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과 함께 나란히 입사 10년 차를 맞이한 두 친구가 안산시 단원구 고잔동에 위치한 한 공방을 찾았다. 10주년을 기념해 평소 만들어보고 싶었던 나무도마를 만들어보기 위해서다.
글. 백미희 사진. 김재이
우리는 십년지기 동료이자 절친
나무로 만든 제품에는 시간이 지날수록 덧씌워지는 특유의 멋이 있다. 색감과 모양이 조금씩 변화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나만의 물건이 완성되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원데이 클래스를 함께할 두 사람 역시, 오래 간직할 수 있는 추억을 만들고 싶은 마음에 나무도마 만들기를 선택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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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정 대리
“나무도마 원데이 클래스는 민주 대리 님이 제안해주신 건데, 우리의 10주년을 기념하기에 ‘딱’ 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누구나 집에 ‘도마’가 필수품이잖아요. 예쁜 나무도마를 만들어서 부엌에 걸어두면 사용할 때마다 오늘이 떠오를 것 같아요.”
- 원데이 클래스에 참여한 박민주 대리, 이수정 대리는 10년을 함께한 직장동료이자 친구 사이다. 나이도 입사 시기도 다르지만, 안산병원에 입사한 뒤 나란히 올해로 10년 차를 맞이했다. 두 사람의 인연이 시작된 것은 2011년, 병원 실습생으로 만나면서 부터다. 졸업 후 박민주 대리가 안산병원에 먼저 근무를 시작하게 되었고, 이후에 직원 공고에 대한 정보를 이수정 대리에게 알려주었다. 박민주 대리가 입사에 성공하게 되면서 함께 근무하게 된 것. 사실 두 사람은 이전부터 10주년을 맞이해 제주도 여행을 가자고 약속을 해놓은 상태였다. 병원 실습이 끝난 직후인 2011년에 제주도로 우정 여행을 다녀온 특별한 기억이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여행을 떠날 수 없는 상황을 대신해 특별한 기억을 남기고 싶은 마음에 원데이 클래스를 신청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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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정 대리
“민주 대리님한테 고마운 점이 참 많아요. 제가 주말부부인데 육아휴직을 할 때, 군인인 남편의 직장 때문에 청주, 증평 같은 낯선 동네에 있었거든요. 외로워하는 저를 위해 그 멀리까지 만나러 와주시는 건 물론 이고, 대구에서 하는 결혼식도 참가해 주셨어요. 10년 동안 쌓아온 추억도 많고 고마운 점도 많은 친구 사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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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주 대리
“회사에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 점이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 저희 둘이 성격이 정반대인데 정말 잘 맞아요. 제가 좀 밝은 편이라면 수정 대리님은 차분해서 평소에도 저를 잘 챙겨주세요.”
나무의 결처럼 추억을 쌓은 하루
나무도마 만들기는 원목을 고르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 뒤에는 도마의 모양을 정해 밑그림을 그려야 한다. 이수정 대리는 미리 생각해두었던 고래 모양의 이미지를 찾고, 박민주 대리는 넓적한 모양의 도마로 결정했다. 박민주 대리의 도마는 비교적 단순했지만, 이수정 대리는 고래의 꼬리지느러미를 표현하기 위해 몇 번이고 스케치를 수정해야 했다. 이후부터는 본격적인 목공작업에 돌입한다. 톱날로 나무를 재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려운 작업에 돌입하자 각자의 성격이 드러난다. 박민주 대리는 거침없이 빠른 속도로 나무를 재단하고 이수정 대리는 섬세하게 몇 번의 과정을 거쳐 고래 모양으로 원목을 잘라 나갔다. 재단을 완료한 뒤에는 손잡이의 구멍을 뚫는다. 여기까지 완성되면 얼추 도마의 형태가 갖춰진다.
모양만 보면 다 끝난 것 같지만 이후로는 끝없는 사포질이 이어진다. 장장 한 시간에 걸친 사포질이 지겨울 법도 하지만 두 사람의 눈동자는 더 할 나위 없이 초롱초롱 해졌다. 기계로 하는 사포질 소리가 공방을 메운 가운데 “이거 너무 재밌어요!”라고 외치며 웃음을 주고받기도 한다. 거친 부분을 모두 갈아준 뒤에는 기름칠을 하면 나만의 나무도마가 완성된다.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나무 도마. 스테이크, 치즈, 각종 베이커리 등 도마 위에 무엇을 올려볼지 아이디어가 절로 샘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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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정 대리
“요즘 홈카페가 유행인데 나무도마 위에 음식을 세팅해서 사진을 찍으면 얼마나 예쁠까요? 샌드위치를 올려도 예쁠 것 같고, 치즈를 올려서 와인에 곁들여도 분위기가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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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주 대리
“나중에 자유롭게 여행을 갈 수 있게 되면 평소 친하게 지내는 장영애 대리님, 최고나 주임님까지 네 명이 함께 캠핑을 가보고 싶어요. 그때 이 도마를 챙겨가서 음식을 주르륵 세팅해놓고 사진 찍을 거예요. 너무 재미있겠죠?”
나무의 결처럼 추억을 쌓은 하루
나무가 자신의 세월을 테로 기록하듯, 두 사람은 10년 이라는 시간 동안 즐거운 추억을 차곡차곡 쌓아나가고 있었다. 조금 특별한 경험을 했던 오늘의 하루 역시 두 사람의 추억앨범 한 편을 장식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