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주희 사진 황성규
Q) 최근 건강과 휴식을 위해 숲을 찾는 분들이 늘고 있어요. 산림치유란 무엇인가요?
산림치유는 질병을 치유하는 것이 아닌 건강의 유지를 돕고 면역력을 높이는 치유활동이에요. 건강한 삶을 추구하면서 자연과 산림 안에서 건강을 회복하는 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요. 산림치유도 이러한 사회적 변화와 함께 더욱 활성화되고 있지요. 정부에서도 지난 2005년 「산림문화·휴양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고 이후 ‘치유의 숲’과 ‘산림치유지도사’ 등의 제도를 법제화했고요. 특히 숲이 우리에게 긍정적인 효과를 미치는 과학적 근거들이 나오면서 많은 분들이 산림 안에서 이를 직접 경험하고 계세요.Q) 지도사님께서는 어떻게 처음 산림치유지도사로 일하게 되셨나요?
숲이 좋아 대학에서 산림자원학을, 대학원에서 산림생태학을 전공했어요. 학위를 받은 후 산림청에서 임업직 공무원으로 일하다가 육아 때문에 퇴사를 했는데요. 갑자기 무기력감과 우울감이 덮치더라고요. 마음이 힘든 상황이었는데 아이까지 아프면서 더욱 힘든 시간을 보냈었죠. 그러다가 산림치유지도사를 떠올렸어요. 사실 이 직업은 10년 전에 알았었는데, 막연히 숲에서 치유할 수 있는 멋진 직업이라는 생각만 했지 직접 시도하진 못했었거든요. 그런데 당시에 제 마음이 너무 힘드니까 우선 치유를 받아야 살겠더라고요. 아이의 건강에도 도움이 될 거란 확신도 들었고요. 그렇게 산림치유지도사로 일을 시작했고, 지금은 마음이 참 편해졌어요. 아이도 숲과 가까이 생활하니 지금은 병원에 가지 않아도 될 정도로 건강해졌어요.Q) 일하시는 ‘서천치유의숲’은 어떤 곳인가요?
‘서천치유의숲’은 충청남도 서천군의 문수산과 희리산 사이 계곡부에 위치해 있어요. 소나무림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다른 숲보다 피톤치드 성분이 높아요. 이 피톤치드는 스트레스 해소, 심폐기능 강화에 효과가 있고, 공기를 정화시켜줘서 더욱 쾌적한 기분을 느낄 수 있는 숲이지요. 특히 ‘서천치유의숲’ 안에는 장항제라는 큰 호수가 있는데요. 일제강점기 때 식수로 사용하던 곳이라고 해서 출입금지지역으로 보존되어온 가슴 아픈 역사를 지닌 곳이기도 하지만, 그렇기에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어요. 잘 보존된 소나무가 곳곳에 남아있어서 아름다운 숲을 느낄 수 있지요. 방문객들을 위해 수년 간 숲 곳곳을 보수해서 올해 6월 16일부터 시범 운영되고 있어요.Q) 산림치유프로그램은 어떻게 진행되나요?
하루에 두 번 운영되고 있는데요. 오전 10시부터 12시까지, 오후는 2시부터 4시까지 산림치유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어요. 인원은 15명 이내로 진행되는데, 코로나19 이후로는 10명 이내로 제한을 두고 있어요. 프로그램은 대상별로 이루어지는데, 가족단위로는 ‘우리가족 힐링숲’이 있어요. 숲속에서 걱정인형을 만들어서 가족끼리 하지 못했던 이야기도 하고 차도 마시면서 치유하는 시간을 가져요. 직장인 대상으로는 ‘숲과 함께 힐링해 YOU’, 장애인프로그램인 ‘숲과 함께 더불어 우리’, 노인을 위한 ‘숲과 함께 백세건강’ 프로그램이 있어요. 2시간 프로그램으로 실외프로그램 1개, 실내프로그램 1개로 이루어지고 있어요.Q) 실외프로그램은 어떻게 진행되나요?
실외프로그램으로는 숲길걷기, 맨발걷기, 숲속 소리치유, 숲속 싱잉볼명상 등의 프로그램이 이루어지고요. 실내프로그램은 향기치유(아로미테라피), 족욕 및 티테라피, 통나무명상해독체조, 싱잉볼명상 등이 있어요. 참여자들의 특징 및 날씨에 따라 프로그램이 선택돼요. 프로그램 참여방법은 전화예약만 가능한데요. 올해는 시범운영 중이여서 무료로 운영되고 있어요.Q) 주로 어떤 분들께서 산림치유프로그램에 참여하시나요?
다양한 연령, 계층대의 탐방객들이 참여하고 있어요. 코로나19 이후로 모든 사람들이 상처도 받고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잖아요. 그래서 일반 성인들 뿐만 아니라 유치원 아이들을 비롯해서 보건소의 고혈압 및 당뇨병 환자들, 그리고 노인복지회관의 경도인지장애인, 장애인복지관의 발달장애인분들이 매주 정기적으로 참여하고 있어요. 숲에서 산림치유프로그램을 통해 신체·정신적으로 건강을 회복하고 계시지요.Q) 참여하시는 분들의 반응도 궁금합니다.
재방문 비율이 높아요. 서천군민 뿐만 아니라 타 지역에서도 많이 방문을 하세요. 한번 오시면 가족이나 지인들을 모시고 오세요. ‘서천치유의숲’이 어떤 곳인지 생소해 하시다가 산림치유프로그램을 받고 가면 치유가 된다면서 좋아하세요. 많은 분들이 일상생활을 할 때 온전히 나를 위한 것보다 타인을 위해 더 많은 시간을 보내거든요. 산림치유프로그램은 타인보다는 나 자신만을 온전히 바라보는 시간이에요. 그래서 자신의 몰랐던 마음을 알아차리기도 하고 본인에게만 집중하면서 치유 받는 느낌을 갖게 되시지요. 그런 부분에 가장 큰 만족감을 느끼시는 것 같아요.Q) 산림치유프로그램의 장점은 무엇인가요?
특히 산림에는 다양한 물리적, 화학적, 지형적 치유 요소들이 있어요. 숲속의 각종 식물들은 피톤치드를 뿜어내는데요. 피톤치드 샤워, 즉 산림욕을 하면 우울증 예방 및 완화 효과가 있어요. 또 맨발걷기를 통해서 몸에 있는 나쁜 활성산소를 제거해줘요. 약물을 사용하지 않고 몸의 면역력을 높여줄 수 있는 것이죠. 일상에서 벗어나 숲속에서 여유로움, 온전히 나만을 위한 시간을 갖는 것 자체가 산림치유프로그램의 장점이라고 생각해요.Q) 어떤 분들이 산림치유프로그램에 참여하면 좋을까요?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분들이 우울감을 갖으시는 것 같아요. 어린아이부터 노인 분들까지 치유가 필요하지요. 일상생활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시는 분들, 휴식이 필요하신 분들은 꼭 가까운 숲에서 산림치유프로그램에 참여하셨으면 좋겠어요.Q) 가장 추천하시는 산림은 어디인가요?
가장 추천하는 곳은 집과 가까운 주변의 숲이에요. 숲이 없다면 나무가 있는 곳 즉, 작은 공원도 괜찮아요. 숲에서 풀, 나무, 흙, 돌, 바람, 햇빛을 느끼면서 자연과 정서적으로 교감할 때 우리의 몸이 건강해져요. 뿐만 아니라 정서적 안정감도 느낄 수 있지요. 그래서 가장 추천하는 숲은 집과 가장 가깝고 일주일에 한번 정도 주기적으로 갈 수 있는 곳이에요.Q) 산림치유지도사 님만의 산림치유프로그램 운영 방법은 무엇인가요?
프로그램 전에 부정적인 마음들, 속상했던 것들이 있다면 명상을 통해 스스로 정화한 후 진행해요. 왜냐하면 마음이 힘든 상태로 프로그램을 진행하면 그 에너지가 고스란히 전달되는 걸 느꼈거든요. 그래서 수시로 명상도 하고 치유 관련 책도 읽으면서 마음을 평온하게 하려고 노력해요. 그럴 때 프로그램에 참여한 분들의 몸짓, 눈짓, 손짓까지 하나하나 섬세하게 볼 수 있어요. 마음상태가 어떤지 관찰함으로써 치유를 받으실 수 있도록 도와드릴 수 있지요.Q) 코로나19로 외부활동이 자제되면서 우울감이나 스트레스에 시달리기도 하는데요. 어떤 방법이 도움이 될까요?
저도 과거에 우울감과 무기력감으로 힘들어 본 경험이 있어요. 그 경험을 통해 스스로에게 하는 위로야 말로 진정한 치유인 걸 알게 되었어요. 이를 위해서는 자신의 마음을 알아차리는 게 필요해요. 저는 명상을 통해 마음을 살피는데요. 차안에서 명상앱을 이용하거나 숲길을 걸으며 하루 3분 정도의 명상으로도 충분해요. 명상을 통해 이 힘든 시기에 우리의 마음에 온기를 지키는 하루하루를 맞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