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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사업을 하다가 새로운 분야에 진출해 기술을 닦아보고자 했던 백승준 씨는 의욕적으로 에어컨 설치업에 뛰어들었다. 매번 조심하며 일해도 수시로 달라지는 현장 상황에 위험 요소를 예측하기란 쉽지 않은 일. 사고 이후 재활에 전념하며 직장복귀를 준비하는 백승준 씨의 든든한 조력자는 근로복지공단 안산병원 직장복귀지원팀이다.

정리. 정라희 사진. 강권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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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작 앞에 닥친 위기

어느덧 40대에 접어든 한 집안의 가장. 머지않아 초등학교에 입학할 사랑스러운 아이를 위해 좀 더 듬직한 아빠가 되고 싶은 마음이 컸다. 사회생활을 시작한 이후 그동안 다양한 업무를 경험했지 만, 기대한 만큼 수익이 나지 않아 새로운 활로를 찾고 싶었다.

“에어컨 설치업은 일한 만큼 수익을 낼 수 있습니다. 이쪽 일이 전망이 좋은 것 같다고 몇 년 전에 제가 먼저 처남에게 추천하기도 했고요. 세월이 흐르고 보니 주변에서 처남이 제일 수 입이 높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과감하게 하던 일을 접고 에어컨 설치기사로 나섰습니다.”

그렇게 에어컨 설치기사로 나선 때가 2019년. 처음에는 가정용 에어컨 설치부터 시작해 차츰 건설 현장과 산업시설 등으로 활동 영역을 넓혀갔다. ‘열심히 일할수록 수익이 돌아온다’는 기대감이 하 루하루 자신감으로 바뀌어 갔다. 하지만 예상하지 못한 사고 앞에서, 부풀었던 꿈이 사그라지는 위 기에 직면했다. 3층 가정집을 호프집으로 개조하던 현장에 에어컨을 설치하러 나갔던 날. 한창 인 테리어 공사 중이라 여러 업체에서 파견 나온 사람들로 현장이 가득했다. 그런데 하필, 그가 발을 딛고 선 지점은 인테리어 업체에서 임시로 합판을 얹어 둔 곳이었다. 합판은 단단하지 않았고, 그 아래 감춰진 공간은 깊었다. 균형을 잡을 기회도 없이 그대로 2층에서 1층으로 추락했다. 그때가 2020년 4월. 이후로 몇 달 동안 중환자실에 입원할 정도로 그의 상태는 위중했다.

“1층에 있는 주방에서 2층과 3층 홀로 음식을 올려 보내는 엘리베이터를 설치할 공간이었 어요. 막힌 곳인 줄 알고 밟고 올라갔다가 사고를 당했습니다. 처음에는 걷지도 못하고 중환 자실에서 일주일 넘게 누워 있어야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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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겨낼 수 있다는 다짐으로 한걸음

인테리어 업체의 과실로 산업재해를 입었으나, 공단의 지원을 받으려면 소속 사업장에서 산업재 해 신청을 해야 했다. 더구나 그는 상용 정규직이 아닌 특수고용직. 그의 사정을 들은 사업주가 다 행히 산업재해 신청을 했다. 하지만 쇄골과 견갑골에 철심을 박는 큰 수술을 마친 그에게는 재활과 직장복귀라는 커다란 숙제가 남았다. 때마침 거주지에서 가까운 근로복지공단 안산병원에 산업재 해 환자를 위한 재활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는 소식을 접했다. 그리고 2020년 11월에 근로복지 공단 안산병원과 인연을 맺었다.

“병원을 옮기고 초반에는 잠시 입원을 했습니다. 사고를 당하고 초반에는 무척 힘들었는데, 병원에 있으면서 주변을 둘러보니 저보다 더 병원의 보살핌을 필요로 하는 분이 많다는 생 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담당 주치의에게 말씀 드려 통원 치료를 하고 있습니다.”

현재 백승준 씨는 근로복지공단 안산병원에서 어깨 및 상지 집중재활치료 프로그램을 받고 있다. 일대일로 치료를 받으면서 오전과 오후 시간에는 개인 운동을 병행한다. 스스로 몸을 만들어 하루 라도 더 빨리 직업에 복귀하겠다는 마음가짐이 매일 그를 다시 일으킨다.

“당장 수입이 줄어드니 저도 그렇지만 가족들도 마음고생이 심해요. 가족들을 생각해서 저부터 마음을 다잡고 있습니다. 그래서 집중재활치료 프로그램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어요.”

꾸준히 재활치료를 받고 있지만, 예전처럼 자유롭게 견관절을 사용하기는 쉽지 않다. 팔을 위로 드 는 동작이 많은 에어컨 설치 업무 특성상 견관절 운동 범위가 일정 수준 이상 나와야 하는데, 부상 이 컸기에 완전히 회복되리라 기대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백승준 씨는 희망을 잃지 않고 달라진 상 황을 받아들이며 자신에게 적합한 새로운 진로를 모색하고 있다.

근로자의 직장복귀를 돕는 병원

그 과정에서 백승준 씨는 근로복지공단 안산병원 직장복귀지원팀을 만났다. 현재 근로복지공단 병원은 인천, 안산, 창원, 대구, 순천, 대전병원에서 산업재해 근로자를 위한 직장복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안산병원은 2019년에 직장복귀 프로그램이 도입될 당시부터 참여한 곳이다.

“직장복귀지원팀에서 처음 상담을 할 때는 저뿐만 아니라 직업의학과 과장님과 산업위생 사가 동행해 직장 복귀에 대한 환자의 의견을 들어요. 그리고 한 달에 한 번 정기적으로 열 리는 직장복귀지원팀 회의에서 주치의인 재활의학과 과장님을 비롯한 직장복귀지원팀 팀 원들이 모여 복귀 지원 대상자를 선정하고 재해자와의 주기적인 상담을 진행하면서 필요한 지원을 병행합니다.”

특히 지난해 산업재해 후 직장으로 복귀할 당시 휠체어를 사용해야 했던 근로자의 직무를 사측과 조율하고 장애인 주차시설 및 장애인 화장실 변경과 작업환경 개선, 보안출입문 변경 등의 성과 를 냈던 한국방송공사 근로자 지원사례는 2020년 근로복지공단 재활우수사례경진대회에서 우 수사례로 꼽히기도 했다.

“2002년에 근로복지공단에 입사해 응급실과 병동에서 간호 업무를 주로 하다가 2017년 3 월부터 산재관리 간호사로서 산재승인 전 근로자부터 승인 후 치료를 받고 직장 혹은 사회 로 다시 복귀하려는 분들에게 재활프로그램과 재활제도 등을 연계해드리고 있어요. 생각보 다 공단 병원에 다양한 재활치료와 제도가 있다는 걸 모르는 분이 많습니다. 집중재활치료 를 제때 받으면 장해가 덜 남을 수도 있거든요. 또 공단의 좋은 제도를 몰라서 지원받지 못 하는 분들이 없도록 더 열심히 해야지요.”

일대일 집중재활치료 프로그램을 마친 백승준 씨는 4월까지 요양 지원을 받으며 직장 복귀를 준비 할 예정이다. 아직은 진로를 모색 중이지만, 전기기능사 자격증 취득과 컴퓨터로 설계 도면을 작성 하는 캐드(CAD) 공부를 고려 중이다. 박주라 과장은 직장복귀지원팀의 문을 먼저 두드릴 만큼 직 장복귀 의지가 강한 백승준 씨를 진심으로 응원하고 있다. 길이 선명하게 보이지 않아도, 한 걸음 씩 발을 내딛다 보면 언젠가는 목적지에 닿는다. 하루하루 희망을 적립하며 새로운 목표를 찾아가 는 백승준 씨를 위해, 박주라 과장 역시 최선을 다해 상담을 이어가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