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봄이 오면 유독 갑작스런 심근경색으로 응급실을 찾는 환자들이 많아진다. 살랑살랑
봄바람에 외출하기 좋은 날씨에 오히려 이런 응급상황이 쉽게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답은 혈관에 있다.
글. 진선미 순환기내과 전문의
봄철, 갑작스런 일교차에 주의하세요
혈관은 온도에 민감하다. 기온으로 인해 혈관의 수축 폭이 커지면 혈압이 곧바로 상승하고 이는 심장에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일교차가 1도 이상 벌어지면 심혈관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이 2.46% 늘어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혈관은 심장을 비롯한 장기 및 조직 사이로 혈액을 순환시키는 통로다. 정상적인 혈관은 심장 박동에 따라 수축과 이완을 하며 뇌, 심장, 신장, 사지 등 주요 장기에 필요한 혈액을 공급한다. 혈관에 콜레스테롤이 축적되거나 혈전이 쌓이면 혈관이 좁아지고, 이로 인해 주요 장기에 필요한 만큼의 혈액 공급이 이뤄지지 않아 심각한 질환으로 이어진다. 바로 심혈관질환이다.
대표적 심혈관질환으로는 협심증과 심근경색이 있다. 평소 심장은 관상동맥을 통해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받는데 갑작스러운 온도 차로 혈관이 좁아지게 되면 심장에 혈액이 충분히 공급되지 않아 협심증이 생긴다. 빨리 걷거나 뛸 때, 계단을 올라갈 때 가슴을 쥐어짜는 듯한 통증이 나타나는 것이 대표적이며, 안정을 취하면 증상이 사라진다.
관상동맥이 계속 좁아지면서 완전히 막힐 경우 급성 심근경색이 나타난다. 심장근육에 괴사가 일어나는 질환이다. 돌연사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 협심증보다 가슴 통증이 심하며 안정을 취해도 통증이 계속된다. 체한 것처럼 속이 더부룩하고 어깨나 팔에서 이유 없이 통증이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증상 없이 바로 의식을 잃거나 심장마비를 일으킬 수도 있다. 따라서 전조증상이 나타났을 때 빨리 병원을 찾아야 생존률을 높일 수 있다. 2시간 이내에 병원에 도착하는 것이 관건. 봄철 일상생활을 하다 갑작스러운 가슴 통증이 30분 이상 지속되거나 호흡곤란, 식은땀, 구토, 현기증 등이 나타나면 심근경색을 의심하고 병원을 찾아야 한다.
꾸준한 건강관리로 혈관 건강 유지해야
평소 고혈압을 앓고 있다면 심혈관질환 발병 위험이 약 2~3배 증가하고 당뇨가 있는 경우 사망 위험이 2~4배 증가한다. 따라서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같은 만성질환을 잘 관리하는 것이 심혈관질환을 예방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우리나라 사람의 하루 평균 소금 섭취량은 11.2g으로, 세계보건기구(WHO) 권장 5g보다 훨씬 많은 양이다. 짜게 먹는 습관은 혈압을 높여 심혈관질환의 발생 위험을 높인다. 가급적 싱겁게 먹는 습관을 들이고, 채소와 과일을 많이 섭취하면 좋다. 등푸른생선에 들어 있는 오메가3 지방산은 혈중 중성지방을 낮추고 혈전 형성을 예방하는 데 도움을 주므로 일주일에 생선을 2회 이상 섭취하고, 섬유소가 많은 식품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좋다. 특히 혈관에 혈전이 쌓여 혈관이 막히는 것을 예방하려면 중성지방 수치를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 술이나 기름진 음식, 탄수화물이 많은 음식이 중성지방 수치를 높인다. 특히 사골 국물은 기름기가 많으므로 가급적 섭취를 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