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광주광역시에 국내 두 번째 외래재활센터인 광주의원이 문을 열었다. 산재 노동자가 입원을 하지 않고도 직장과 집 가까운 곳에서 집중재활프로그램을 지원받을 수 있는 이곳에 올해로 32년째 산재 노동자의 곁을 지키는 김성철 재활치료실장이 있다.
글. 박채림 사진.김지원
산재 노동자의 아픔을 가장 잘 아는 친구
광주의원 재활치료실은 근로복지공단 병원 조직 가운데서도 가장 출발이 늦은, 그야말로 신생 조직이다. 서울의원에 이어 국내 두 번째 외래재활센터로 문을 열면서 모든 시설과 장비, 인력까지 새롭게 단장했다. 누구에게나 새로운 출발은 설렘 그 자체일 터. 광주의원의 출발을 함께하기 위해 한 데 모인 재활치료 인재를 이끄는 이가 바로 김성철 재활치료실장이다.
“호남 권역 최초 외래재활센터의 성공적 개소를 위해 다들 지난 해부터 열심히 달려왔습니다. 광주의원이 개소한 이후부터 지금까지는 안정적으로 자리 잡기 위해 조직을 다잡고, 프로그램을 점검하는 시간이었고요. 처음문을 열었을 때는 생소하다는 이유로 이곳을 찾는 환자의 발길이 다소 뜸했지만 지금은 광주지역본부와 광산지사의 도움에 더해 환자분들이 적극적으로 입소문을 내주신 덕분에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불과 8개월 사이에 환자가 급속도로 늘고 있지요.”
평일 오후의 한산한 시간대에도 광주의원의 재활치료실에는 재활에 여념이 없는 환자로 가득하다. 신입 직원의열정과 숙련된 직원의 리더십과 노하우가 조화를 이룬 결과다. 광주의원의 핵심인 재활치료실을 이끄는 김성철 재활치료실장은 새내기 동료들에게도 치료의 경험과 업무 노하우를 공유하며 솔선수범하는 리더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1989년 근로복지공단 안산병원에 입사해 경기요양병원을 거쳐 순천병원 외래재활센터에 이르기까지, 30년이 넘도록 산재 노동자의 재활을 도운 그만의 노하우 덕분이다. 성공적인 개소를 축하하는 말에 김성철실장은 먼저 고마운 동료들의 이름부터 꺼낸다.
“모든 직원이 다 열심히 일한 덕분입니다. 2020년 하반기부터 밤낮없이 일하며 성공적인 개소를 이끌어낸 김영안 과장과 개소 이후에도 후배들을 묵묵히 아우르며 안정적으로 재활프로그램을 운영해준 박창섭 과장, 두 분의 몫이 크죠. 덕분에 저 역시 업무에 집중할 수 있었고 저희 물리치료사 9명과 작업치료사 5명, 총 14명의직원들이 함께 호남권역 최초의 외래재활센터라는 자부심으로 업무에 임하고 있습니다.”
광주의원의 큰 강점은 오랫동안 쌓아온 근로복지공단병원의 노하우가 고스란히 담긴 집중재활 프로그램으로 직업복귀를 원하는 산재 노동자에게 맞춤형 재활치료를 제공하는 것. 직업복귀 프로그램은 4가지 유형으로 나뉘는데 이는 같은 직무라도 원직장에 복귀하느냐 혹은 새로운 직장을 찾는가에 따라 달라진다. 또 원직장에서 새로운 직무에 적응하거나 아예 다른 직무로 새 직장을 찾는 케이스에 이르기까지 디테일한 재활 치료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신체기능을 증진시키는 신체강화훈련과 복귀 후 직무환경과 비슷한 환경에서 훈련할 수 있는 모의작업훈련까지. 꾸준한 재활을 통해 신체능력을 향상시킴은 물론 심리적 안정감까지 제공한다.
“물리치료사는 끈기와 인내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보행이 불편한 뇌 손상 환자가 잘 걷도록 하기 위해서, 치료사는 모든 걸음에 동일한 압력과 정확한 감각을 느낄 수 있도록 도와드려야 합니다. 이런 과정이 수천 번, 수만 번 이루어져야 비로소 효과를 볼 수 있지요. 정확한 치료가 이루어지도록 치료사 스스로 꾸준히 공부와 훈련을 이어가야 하지요. 더불어 항상 환자의 곁에서 진정성이 담긴 대화와 격려를 통해 치료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혼자가 아닌 함께라서 해낼 수 있는 일
누군가에게는 그저 익숙한 몸짓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긴 인내와 좌절 그리고 용기를 통해 이루어진다. 산재 노동자의 이 외로운 싸움을 함께하고 있다는 사실이 김성철 실장과 근로복지공단의 치료사들에게는 막중한 책임감이자 자부심인 셈. ‘소의 걸음으로 천 리를 간다’는 우보천리(牛步千里)의 마음으로 일해왔다는 그가 현재 가장 열중하는 것은 바로 광주의원의 안정적 운영이다.
“광주의원 재활치료실 실장으로서 외부고객인 산재 노동자와 지역주민이 양질의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치료 환경을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조동수 원장님을 필두로 한 진료파트, 장성식 행정팀장님을 비롯한 진료지원파트와 꾸준히 소통하며 직원들이 치료에 집중하고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김성철 실장은 근로복지공단에 몸담은 32년간 고된 순간도 있었지만 마음은 늘 행복했다고 말했다. 산재를 입은 중증 환자가 꾸준히 치료받은 끝에 병원을 건강하게 나서는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사실이 무엇보다 큰 기쁨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진심 어린 고마움을 전하는 환자의 손을 잡을 때마다 전해오는 뿌듯함이 그의 마음속에 단단하게 뿌리내렸다. 결국 꾸준히 노력하면 산재를 극복하고 건강을 되찾을 수 있다는 확신도 묵묵히 업무를 이어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집을 떠나 멀리 광주로 직장을 옮기는 그를 향해 씩씩하게 ‘잘 다녀오세요’라는 인사를 건네는 자녀들 또한 그의 든든한 지원군이다.
“병원을 사람의 일생으로 따져본다면 광주의원 재활치료실은 이제 갓 태어난 신생아라고 할 수 있겠죠. 저희 치료실이 스무 살의 건강한 청년으로 자랄 수 있는 토대를 만들고 싶습니다. 물론 20년이라는 세월을 저 혼자 이끌어갈 수는 없을 겁니다. 그동안 제가 쌓은 경험을 우리 치료실 후배들에게 전하며 이 소명을 함께하려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치료실에 행복이 가득해야 할 것입니다. 올해는 직원들과 끊임없이 대화하며 하루에 한 번은 웃을 수 있는 ‘1일 1웃음 만들기’ 프로젝트를 실현하고자 합니다.”
광주의원이 꾸준한 성장을 통해 근로복지공단 외래재활센터 사업의 청사진을 제시할 수 있기를 바란다는 김성철 실장. 그는 언젠가 10번째 외래재활센터 개소식에 국민의 자격으로 참여하고 싶다는 말을 남겼다. 한 사람의 좋은 리더가 수많은 인재를 키워낸다. 환자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는 그가 있어 광주의원 재활치료실은 더 나은 미래를 그릴 수 있을 것이다. 32년간 그래왔듯 앞으로도 늘 깨어 있는 자세로 환자의 곁에 웃음과 희망을 전하고 싶다는 그의 바람이, 산재 노동자의 힘찬 한 걸음을 위한 밑거름이 되길 바란다.
김성철 실장이 말하는 물리치료의 정석
몸의 근육뿐 아니라
마음의 근육까지 생각합니다
생명의 기본단위가 세포이듯, 움직임의 기본 단위는 근육이라고 생각합니다. 근육이 만들어지기 위해 치료사는 끈기와 인내를 가지고 료의 전 과정에 임해야 하지요. 더불어 우리 치료의 목표에 육체적 건강뿐 아니라 심리적 건강도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환자를 위한 모든 말 한마디에 진정성을 담아보세요. 마지막으로 물리치료사의 모든 업무는 협업에서 시작됩니다. 소통할 수 있는 열린 마음과 내가 조금 더 손해 보더라도 상대를 배려하겠다는 마음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