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은 평소와 다름없는 아침이었다. 기상을 알리는 익숙한 소리가 들렸고, 그녀는 졸린 눈을 비비며 침대 위에서 뒤척였다. 평범했던 일상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다른 삶으로 돌변해 버린 것은 그 순간이었다. 왼쪽 눈 뒤에서 날카로운 통증이 느껴진 것이다. 본능적으로 왼손을 얼굴에 가져갔다. 의식은 명료했는데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팔다리가 제멋대로인 느낌이었다.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는 편이 나을 것 같아 욕실로 향했다. 샤워기를 켰을 때 물소리가 폭포처럼 크게 들려 깜짝 놀랐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따져보려 했지만 생각의 흐름은 뚝뚝 끊기고 있었다.
다행히 그녀는 뇌와 친숙했고 자신의 뇌에서 일어나는 일을 정확하게 알 수 있었다. 좌뇌의 손상, 운동피질 이상, 청각신호 처리 이상, 인지 능력 이상… 그것은 다름 아닌 뇌졸중이었다. ‘맙소사, 뇌졸중이야! 내가 뇌졸중에 걸렸어!’ 그 순간 그녀의 머릿속에 스친 단어는 ‘기회’였다. ‘자신의 뇌 기능을 연구하면서, 그것이 무너져 내리는 과정을 들여다보는 기회를 가진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짐 볼트 테일러. 뇌졸중이 찾아왔을 때 그녀는 하버드 의과대학에서 일하던 앞날이 창창한 37살의 뇌과학자였다.
그녀는 자신을 행운아라고 생각했다. 뇌가 가진 복잡한 기능을 이해하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하다. 그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뇌졸중 역시 소수에게 일어난다. 짐 볼트 테일러는 자신이 이해한 것을 체험까지 할 수 있는 극소수의 뇌과학자가 되었음을 알았다. 하지만 그런 기회를 온전히 살리기 위해서는 그 전에 해야 할 일이 한 가지 있었다. 망가진 뇌를 회복하는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