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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직장에서 30년을 일했다. 출산과 육아로 스스로 일을 놓은 적도 있었지만, 베테랑 직원을 필요로 하던 회사의 간곡한 러브콜에 다시 현장으로 나섰다. 내 집처럼 익숙한 곳임에도 사고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조근순 씨는 출퇴근하듯 꾸준하게 재활에 나섰고, 성공적으로 직장에 복귀했다.

글. 정라희 사진. 김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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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지도 못한 미끄러짐과 골절

조근순 씨는 타월을 생산하는 회사에서 오랜 기간 제작 업무를 담당해왔다. 섬유를 다루는 타월 제조업 특성상 현장에는 먼지가 발생하기 쉬웠고, 현장에서는 가습기를 가동해 먼지 날림을 최소화했다. 오랜 기간 적응해온 환경이었지만, 사고는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찾아왔다. 전날 특근을 한 터라 조금 피곤한 날이었다. 하필 비도 내려 현장에 안개 같은 습기가 가득했다. 평소처럼 움직이다 순간 바닥에 미끄러졌고 다리에 골절을 입고 말았다. 그때가 2019년 5월 20일. 사고가 나자마자 가장 먼저 향한 곳이 바로 근로복지공단 대전병원이었다.

“그동안 일하면서 다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거든요. 그래서 제가 산재를 입을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사고는 정말로 한순간이더라고요.”

그렇게 응급 수술을 하고 퇴원 이후에는 산재관리간호사인 재활지원부 김선미 과장의 안내를 통해 집중재활치료를 시작했다. 하루라도 빨리 직장으로 복귀하기 위해 출근하듯 병원에 발 도장을 찍었다. 일대일로 이루어지는 집중재활치료는 몸의 회복은 물론 마음의 안정에도 도움을 주었다.

“집중재활치료 담당 선생님에게 정말 고마웠다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어요. 치료를 마치고 나서도 ‘개인운동 꼭 하고 가세요’하고 신신당부를 하셨죠. 대전병원 물리치료실은 운동기구가 다양하고 시설이 쾌적해서 이용하면서도 마음이 편했습니다.”

병원에 다니면서 만난 산재환자들과 대화를 나누며 정보와 함께 마음의 위안도 얻었다. 그처럼 대전에 사는 사람도 있었지만, 공주나 조치원 등 타지에서 대전까지 치료를 받으러 오는 이들도 있었다.

“처음에는 ‘내가 왜 다쳤을까’하는 생각에 사로잡히기도 했습니다. 수술 직후에 무통주사를 맞기 전까지는 하루이틀 크게 아프기도 하더라고요. 하지만 치료과정을 따라가다 보니 자연스럽게 속상한 마음이 풀어지고 ‘빨리 회복해야겠다’는 생각이 더 강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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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준한 재활과 작업능력평가로 되찾은 일상

집중재활치료를 받으면서 신체의 가동범위도 점점 좋아졌다. 하루하루 몸이 회복된다는 기분이 드니 병원 가는 길도 그리 힘들지 않았다. 처음에는 걱정하던 자녀들도 “이번 기회에 쉰다고 생각하라”며 그를 다독여주었다.

“사회 생활을 일찍 시작해서 지금까지 제대로 휴식기를 가졌던 적이 드물었어요. 그래서 저 역시 이 참에 좀 쉬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그래도 병원에는 한 번도 안 빠지고 출근하듯 다녔어요. 병원이 집에서 걸어올 수 있을 만큼 가까워서 오가는 길도 수월했고요.”

꾸준히 해온 사회생활은 그에게 밥벌이를 넘어선 자아실현의 장이었다. 지금도 자신을 필요로 하는 자리가 있다는 것, 나아가 오랜 기간 쌓아온 자기만의 노하우를 발휘할 일이 있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그에게 자부심을 주었다. 그래서 재활 기간 동안 그의 마음속 목표는 항상 직장 복귀였다.

“병원에 올 때마다 이런저런 조언을 다양하게 해주셨어요. 회복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무조건 따라 했습니다. 덕분에 직장 복귀도 빨리할 수 있었어요.”

2020년 3월에 무사히 직장으로 복귀한 조근순 씨는 골절 수술 당시 심었던 철심을 제거하는 수술을 그해 12월에 받았다. 그리고 한 달 동안 휴식기를 가진 후 이제는 완전히 회복한 몸으로 일상으로 돌아갔다.

“여전히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 지 몰라요. 회사에서도 평소 안전교육을 열심히 해왔는데도 사고가 나려고 하면 어쩔 수 없나 봅니다. 그래서 직장에 복귀한 후에는 주변 사람들에게도 항상 ‘조심하라’고 신신당부하고 있어요. 다들 저와 오랜 세월 같이 근무해온 가족 같은 사람들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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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의 힘을 모아 회복을 지원하다

조근순 씨가 집중재활치료를 받는 과정에서 김선미 과장은 근로복지공단 대전병원의 전문가들과 함께 다각적인 지원방안을 고민했다. 현재 근로복지공단 대전병원에서는 ‘심리’, ‘의료’, ‘직업재활’ 등 세 가지 측면에서 산재환자를 지원하고 있다. 재활의학과 의사와 산재관리간호사는 물론 물리치료사, 작업치료사 등 각 분야의 여러 전문가가 한 명의 산재환자를 위해 지속해서 협의하면서 다학제 및 재활종합평가 등을 통해 더 나은 해결방안을 찾고 제시한다.

“오랜 기간 직장에서 경력을 쌓아오신 분이라 회사에서도 꼭 필요한 인재이시고, 본인도 직장에 복귀하려는 의지가 강했습니다. 그래서 포기하지 않고 재활에 집중하실 수 있게 자신감을 심어드리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대다수 산재환자들이 ‘잘하고 있다’는 격려와 심리적 지지에 힘을 많이 얻으십니다.”

골절 사고는 특성상 접합과 회복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서서히 회복하는 과정에서 답답함을 호소하는 산재환자도 있다. 김선미 과장은 이런 사례에 비추어 조근순 씨가 치료 과정에서 마음이 가라앉지 않도록 선별심리검사를 지원하고, 집중재활치료를 받는 과정에서도 꾸준히 관심을 기울이며 마음을 살폈다. 더불어 작업능력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연계해 직장 복귀에 대비할 수 있게 도왔다.

“조근순 씨는 같은 직장, 같은 직무로 복귀하셨지만 재해 상태에 따라서 같은 직무를 계속할 수도 있고, 다른 직무로 변경해야 할 수도 있어요. 혹시라도 직무 변경을 해야 하면 사업주를 설득하기도 합니다. 종결 이후에도 사례 관리를 통해 업무에 잘 적응하고 있는지 확인도 하고요. 회사로부터 ‘잘하고 있다’는 후기를 들으면 저도 덩달아 보람을 느낍니다.”

이번 사례를 정리해 발표하면서 김선미 과장은 2020년 재활 우수사례 내일찾기 부문에서 은상을 받았다. 김선미 과장은 근로복지공단 대전병원이 “여러 사람이 움직이지만 톱니바퀴가 맞물려 마치 한 몸처럼 돌아간다”고 말한다.

“직장복귀를 지원하는 담당자들이 정기적으로 소통하며 일하고 있어요. 각자 파트에서 산재노동자를 담당하면서 환자의 감정 변화나 추가로 지원할 부분들도 캐치하고요.”

모든 치료를 한 병원에서 원스톱으로 받을 수 있다는 것도 대전병원의 강점이다. 정해진 스케줄을 따라가다 보면 산재노동자들도 자연스럽게 재활에 집중하게 된다. 예전과 같은 일상으로 돌아간 조근순 씨에게 직장생활은 단순한 일이 아니라 삶이다. 그렇기에 할 수 있는 한 같은 자리에서, 친구 같은 동료들을 오래 만나며 하루하루를 행복하게 보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