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무르익던 어느 날, 경북 경주시 한 리조트에서는 공단의 ‘가족화합프로그램’이 열렸다. 2박3일 동안 산재노동자와 그의 가족이 함께 참여하는 이 프로그램은 갑자기 찾아온 산재로 인해 마음이 힘들거나 갈등상황을 겪고 있는 가족들을 위해 마련되었다.
“가족화합프로그램에 얼마나 어렵게 참여했는지 몰라요. 남편한테 가자고 엄청 졸랐어요. 남편이 평일에 일을 하다 보니 시간을 내기 어려웠거든요. 게다가 원체 이런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성격도 아니고요. 불쑥불쑥 화가 나는 걸 참으면서 겨우겨우 설득했는데, 참여하길 참 잘한 것 같아요. 그동안 제대로 된 가족 여행 한번 못해봤는데 여행 나온 기분이에요.”
산재노동자 김경혜 씨는 남편 정길성 씨와 나란히 앉아 ‘가족화합프로그램’에 참여하기까지 무척 힘든 과정을 겪었다며 하소연을 한다. 남편이 워낙 무뚝뚝한 성격인 데다, 산재를 입고 난 후 치료과정에서도 김경혜 씨의 힘든 마음을 이해해주지 않았던 게 두고두고 서운함으로 남았다고 이야기한다.
“건물종합관리업체에서 청소업무를 담당했어요. 일을 시작한지 얼마되지 않았는데, 그날따라 홀 청소를 해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무대가 사각형인지 알았는데 끝부분에 계단이 있었어요. 그걸 미처 못보고 무대일 거라고 생각하고 밟았으니 바로 바닥으로 굴러 떨어졌지요. 창피하니까 벌떡 일어났는데 통증이 너무 심해서 다시 쓰러졌어요. 구급차를 불러서 병원으로 실려 갔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