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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나이 마흔 다섯. 사실 아직 한창인 나이지만 자꾸 깜빡깜빡 합니다. 아들은 매번 말하기 전 “아, 그거 있잖아. 그거”만 반복하는 제가 답답하다고 하네요. 물건을 어디다 두었는지 금방 까먹는 건 예삿일이고, 약속도 잘 잊어버립니다.
요즘 치매에 걸리는 연령이 점점 낮아진다던데, 제가 벌써 치매일까요?
글. 윤상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그림. 최지예

쏟아지는 정보 사이에서 ‘기억’을 살리는 법

많은 것이 눈 깜짝할 사이에 달라지는 세상입니다. 과거에는 가족의 전화번호 정도는 머릿속에 다 기억하고 있었는데, 요즈음은 스마트폰이 다 알아서 해주니 그럴 필요도 없지요. 궁금한 건 꼭 메모해두지 않아도 그때그때 검색을 하면 해결되니 뇌가 할 일이 점점 줄어듭니다. 이처럼 뇌가 정보를 길게 기억할 필요가 없으니 최근에는 ‘디지털 건망증’이라는 신조어도 생겨났습니다. 뇌에 들어온 정보는 기 기억으로 있다가 해마를 통해 대뇌 피질에 저장되면서 장기 기억으로 변합니다. 하지만 저장되기 전 새로운 정보나 더 재미있는 정보가 들어오면 기존 정보는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게 되지요. 따라서 몇 분 전에 담아둔 기억도 금방 잊어버리게 되는데 흔히 이를 디지털 건망증이라고 부릅니다. 디지털 건망증을 개선하려면 단기 기억을 장기 기억으로 바꾸는 노력이 필요한데요. 지나치게 많은 정보를 접한다면 뇌가 기억을 정리할 수 있도록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를 멀리하는 휴식이 도움이 됩니다.

기억해야 하는 정보는 집중과 반복, 흥미로 연결해보세요. 꼭 기억해야 하는 정보가 있다면 처음 접할 때는 집중해서 보고, 7~8시간이 지난 다음 한 번 더 보고, 내용을 내 흥미나 관심사와 연결해 재구성해보면 장기 기억으로 전환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닮은 듯 다른 건망증과 치매의 차이점

건망증과 치매는 다릅니다. 치매는 뇌세포의 고장으로 생긴 분명한 질병이기 때문입니다. 반면 건망증은 30세 이후 노화로 인해 나타나는 정상적이고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건망증이 자신이 어떤 기억을 잊어버렸는지 알고 있다면, 치매는 자신의 기억이 사라졌음을 알지 못하지요. 또 치매는 경험했던 일에 대한 기억을 전반적으로, 광범위하게 모두 잊어버리는 특징이 있으나, 건망증은 기억된 것의 일부를 선택적으로 잊어버리는 것으로 구별할 수 있습니다. 건망증도 꾸준한 훈련을 통해 개선하고 예방할 수 있습니다. 노화를 막기 위해 꾸준히 신체 운동을 하는 것처럼 뇌도 운동이 필요합니다. 독서나 바둑, 장기 등 신경 세포를 자극하는 훈련이 도움이 됩니다. 지적 자극을 주면 뇌 신경 세포 회로가 두꺼워지고 넓어져 뇌 용량이 커집니다. 건망증이 심할 때는 메모하는 습관도 도움이 됩니다. 또 한 가지 일을 할 때는 온전히 집중하시기 바랍니다. 요리하면서 텔레비전을 보거나, 통화하면서 청소를 하는 등 여러 일을 한꺼번에 하면 집중력이 떨어져 기억 활동에 방해가 됩니다. 뇌 전체의 고른 발달을 위해 독서 등 지적 자극을 주는 다양한 취미 생활을 권합니다. 뇌에 산소와 영양분을 원활히 공급하기 위해 술이나 담배를 멀리하고, 스트레스에 빠지지 않도록 주의하세요. 노년기에 접어들수록 인지기능의 저하가 있을 때는 조기에 적극적으로 검사를 받아보는 것도 의미가 있습니다. 특히 우울증으로 인한 가성 치매는 적절한 심리치료나 우울증 약제를 사용하면 증상이 크게 좋아질 수 있다는 사실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