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을 읽어드립니다
오래 일하지 말라, 깊게 일하라
- 칼 뉴포트 <딥 워크>

sub_writer_deco한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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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뇌를 렌즈로 만들어 주의를 모으고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에 온전히 정신을 집중하라.
1922년 칼 융은 볼링겐이라는 작은 마을에 2층짜리 돌집을 지었다. 중세시대 사람들이 살았던 공간이라 해도 이상하지 않을만큼 단순한 집이었다. 잘 나가는 정신과 의사였던 그가 돌집을 지은 이유는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강의와 상담이 없는 주말이면 도시를 떠나 볼링겐으로 왔고 아침 7시부터 밤 10시까지 집필에 매진했다. ‘집단 무의식’이라는 키워드로 유명한 분석심리학은 이와 같이 칼 융이 적극적으로 가진 집중의 시간에서 탄생한 결과물이었다.
사실 영향력을 남긴 사람들의 삶을 살펴보면 칼 융의 작업 방식과 유사한 모습을 많이 찾을 수 있다. <수상록>의 몽테뉴는 대저택의 한쪽 구석 탑에 서재를 만들어 틀어박혔다. 마크 트웨인은 <톰 소여의 모험>을 쓸 때 농장에 있는 헛간에 일부러 들어갔다. 빌 게이츠는 일 년에 두 번 모든 업무에서 벗어나 외딴 시골에 머무는 ‘생각 주간’을 가지고, 작곡가 그리그는 호숫가 옆에 빨간 오두막을 짓고 작업실로 썼다. 이 행동들의 공통점은 집중을 방해하는 모든 요소를 차단하고 일정 시간 한 가지 일에만 적극적으로 몰두하는 것. 바로 칼 뉴포트가 ‘딥 워크(Deep Work)’라고 이름 붙인 작업 방식이다.
딥 워크: 인지능력을 한계까지 밀어붙이는
완전한 집중의 상태에서 수행하는 직업적 활동.
딥 워크는 말 그대로 ‘심층적인 작업 방식’을 뜻한다. 완전한 집중 상태에서 깊게 몰입하여 일 처리를 해야 딥 워크다. 그런데 일상에서 우리는 어떨까. 평소에 하는 업무 방식을 잠깐 떠올려 보자.
‘출근을 해서 컴퓨터를 켠다. 밤새 들어온 메일을 읽고, 오늘의 스케줄을 체크한다. 어제 만들다 만 기획서를 꺼내 작성을 이어간다. 전화가 울리면 응대한 뒤 다시 기획서로 돌아간다. 그때 메신저가 울린다. 관련 부서의 협조 요청이다. 급한 건이라고 하니 빠르게 회신부터 한다. 어느새 회의시간이다…’
대체로 이런 방식이다. 방해 요소가 지속적으로 생기고, 집중은 툭툭 끊어진다. 하루 종일 분주하게 보냈으나 정작 가장 중요한 기획서는 큰 진전이 없다. 칼 뉴포트는 성과를 내는 방식으로 업무를 하려면 딥 워크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을 잘하는 사람과 못하는 사람을 가르는 것은 타고난 재능이라기보다는 업무 방식의 차이다. 생각을 긴 시간 동안 깊게 이어나갈 수 있다면, 그런 방식으로 일할 줄 안다면 성과는 저절로 따라올 수밖에 없다.
우선 방해 요소를 제거하는 것이 먼저다. 메일 도착 알림, 스마트폰 메시지, 갑작스레 걸려오는 전화와 주위 사람들의 잡담은 집중을 방해하는 요소다. 꼭 필요하지 않다면 PC와 스마트폰은 꺼둔다. 사람이 많이 오가는 환경을 피해 조용한 공간으로 이동한다. 이렇게 방해가 사라진 뒤 남아있는 유일한 방해 요소는 자기 자신이다. 쓸데없는 생각, 근질거리는 엉덩이, 하기 싫다고 비명을 질러대는 머릿속 소음과 싸워 이겨라. 그리고 최대한 한 가지 일에만 집중하는 것이다. 물론 직장의 분위기나 업무 특성상 딥 워크 방식을 오래 적용하기 힘든 사람들도 있을 수 있다. 그럴 때는 ‘가급적’ 딥 워크 시간을 늘리는 데 만족하는 수밖에 없다. 하루에 일정한 시간을 ‘집중 업무 타임’으로 정하는 식으로 말이다.
일에 몰두하는 능력은 점점 희귀해지고 있다.
이 능력을 기르고 삶의 핵심으로 만든 소수는 크게 번창할 것이다.
딥 워크를 주창한 칼 뉴포트 역시 이 방식이 ‘따라 하기 어렵다’고 고백한 바 있다. 집중하고 싶다고 해서 누구나 쉽게 집중할 수 있는 것이 아님을 우리는 이미 학창시절에 경험했다. 더욱이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과 접속하는 모바일 시대에 살고 있는 지금은 인류 역사상 가장 집중하기 어려운 시대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한 사실은 지금이 집중을 방해하는 시대임과 동시에 그 어느 때보다 집중의 가치가 큰 시대라는 점이다. 희소한 것은 가치가 높아진다. 다들 집중을 어려워한다면 집중할 줄 아는 능력이 높게 평가받는 것은 당연지사다. 따라 하기 어렵지만 따라해 볼 이유는 차고 넘친다. 어떤가, 이제 딥 워크를 해볼 마음이 드는지. 그래도 아직 딥 워크를 시도할 마음이 들지 않는다면, 다음과 같은 칼 뉴포트 자신의 경험담을 참고해보아도 좋지 싶다.
“대학을 졸업한 후 10년 동안 책 네 권을 펴냈고, 박사 학위를 땄으며, 대학에 조건부 종신 교수로 채용되었다. 그것도 주중에 5~6시 이후에는 일을 거의 하지 않는데도 이처럼 생산성을 발휘했다. 나는 신중하게 선택한 딥 워크를 중심으로 일과를 짰고, 피할 수 없는 일들은 자투리 시간에 신속하게 해치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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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재우 작가. <재우의 서재> 대표
유튜브 <재우의 서재>를 통해 감동 깊게 읽은 책을 나누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