복지공단에 좋은 제도와 서비스가 있다고 해도
산재노동자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적극적인 지원을 하기란 어렵다.
산재를 입고 상처를 받은 산재노동자들이 공단을 신뢰하고 마음을 문을 열기란 쉽지 않을 터.
그래서 적기에 필요한 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아쉬워하는 산재노동자들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산재노동자 정용준 씨는 대구서부지사 금두수 과장에게 먼저 다가갔고,
그렇게 두 사람의 인연이 시작됐다.

sub_writer_deco김주희사진 최성훈

 

먼저 다가가
인연을 만들다
금두수 과장과 정용준 씨가 처음 만난 것은 수지접합전문병원인 대구더블유병원이었다. 일하다가 기계에 오른손이 미끄러지면서 손가락이 절단되는 사고를 입은 정용준 씨가 수술과 치료를 받던 병원. 두 사람의 만남은 우연하게 이루어졌는데, 금두수 과장이 다른 산재노동자를 만나기 위해 방문한 모습을 본 정용준 씨가 먼저 말을 건 것이다.

“산재승인은 받았는데, 외상후스트레스 치료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궁금했었어요. 물리치료실에서 금두수 과장님이 다른 환자랑 이야기 중인 걸 보고 말을 걸었죠. 그전에는 브로커가 와서 명함을 주곤 했는데 통 믿을 수가 있어야지요. 그래도 근로복지공단이 믿을 만한 것 같아서 상담을 요청했습니다. ”

손가락 절단이라는 큰 사고를 입고 우울증과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었기에 도움을 받아 이를 빨리 극복하고 싶었던 상황이었다. 외상후스트레스 장애나 다른 부분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게 있는지 궁금했었지만, 어디에 물어볼 곳이 없던 차에 마침 금두수 과장을 만나게 된 것.

“산재노동자 분들이 먼저 다가오는 경우가 거의 없어요. 제가 먼저 말을 건네도 피하시거나 관심을 두지 않는 분들도 많이 계시죠. 그런데 정용준씨는 궁금한 게 있다며 먼저 다가오시니까 제 입장에서는 무척 반가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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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첫 만남을 하게 된 두 사람은 일주일 정도 후에 본격적인 상담을 진행했다. 정용준 씨는 금두수 과장이 담당하는 산재노동자는 아니었지만, 지사에 보고하여 담당자로 변경되었다. 그렇게 정용준 씨를 담당하게 된 금두수 과장은 정용준 씨가 적극적으로 관심을 보이는 만큼 필요한 지원들을 촘촘하게 계획했다.

“금두수 과장님이 그동안 제가 궁금해 했던 심리치료, 재활, 장애등급 등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해주시니 속이 다 시원했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계획을 세울 수도 있었고요. 적극적으로 대해주시는 모습을 보면서 믿고 따라가면 되겠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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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심리상담을 받으면서 전문 상담사 분에게 속마음을 털어놓으니
마음이 많이 편안해지는 걸 느꼈어요. 그리고 ‘희망찾기 프로그램’을 통해
저와 비슷한 상처를 입은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니까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내일찾기 서비스로
촘촘하게 지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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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두수 과장은 정용준 씨를 공단의 재활전문가인 잡코디네이터가 재활계획에 따라 요양초기 단계부터 원직장 복귀까지 밀착 지원하는 ‘내일찾기서비스’ 대상자로 선정했다. 덕분에 정용준 씨는 당시 가장 필요했던 외상후스트레스 장애 치료를 위한 심리상담을 받을 수 있었다.

“당시에 너무 힘드니까 잠도 못 자고 집에 가서도 두 시간마다 깨고 그랬어요. 지금도 손을 다칠 때가 문득 떠오르거든요. 당시엔 더 심했지요. 그런데 집중심리상담을 받으면서 전문 상담사 분에게 속마음을 털어놓으니 마음이 많이 편안해지는 걸 느꼈어요. 그리고 ‘희망찾기 프로그램’을 통해서는 저와 비슷한 상처를 입은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니까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금두수 과장이 신경을 쓴 부분은 정용준 씨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상대를 찾아주는 것이었다. 다친 건 병원에서 치료하지만 심리적인 치료는 상처를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이 있어야 효과적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일환으로 멘토링 프로그램을 통해 멘토를 연결해준 것도 정용준 씨에게 큰 도움이 됐다.

“멘토 분이 저와 같이 손이 절단된 여성분인데, 공통분모가 많았어요. 성별이 다르니까 서로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도 있었고요. 멘토링 프로그램이 끝난 후에도 가끔 통화를 하면서 안부를 묻곤 해요.”

대구병원은 재활전문병원이라
체계적인 재활치료를 받을 수 있습니다.
시설도 좋고 수중치료와 수부집중치료를 받을 수 있고요.

그렇게 정용준 씨가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차츰 심리적으로 안정되어 가는 걸 본 금두수 과장은 그 다음으로 근로복지공단 대구병원으로의 전원을 추천했다.

“대구병원은 재활전문병원이라 체계적인 재활치료를 받을 수 있습니다. 시설도 좋고 수중치료 등 수부집중치료를 받을 수 있고요. 정용준 씨 집과는 거리가 조금 있어서 고민하셨지만, 원직장복귀에 대한 의지가 강하셔서 전원을 결심하셨어요. 제가 중간 중간 재활상태를 확인했는데, 그때마다 눈에 보일 정도로 좋아지셔서 안심이 됐습니다.” 그렇게 정용준 씨는 대구병원에서 꾸준히 집중재활치료 와 직업재활치료를 받았고, 회복기에 접어들면서 재활스포츠 지원을 통해 헬스장을 다니며 운동기능을 향상시킬 수 있었다.
원직장복귀까지 성공,
옛날로 돌아가다
목표를 향해 함께 달리며 도움을 주고받는 러닝메이트처럼 치료부터 재활까지 최상의 호흡을 맞춰온 금두수 과장과 정용준 씨에게 남은 건 직장복귀. 금두수 과장은 정용준 씨의 회사를 먼저 찾아가 상무와의 면담을 통해 정용준씨의 치료상태와 산재절차를 설명하고 직장복귀 가능 여부를 여러 번 확인했다.

“회사에서는 정용준 씨가 복귀할 수 있도록 준비를 마쳤다고 하셨어요. 손을 다친 상황에서 직장복귀가 힘들어지면서 여러 부분 어려움이 많으셨을 텐데, 회사 측의 배려와 정용준 씨의 노력으로 원활하게 복귀가 진행되었습니다.”

정용준 씨가 손을 다친 만큼 원래 직무로 복귀는 어려웠기 때문에 회사에서는 할 수 있는 일을 천천히 찾아보라고 권유했다. 그렇게 지난해 10월 회사에 복귀한 정용준 씨는 처음에는 간단한 미화업무를 담당하다가 한 달 정도 지난 후 광택제를 만들기 위해 재료를 배합하는 전산입력 업무를 맡게 되었다.

“무거운 것을 들거나 위험한 일이 아니라 어려움 없이 적응하고 있습니다. 회사에서 배려를 무척 많이 해주셨어요. 제가 다친 걸 아니까 동료들도 신경을 많이 써주고... 너무 고마운 마음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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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부터 재활, 직장복귀까지 쉴 틈 없이 바쁘게 달려온 정용준 씨는
손을 다쳤을 뿐 이전 생활과 달라진 게 없다고 말한다.
비록 아직 적응해야 할 부분도 있고 불편한 부분도 존재하지만,
이를 절망스럽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다쳤을 뿐’이라고
받아들일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렇게 치료부터 재활, 직장복귀까지 쉴 틈 없이 바쁘게 달려온 정용준 씨는 손을 다쳤을 뿐 이전 생활과 달라진게 없다고 말한다. 비록 아직 적응해야 할 부분도 있고 불편한 부분도 분명 존재하지만, 이를 절망스럽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다쳤을 뿐’이라고 받아들일 수 있게 된 것이다.

“정용준 씨를 처음 봤을 때보다 지금이 훨씬 밝아지셨어요. 여유도 생기고 사적인 이야기도 많이 해주시고요. 공단 업무를 하면서 많은 산재노동자 분들을 만나는데, 정용준 씨는 제가 최고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잘 따라와 주신 분이에요. 직장복귀까지 힘드셨을 텐데 고생 많으셨고, 올해는 더 좋은 일들이 많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금두수 과장의 이야기를 들으며 처음 만났을 때를 떠올리던 정용준 씨도 감회에 젖은 표정을 지으며 말을 잇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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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란스러운 상황이었던 저를 잘 이끌어주시고 방향을 많이 잡아주셨어요. 병원에서 그냥 쓱 지나갔으면 남남인데, 이야기를 하니까 인연이 됐습니다. 다른 산재노동자 분들도 공단에 연락해서 우리 금두수 과장님 같은 직원을 만나 의논하고 도움을 받으면 좋겠습니다. 이 고마움을 평생 잊지 않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