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시대, 오랜 집콕으로 몸과 마음이 방전된 것 같다. 새해는 훌쩍 밝았건만, 일상이 여전히 지루하다면 이제 에너지를 충전할 때다. 걷기 여행은 무기력한 삶에 스위치를 켜는 전원 장치와 같다. 유유자적 걷기 좋은 언택트 여행지 두 곳을 소개한다.
글. 사진. 임운석 도보여행가
푸른 바다와 나란히 걷는 길, 포항 선바우길
포항 선바우길은 푸르른 동해를 지척에 두고 걷는 길이다. 포항 해파랑길 14코스 중 2코스인 이 구간은 연오랑세오녀테마공원과 흥환간이해수욕장을 잇는 해안 둘레길이다. 선바우부터 먹바우까지 해상 테그길을 따라 줄지어 선 기암괴석이 시선을 압도한다. 화산 활동으로 생겨난 지형이라 백토 성분이 모여 형성된 흰색 바위가 유난히 많다. 이런 바위를 지역민들은 힌디기라 부른다. 포항의 겨울바다는 눈이 시릴 만큼 푸른데 그 때문인지 바위에 부딪히는 파도가 유난히 하얗게 보인다. 기묘한 바위를 감상하며 리드미컬하게 밀려왔다 밀려가는 파도 소리에 맞춰 걷다 보면 가슴속에 꼭꼭 숨어있던 일상의 앙금들이 사라지는듯하다. 바다와 파도 소리 그리고 바위가 선사하는 힐링의 향연에 흠뻑 빠져볼 일이다.
코스: 연오랑세오녀테마공원~흥환간이해수욕장 6.5km, 1시간 30분 소요
눈 덮인 숲길 사이로 펼쳐지는 겨울 미학, 담양 오방길
대나무의 고장 담양에 눈이 내리면 동화 속 세상처럼 아름다운 풍광을 선사한다. 특히 관방천을 따라 이어진 관방제림은 담양 오방길 1코스 구간으로 호젓하게 걷기에도 그만이다. 첫 시작인 관방제림은 관방천을 따라 2km에 달하는 둑길이다. 조선 인조 26년(1648년)에 수해를 막기 위해 제방을 축조한뒤 철종 5년(1854년)에 나무를 심었다. 푸조나무, 느티나무, 팽나무 등 보호수로 지정된 177그루의 노거수가 친근한 할아버지처럼 맞아준다. 관방제림 끝자락에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서 있는 메타세쿼이아 길이 잇댄다. 열병식을 하듯 늘어선 이 숲길은 오로지 도보 여행자만을 위한 길이다. 그 길을 걸으며 겨울 미학에 취해보자.
코스: 관방제림~담양 메타세쿼이어 길~메타 프로방스 3km, 1시간 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