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여행
도시에서 즐기는 일출과 낭만, 부산
깜깜한 하늘과 검푸른 바다 가운데서 적막을 깨는 붉은 빛이 서서히 올라오는 것을 보고 있으면 마음도 같이 일렁이는 듯하다.
더구나 마천루를 등지고 광활한 바다를 마주하며 보는 태양이라면 더 극적이지 않을까.
부산은 다른 일출 명소와 달리 도심과 맞닿은 자연에서 일출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새해 부산에서 일출을 본다면 한 해를 시작하는 일렁이는 마음을 담고 도심에서 또 다른 재미를 즐길 수도 있을 것이다.

sub_writer_deco김그린 여행작가

 

현수교 위로 떠오르는 새해
광안리 해수욕장 해돋이
일출을 보러 간다고 하면 한적한 동해의 바닷가를 떠올리지만 제2 도시 부산에도 못지않은 일출 명소들이 있다. 아름다운 산책로를 따라 조용히 일출을 감상할 수 있는 이기대 해안산책로, 기암절벽과 물안개가 환상적인 풍경을 보여주는 기장 오랑대, 이국적인 분위기를 내는 죽성성당 등 명소들이 많지만 그 중 광안리 해변은 도심과 가까우면서 멋진 풍경을 볼 수 있는 대표적인 해돋이 명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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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안리 해변은 바다를 가로지르는 광안대교를 배경으로 해돋이를 감상할 수 있다는 게 특별하다. 새해가 되면 이 해돋이 풍경을 보며 한 해를 시작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로 광안리 백사장이 북적인다. 두 개의 탑이 멋스럽게 올라서 있는 현수교 위로 서서히 떠오르는 해를 보고 있으면 꽤 괜찮은 새해를 맞은 것 같기도 하고, 자연스럽게 무언가를 다짐하고 싶어지기도 한다.

매년 수천 명의 사람들이 모이는 만큼 1월 1일 광안리 해수욕장 백사장에서는 새해맞이 행사가 열린다. 한 해의 소망을 쓰고 덕담을 나누는 자리와 포토존이 생기고 대북공연 등 각종 행사가 열린다.
부산의 이야기를 간직하다
초량 이바구길
‘이바구’란 경상도 사투리로 이야기라는 뜻이다. 부산항과 부산역을 마주하고 있는 원도심 초량동은 부산에서도 이야기가 많은 곳일 수밖에 없다. 예부터 항구를 중심으로 다양한 외래 문물이 들어오던 관문이자 교역의 중심지였고, 해방과 전쟁을 거치면서는 부산에 정착한 피란민의 삶의 터전이었다. 또한 부산의 산업 부흥기를 이끈 직공들의 삶의 현장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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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량 이바구길 곳곳에는 부산 근현대 역사의 기억이 스며있다. 부산역을 빠져나와 골목에 들어서면 1927년부터 자리를 지키고 있는 옛 백제병원 건물이 나온다. 백제병원은 일제강점기에 지어진 부산 최초의 근대식 종합병원이었다. 인체 표본과 운영 문제로 폐업한 뒤 중국요리점 봉래각, 대사관, 일제 치안대 사무소, 예식장 등 다양한 변화를 거쳤지만 현재까지 그 형태를 온전히 유지하고 있다. 백제병원에서 시작되는 이바구길은 부산 최초의 창고인 남선창고와 벽화 골목을 거쳐 168계단으로 이어진다.

168계단은 초량동의 윗동네와 아랫동네를 연결하는 계단이다. 부산의 산등성이 마을의 구조를 이곳에서 실감할 수 있다. 가파른 경사를 따라 뻗어 올라간 계단을 보고 있으면 아찔한 기분과 동시에 저 계단을 매일 오르내렸을 수많은 사람들을 생각하게 된다. 현재는 주민들이 쉽게 오르내릴 수 있도록 계단 옆에168모노레일이 설치되었다. 산복도로로 올라가는 가장 빠른 지름길인 168계단을 지나면 스카이웨이전망대에 다다른다. 전망대에서는 이곳에 오른 수고를 보상받기라도 하듯 산복도로 아래로 시원하게 펼쳐진 초량동과 멀리 부산항의 풍경을 내려다볼 수 있다.
정겨운 골목과 바다가 빚는 풍경
흰여울문화마을
부산 영도의 흰여울길은 예전에 봉래산 기슭에서 여러 갈래의 물줄기가 바다로 굽이쳐 내리는 모습이 마치 흰눈이 내리는 듯 흐르는 빠른 물살의 모습과 같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마을 앞은 태종대까지 이어지는 절영해안산책로가 가로지르고, 산책로 위로는 높은 축대가 마을을 떠받치고 있다. 축대 위에 자리 잡은 마을은 피란민들이 하나둘 모여 지어 올린 일명 ‘꼬막집’과 고불고불한 옛 골목길이 그대로다.

이곳만의 풍경 때문에 ‘변호인’ 등 영화 촬영지로 자주 등장해 알려졌지만, 최근에는 아름다운 바다 전경을 보기 위해 사람들이 모인다. 흰여울문화마을 앞바다는 부산항에 들어오는 화물선이나 원양어선 등 중대형 선박들이 선박 수리나 급유를 위해 잠시 닻을 내리고 머무는 묘박지(錨泊地)다. 하루 평균 70~80척의 배가 이곳에 머무르는데, 낙조를 받으며 바다 위에 한가롭게 배가 떠 있는 이곳만의 풍경을 즐기기 위해 주말이면 많은 사람이 마을의 카페와 서점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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