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행시
가죽 사이로 켜켜이 쌓이는 기억, 다이어리 만들기
사람마다 손맛은 다 다르다.
똑같은 재료로 가죽 공예를 하더라도 손놀림에 따라 달라지고 집중도에 따라 달라지는 법.
그러나 적절한 코치와 충분한 시간 안배가 있다면 내 손으로도 촘촘하고
예쁜 결과물을 얻을 수 있는 것이 가죽공예 원데이 클래스의 매력이 아닐까 싶다.
근로복지공단 경인지역본부 산재의학센터 이경일 주임과 안산지사 재활보상2부 최예은 주임은
연말을 맞아 내년을 계획하는 마음으로 가죽 다이어리 만들기에 도전했다.
한 해의 포부도 작심삼일이라는 말 앞에서는 무뎌지기 마련이지만,
독특한 질감과 한 땀 한 땀 수놓은 마음을 담아 새로운 한 해를 열어가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sub_writer_deco김희정사진 한상훈

 

진정한 우정은
떨어져서도 무럭무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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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지역본부의 이경일 주임과 안산지사의 최예은 주임은 처음 근로복지공단에 동기로 들어왔을 때부터 우정을 다져온 사이다. 같은 지사, 같은 부서로 첫 발령을 받아 새내기로서 고민을 나누고 다독이는 과정을 거치다 보니 자연스레 다른 곳으로 발령이 나도 계속 서로의 안부를 나누는 사이가 되었다고. 지금은 경일 주임이 인천에 있는 경인지역본부로 전보를 했지만, 집이 안산인 만큼 퇴근 후에도 만나며 꾸준히 우의를 다져왔다.

가죽 다이어리를 만들기로 한 뒤 가장 먼저 한 것은 바탕이 되는 가죽과 포인트가 되는 다른 색의 가죽의 배색을 고르는 것. 최예은 주임은 평소 좋아하는 버건디 색 스트랩에 잘 어울리는 옐로우 오커 가죽을 골랐다. “다소 진한 노랑색 바탕에 와인색 스트랩이 고급스럽게 어우러질 것 같아요.” 반면 이경일 주임은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초록색 바탕에 붉은색 스트랩을 골랐다. 평소에도 초록색을 좋아하는 만큼 대부분의 물건들이 골라놓고 보면 초록색인 경우가 많은데, 여기에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는 만큼 특유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배색을 하고 싶었다고.

가죽을 고르고 나면 끝없는 손바느질이 기다리고 있다. 양면 박음질을 할 때의 포인트는 한 땀 한 땀 방향을 잘 맞추는 것인데 가끔 다른 방향으로 꿰다 보면 바늘땀이 예쁘게 나오지 않아 풀고 다시하기를 몇 번. 꼼꼼하고 섬세해야 하는 바늘땀과 제 성격이 달리 놀아 아쉬워 하는 탄성도 몇 번씩 나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가죽 바느질을 한 것은 그동안 사보에 자주 나왔던 가죽공예에 대한 호기심과 손으로 만지작거리며 자신만의 작품을 만들어낸다는 즐거움이 큰 동기가 되었다.
“예은 주임이 같이 하자고 권유해서 참가하게 되었는데, 해당 분야에 문외한이어도 클래스에 참가해서 무언가를 만들어낸다는 게 흥미로웠거든요. 가끔 친구들이 원데이 클래스를 한 뒤에 SNS로 결과물을 보여주는 것을 봤었는데 오늘은 저도 그 한명이 되었어요. ”

“같은 부서에 가죽지갑 원데이 클래스에 참가하신 주임님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후기를 시시콜콜하게 물어보고 나서는 경일 주임에게 바로 같이 하자고 연락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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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하게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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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죽공예에 도전해 본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하는 공통점이 있다면 바로 바느질에 집중하면서 다른 생각 없이 순수하게 몰두할 수 있다는 것. 비록 예상 시간보다 더 오랜 시간이 걸리기는 했지만, 평소 다루던 문제와 전혀 상관없이 순수하게 몰입할 시간을 가지며 두 사람의 스트레스도 한 층 내려놓을 수 있었다. 여기에 오랜만에 보는 동기와 도란도란 시간을 가지니 결과물에 상관없이 한층 특별한 시간이 될 수밖에 없었다.

“5시간이나 걸린 줄은 모르고 굉장히 집중했어요. 손으로 만들었더니 벌써 제 다이어리에 애착이 느껴져요. 저는 다이어리를 쓸 때 작심 1개월인데, 내년부터는 속지만 바꾸면서 계속 꾸준하게 다이어리를 쓰고 주기적으로 저 자신을 돌아볼 시간을 가지려고요.”

“손재주가 없는 편이라고 생각해서 가죽공방은 다녀볼 엄두도 못 냈었는데, 이렇게 결과물을 손에 쥐고 나니 한층 자신감이 생기는 것 같아요. 올해에는 사내에서 매월 추천하는 책을 읽고 100자 평을 쓰는 리딩톡톡 독서경영 이벤트에 참여하려고 계획했는데, 책을 읽으면서 감명 깊게 읽은 구절을 여기에 쓰면 한층 뜻 깊을 것 같아요.”

각자 2020년에 대한 기대감을 밝히며 자신만의 가죽 다이어리를 자랑한 두 명. 옛말에 시작이 반이라는데, 2020년을 어떻게 주도적으로 헤쳐 나갈지에 대해 나름대로의 목표를 세운 것만으로도 올해를 더 나은 한 해로 만들기에는 충분히 좋은 조건이리라. 각자의 위치에서 새로운 시작이 되는 만큼 그 마무리도 아름답고 뜻 깊은 결실이 되길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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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계획을 세우고 글씨를 쓰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라 다이어리에 스케줄을 정리하고 메모해 두는 편이에요. 그런 점에서 좋아하는 것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참 뜻깊었습니다. 또한 친한 직원이라고 해도 업무로 만나는 비중이 훨씬 큰데, 업무가 아니라 취미활동으로 시간을 함께 하는 것 자체가 힐링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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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과정 하나 하나를 거치면서 점차 형태가 잡혀가는 것을 보는 것이 뿌듯하고 재미있었어요. 예은 주임이나 선생님과 가벼운 한담을 나누는 것도 스트레스 해소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정성 들여 만든 만큼 성취감도 컸던 하루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