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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건강에 대해 얼마나 이해하고 있을까? 코로나19 대유행이 장기화되면서 어느 때보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그런데 그 ‘건강’이라는 개념이 이전과는 어딘가 조금 달라지고 있다.

글. 이호성 재활전문센터장

외로움을 느끼는 나, 건강한가요?

최근 일본 정부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수많은 시민이 심리적 고독감을 토로하자 이런 문제를 담당할 장관직을 신설했다. 그런가 하면 영국 정부는 2018년부터 ‘외로움 담당 차관’을 임명해 운영하고 있다. 이런 외로움은 단지 고독감으로 그치지 않고 다른 건강 문제를 일으키는데, 실제로 외로움을 잘 느끼는 사람이 국가건강보험으로 연평균 110만 원을 더 썼다는 통계도 있다. 사회적 활동과 참여가 부족하면 흡연이나 비만, 대기오염 등 보편적으로 건강에 위험하다고 여겨지는 요인들보다 더 심각하게 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한 개인의 (정신을 포함한) 신체 문제로 국한되었던 ‘건강’이, 현대에는 사회적인 환경과 활동, 참여의 영역까지 포함하는 사회적 패러다임으로 확장되고 있다.
사실 ‘사회적 환경’이나 ‘활동 및 참여’라는 개념을 ‘건강’ 영역에 포함하고자 하는 노력은 이전부터 계속되어 왔다. WHO가 2001년 발표한 국제기능장애건강분류(ICF)만 봐도 인간의 건강과 장애에 관한 새로운 시선을 확인할 수 있다. 이 개정안에서는 ‘인간 생활 전반에 관련된 신체와 정신 및 사회적 측면을 포함한 건강한 삶’을 ‘웰빙(Well-Being)’이라고 정의한다.
그리고 ‘건강’은 이 웰빙의 영역 중 하나이며 ①신체 기능과 구조, ②활동과 참여라는 두 가지 요소가 어떻게 수행되는지 나타내는 용어로 지칭된다. 예를 들어 사회적 활동에 원활하게 참여하고 있는 나병 환자의 경우 비록 외관상 신체의 손상은 있지만, 활동과 참여의 영역에는 제한이 없는 건강 상태로 분류할 수 있다. 반대로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장기간 사회적 활동 단절이 발생했다면 신체 기능과 구조의 손상 없이도 활동 제한이나 참여 제약이 있을 수 있으며 이 또한 신체 기능 손상과 마찬가지로 건강에 이상이 있다고 말할 수 있다.

활동하고 참여하며 누리는 건강

이렇듯 ‘활동과 참여’는 신체기능의 부수적인 결과물이 아니라 건강 상태를 이루는 두 가지 큰 축 중 하나다. 건강검진을 받고 질병을 치료하는 것처럼, 각자의 건강을 위해 나의 ‘활동과 참여’를 적절하게 중재하여 건강의 각 요소가 잘 유지되도록 해야 한다. 활동과 참여의 영역에는 다양한 일상이 포함된다. 출근해서 다양한 직무를 수행하는 직업 활동에서부터, 출퇴근이나 수면, 청소 등 의무 활동까지. 물론 ‘여가’도 꼭 필요한 요소다. 여가는 ‘개인이 자유롭게 선택하여 참여할 수 있는 비직업 활동’으로, ‘어떤 일을, 해야할 의무 없이 하는 것’이다. 놀이, 스포츠, 예술과 문화, 취미 및 사교 등 대부분의 사회참여가 여가에 해당한다.
‘활동과 참여’ 영역는 직업과 의무, 여가의 합이다. 신체적 손상이 있든 없는 모든 사람은 건강한 삶의 필요조건으로서 이 ‘활동과 참여’를 충분히 영위해야 한다. 이렇게 꾸려진 건강은 한 사람이 꿈을 실현해 나가기 위한 밑바탕이며 평생 가꾸어야 할 각자의 소중한 자산이다.
또한 건강은 신체 요소가 활동 및 참여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복합체이다. 하지만 아직 대부분의 의료 서비스는 아직 개인의 신체적인 요소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고 활동과 참여의 영역은 개인이 해결해야 할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근로복지공단에서는 ‘활동과 참여’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바탕으로, 산재노동자들이 꿈을 되찾을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앞으로도 공단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활동과 참여’의 영역까지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의료의 질이 한 단계 나아질 수 있도록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