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주희 사진 전예영
Q) 양복점 재단사로 일하실 때부터 하면 45년 경력을 갖고 계시는데요. 처음 어떻게 양복일을 하게 되셨나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종로에 있는 양복점에서 일을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대학을 가려고 했지만 빨리 경제적으로 독립하고 싶다는 생각에 강원도 원주에서 서울로 상경한 거죠. 당시 양복점에선 처음부터 일을 가르쳐주지 않았어요. 자질구레한 일들을 하면서 재단사들이 어떻게 재단을 하는지 재봉틀을 쓰는지 살펴봤죠. 그렇게 몇 달 있다 보니 차츰 재단 일을 하나 둘 할 수 있게 되었고, 그때부터 재단사로 일하게 되었습니다.Q) 그 시절만 해도 양복점에서 정장을 맞추는 게 일반적이었을 것 같아요.
누구나 맞춤정장 한 벌씩은 갖고 있었죠. 남성들은 결혼식이나 취업할 때 정장 한 벌씩 맞추는 것이 일반적이었고요. 회사원들은 한번 와서 여러 벌을 맞춰가는 경우도 많았습니다.Q) 지금은 양복점을 보기 어려운 것 같아요.
2000년대 들어서면서 대기업에서 기성복을 생산하기 시작했어요. 공장에서 대량으로 생산하면 구입 후 자신의 몸에 맞게 수선해서 입는 거죠. 맞춤정장은 자신의 몸에 맞춰 재단하고, 원단과 컬러를 자유롭게 고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죠. 지금은 워낙 기성복이 잘 나오다 보니 맞춤정장시장은 일부만 남아 있습니다.Q) 어떻게 수선 분야로 방향을 바꾸셨나요?
양복점 계속 재단사로 일하다가 1980년에 양복점을 차렸습니다. 당시 재단 분야에서 실력이 좋은 편이었습니다. 유명인들의 옷도 의뢰가 들어와서 직접 만들기도 했지요. 하지만 시대적 흐름이 변하면서 양복점을 찾는 고객들이 적어졌고, 1990대에 양복점을 그만 두게되었습니다. 부양해야 할 가족들이 있으니 다른 일은 해야 하는데 양복점들이 사라지니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습니다. 그러다가 수선 분야로 방향을 돌렸습니다. 앞으로 사람들이 계속 옷을 입고 생활하는 한, 크게 발전하지는 않아도 없어지지는 않는 분야라고 생각했거든요.Q) 양복 재단과 수선은 일의 성격이 많이 달랐나요?
맞춤정장을 만드는 것과 수선은 큰 틀은 비슷하지만 다른 분야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수선은 기성복을 다시 고치는 것이기 때문에 일이 까다로운 경우가 많거든요. 양복재단이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새로운 것을 만든다면, 수선은 이미 완성된 것을 해체하고 다시 만드는 것이라고 할 수 있죠. 특히 여성복은 디테일이 많고 레이스나 장식이 달려서 저에게는 완전히 새로운 분야였습니다. 그래서 양복일을 오래했지만 수선 쪽을 전문으로 하기 위해 다시 배우고 연습하는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옷은 자르고, 꿰매고, 다시 풀고를 끊임없이 반복했죠.Q) 지금은 수선 분야에서 거의 최고의 실력을 갖추셨다고 들었습니다. 여기까지 오기까지 일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으셨나요?
특별히 어려운 점은 없었지만 양복 재단에서 수선 분야로 일하기까지 ‘잘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됐던 것도 사실입니다. 여성복은 아예 새로 배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거든요. 수선을 본격적으로 할 때가 40대 중반이 넘었고, 양복점 사장에서 다시 수선실 직원으로 일을 해야 했으니 그런 부분에서 고민도 있었고요. 하지만 시대의 변화에 맞게 저도 변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하던 일을 못하면 다른 일을 하루라도 빨리 시작해야겠다고 결심했었지요.Q) 수선을 하면서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이 있다면요?
아무래도 고객 만족입니다. 고객이 개인적으로 아끼거나 사연을 갖고 있는 옷도 있고, 명품 등 고가의 옷도 많기 때문에 실수하지 않도록 신경을 많이 씁니다. 옷은 조금만 잘못 수선해도 못 입게 되어버리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래서 고객의 신체나 요구사항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저만의 노하우를 더해 수선을 하고 있습니다Q) 수선실을 운영하시면서 수선 교육은 안 하시나요?
아직 수선을 가르치는 일은 하고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수선을 기본적으로 할 수 있는 분을 채용하면 제가 그분이 아직 못하는 어려운 수선기술을 알려드리고 있습니다. 50~60대 분들이 새로운 일을 찾고 있다면 수선을 배우고, 실제로 일하면서 차츰 일하는 노하우를 쌓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70대에도 일할 수 있는 분야가 수선이거든요.Q) 아까 일하시는 걸 보니 가위나 칼을 많이 쓰시더라고요. 다친 적은 없으세요?
크게는 아니지만 자잘하게 다치는 경우가 있죠. 바늘에 찔리거나 가위로 살짝 손가락을 자르는 경우도 있어요. 워낙 하던 일이고 안전에 신경을 쓰다 보니 다치는 일은 거의 없는데, 사고는 언제나 불시에 발생하니까요. 얼마 전에 같이 일하는 실장님이 일하다가 손가락을 크게 베였어요. 소규모 사업장이라도 산재신청이 가능하다고 해서 현재 산재신청을 한 상황입니다. 실장님이 수술하고 현재 요양 중이라 다 나으면 복직하실 예정이고요.Q) 소규모 사업장이라 산재신청에 대해 잘 모르실 수 있는데, 어떻게 산재신청에 대해 아셨어요?
저는 직원들에게 필요한 건 다 해줘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요. 저희 업계는 50~60대가 많습니다. 나이도 있는데 혹시라도 다쳐서 일을 못하면 정말 생계가 막막해지는 거죠.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알아보다가 예전에 얼핏 산재신청에 대해 들은 적이 있어서 실장님께 알아보고 신청하라고 말씀을 드렸습니다.Q) ‘희망나무’ 독자 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저도 60대 중반인데 아직 일을 하고 있습니다. 가능했던 이유는 기술이 있어서인 것 같아요. 그리고 새로운 것을 배우는 데 적극적이었던 부분도 있고요. 새로운 일을 찾고 계신다면 수선과 같이 기술을 배우면 좋을 것 같습니다. 또 몸이 불편해도 할 수 있는 일이거든요. 현재 직원 한 분도 다리가 살짝 불편하시지만 누구보다 좋은 실력을 갖고 열심히 일하고 계십니다. 새로운 일을 찾고 도전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시작해보셨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