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생활 8년 차, 이제 제법 적응이 되어 편해질 법도 한데 저는 늘 회사에 가기 싫습니다. 사람 좋다는 말에 혹해 동료들의 부탁에 무조건 YES를 외치다 보니 업무 부담이 날로 커지고 있거든요. 저도 이제 좀 편해지고 싶은데, 거절 잘 하는 법 좀 알려주세요.
글. 조한태 직장생활 칼럼니스트 그림. 최지예
꼭 착한 사람일 필요는 없습니다
‘어떻게 잘 거절할까?’에 대한 고민은 평판 중심의 대한민국 사회 구조 아래 살아가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 느껴봤을 문제입니다. 그러나 사실 남에게 쉽게 자신의 일을 떠넘기는 사람은 아무리 좋게 거절을 해도 되려 불쾌해하고는 하지요. ‘좋은 게 좋은 거지 뭐’라는 자기 합리화로 남에게 시간을 쓰고 있다면 이제 멈추어야 할 때입니다. 남에게 적당한 시간을 내주는 것은 좋지만, 나를 희생하면서까지 시간을 할애하는 것은 옳지 않으며, 거절은 죄책감을 가질만한 일이 아니라 나를 보호하는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직장 내에서의 적절한 거절은 업무 집중도와 능률을 높이는 데도 도움을 줍니다.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일을 부탁하는 사람은 크게 3가지로 분류됩니다. ‘핑계형’, ‘얌체형’, ‘자아도취형’입니다. 핑계형은 말 그대로 늘 핑계를 늘어놓습니다. 어제 갑자기 아파서 일을 마치지 못했다거나, 힘든 상황이 생겨 마무리하지 못한 일이 있다며 자신을 피해자로 꾸미지요. 이럴 때는 반문 전략을 써보세요. ‘그렇게 많은 일을 도와달라고요?’ 혹은 ‘그렇게 큰 업무를 해달라고요?’ 하며 희생자는 상대방이 아닌 부탁 받는 사람임을 인지 시킵니다. 처음에는 변명을 늘어놓지만, 나중에는 점차 부탁하는 횟수가 줄어듭니다.
단호한 태도가 필요합니다
큰 부탁은 하지 않지만 소소한 부탁을 자꾸만 건네는 얌체형은 ‘네 일 하는 김에 내 것도’ 하며 슬쩍 업무를 넘기는 타입입니다. 이럴 때는 ‘주고받기’ 전략이 잘 먹힙니다. ‘자료 조사를 맡아드릴 테니 제 다른 프로젝트 조사 좀 부탁 드려요’라는 식으로 대답하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자아도취형은 자신이 너무 옳은 나머지 남이 당연히 희생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유형입니다. 이런 경우는 보통 상사에 많이 분포합니다. 따라서 전략을 쓰기보다는 말을 따를 것인지 말 것인지 양자 선택을 해야 합니다. 직장 상사라면 부탁을 들어주는 게 좋고, 그렇지 않은 권위적인 동료일 뿐이라면 확실하게 선을 긋는 것이 좋습니다. 상사의 부탁을 거절할 때는 완곡한 ‘거절’보다는 ‘저도 잘 할 수 있지만, ㅇㅇ팀에서 더욱 잘할 것 같네요’라던가 ‘오늘은 시간이 안 되지만 다음 주 수요일은 가능합니다’ 처럼 대안을 제시하는 것도 좋습니다. 중요한 것은 거절의 상황에서 반드시 공격적이거나 방어적인 태도를 취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입니다. 평소 혼자 있을 때 거절하는 연습을 해보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