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공감
가족의 의미를 찾다, 영화 <감쪽같은 그녀>
“초면에 실례하겠습니다~” 경치 좋은 마루에 앉아 동네 할매들과 심심풀이로 고스톱을 치며 싱글 라이프를 즐기던 말순의 집에
다짜고짜 친손녀라고 주장하는 12살 초등학생 공주가 나타난다. 설상가상으로 어린애는 등에 젖먹이 진주까지 업고 있다.
갈 곳이 없어 피붙이인 말순을 찾아왔다는 어린애들을 내쫓을 수도 없는 말순은 그렇게 기막힌 동거를 시작하게 된다.
이 관계, 정말 괜찮은 걸까?

sub_writer_deco김제림사진 지오필름

 

얼떨결에
가족으로 뭉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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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떨결에 공주와 진주를 가족으로 받아들인 말순은 이제 나이가 들어 자신의 몸 하나도 건사하기 힘들다. 가만히 있어도 몸 이곳저곳이 쑤신 말순에게 초등학생과 기저귀를 찬 갓난아기를 돌보는 일은 만만치 않다.

그런 말순에게 붙임성 있게 다가와 어깨를 주무르는 공주. “이미 고물이라 소용 없다”며 손사래를 치는 말순에게 “고물에 기름칠 들어갑니더~”라며 싹싹하게 어깨를 주물러주는 공주가 말순의 눈에는 어느새 예쁘고 기특하게 보이기만 한다.

하지만 세상살이가 쉽지 않는 법. 넉넉지 못한 형편에 진주의 기저귀와 분유를 사는 것도 부담인 이들은 꾀를 내어 마트에서 증정용 기저귀를 공짜로 가져오지만, 마트 직원에게 딱 걸려 도둑으로 몰린다. 다행이 공주가 배우 못지않은 환상적인 연기를 펼쳐 위기를 모면하지만, 집으로 돌아오는 말순과 공주의 어깨는 축 쳐지고 만다. 어느새 서로에 대한 걱정이 마음속에 가득 찬다.

그러던 어느 날, 진주가 큰 수술을 받아야 하는 병에 걸리고, 말순의 치매 증상이 시작되면서 이 가족은 또 한 번 변화를 맞게 된다. 평생을 생판 남으로 살아오다가 갑자기 가족이란 이름으로 묶여 때로는 티격태격 다투고, 때로는 서로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던 말순과 공주. 이들은 이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가족이라는
존재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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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감쪽같은 그녀’는 혼자가 익숙해 함께하는 것이 낯선 말순과 무엇이든 혼자 힘으로 해낼 것 같지만 아직은 가족의 품이 필요한 12살 공주가 진정한 가족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그려낸다. 서로가 낯설고 짐처럼 느껴졌던 이들은 함께 살며 서로에게 하나밖에 없는 특별한 존재가 되어 간다.

갑자기 생판 처음 본 아가 갓난 아까지 업고 찾아왔다.
내 손녀란다. 이 뭔 일이고…
이름이 공주란다. 절대 안 이자불 이름이네…
혼자 살다 아가 둘이나 생기니 아이고마 몸도 되고,
정신도 읎다. 잔소리도 어찌나 심헌지…
그래도 마 오랜만에 집이 복작복작하니 참말로 좋네.

- 말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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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한테도 할매가 생깄다.
지금까지 혼자 사싰다는데 암것도 안 묻고 우릴 받아주싰다.
내 없을 때마다 동네 할매들하고 그림 맞추기만 하고,
동광 삼촌한테 자수 손수건 강매도 해서 골치도 아프지만
그래도 무신 일이 생길 때면 내 편이 생긴 것 같아서
기분은 참 좋다.
할매요, 가족이 되어줘서 고맙습니다.

- 공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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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의 수술과 말순의 치매라는 설정은 다소 전형적인 신파일 수 있지만, 결국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해 눈물을 쏟게 만든다. 이는 가족이라는 가치가 여전히 우리에게 소중함을 깨닫게 해주기 때문일 것이다. 어쩔 때는 남보다 못한 사이 같고, 때때로 외면하고 싶을 때도 있는 ‘가족’이라는 이름의 사람들. 그러나 끝내는 내 편이 되어주는 사람, 든든한 버팀목은 ‘가족’이 아닐까. 바쁜 일상으로 인해 가족이나 이웃의 정과 소중함을 잊고 있었다면, 영화 <감쪽같은 그녀>를 놓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