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여행
사그락대는 몽돌의 속삭임,
완도 여행에서 만나다
전라남도 완도
서울에서 육로로 갈 수 있는 가장 먼 목적지, 대한민국의 최남단 군인 완도군이다.
장보고 가 해상무역의 거점을 두었던 근거지이자 윤선도가 아름다운 풍경 속에 숨었던 지역이기도 한 곳이다.
우리나라의 중요한 농업유산이 남아있는 곳이자 아시아 최초로 슬로시티로 지정되었던 청산도도 완도군에 있다.
다도해의 탁 트인 전망과 함께 힐링하기 위해서라면 완도군으로 가는 긴 여정을 떠나볼 만하다.

sub_writer_deco김그린 여행작가

 

다도해의 풍경을 품다,
완도타워와 짚라인
완도군에서도 가장 번화한 지역이라면 완도항과 군청이 위치한 읍내가 손꼽히기 마련이다. 제주도와 완도를 오가는 여객선이 있어서 그런 것도 있지만, 2008년 9월 준공된 완도타워를 찾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맑은 날이면 바다 위에 섬들이 수놓인 듯한 정경을 맛볼 수 있고 밤에는 완도타워에서 선보이는 야경과 레이저 쇼가 주변을 물들여 여행자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완도의 특성을 반영한 전시물들이 다양하게 조성되어 있어 완도에 처음 와본 사람이라면 들러볼 만한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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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돌해변
높이 51m에 달하는 타워의 전망대도 눈으로 경치를 즐기기에는 충분하지만. 이 일대에 조성된 산책로에 서면 몇 발짝 못 떼고 사진을 찍기에 바빠진다. 신지대교가 이어주는 신지도며 고금도, 주도 등 푸르른 섬이 바다 위에서 존재감을 자랑하기 때문이다. 짧은 거리이지만, 다도해를 가슴 벅차게 끌어안는 느낌을 줄 수 있는 체험도 있다. 1박 2일에도 등장했던 완도타워스카이 짚라인이다. 약 300m 가량의 거리를 짚라인을 타고 내려가면 모노레일 정류장까지 쭉 이어진다. 최고 속도가 시속 40km까지 나오는 만큼 하늘을 나는 듯한 해방감을 느낄 수 있어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다.
같은 바다,
다른 소리를 담은
완도의 해변들
완도군 일대가 모두 섬이니 만큼 수없이 마주칠 수 있는 것이 해안가들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손에 꼽히는 해변들이 있다. 지질적으로 각자 다른 독특한 모양새를 지니고 있어 각자 색다른 체험을 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중에서도 고운 은빛 모래가 우는 듯한 소리를 품은 곳이 신지 명사십리 해수욕장이다. 고운 모래라는 뜻의 명사(明沙)가 아닌 ‘우는 모래’라는 의미로 명사(鳴沙)를 쓰는데, 과연 그 말대로 파도에서 쓸리는 모래 소리가 자그락거리며 울리는 듯하다. 뜨거운 여름에는 모래찜질을 하는 사람들도 적잖게 볼 수 있다. 친환경 해변에만 부여되는 파일럿 블루 플래그 인증을 국내에서 유일하게 획득한 곳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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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돌해변
반면 크고 작은 몽돌들과 계단 모양으로 쌓인 다양한 크기의 돌들을 볼 수 있는 곳이 정도리 구계 등 해변이다. 크고 작은 갯돌은 달걀만 한 것부터 수박만 한 것까지 모난 것이 하나 없이 매끈하기만 하다. 몽돌들이 차곡차곡 9개의 계단을 이룬다 하여 구계 등이라고 하지만, 조수간만의 차가 심한 시기, 썰물 때가 되어야만 아홉 계단을 온전히 볼 수 있다.
이곳은 문화재청에서 제작한 <문화유산 마음치유 콘텐츠>에 ASMR로 등장하면서 다시금 주목을 받았다. 크고 작은 몽돌들이 파도에 쓸리며 딱따그르 굴러가는 소리를 내는 것이 마음의 안정을 가져다주는 느낌이다. 뒤에는 방품림이 넓게 조성되어 있어 바다와 숲이 어우러진 산책길을 나서기에도 안성맞춤이다.
원하는 사람들을 위한 캠핑시설과 오토캠핑장까지 갖춰져 있어 흥미를 지닌 사람들이 나날이 늘어나는 추세다. 해수욕과 같은 다른 물놀이를 하려면 안전을 위해 옆에 있는 하조대 해수욕장을 이용하자.
반면 바람과 파도의 소리를 온전히 들을 수 있는 곳이라면 보길도의 뾰족산 아래, 공룡알 해변을 들 수 있겠다. 사람 머리 크기만 한 돌들이 둥글둥글하게 모여 있는 모습이 공룡알처럼 보인다 해서 공룡알 해변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돌이 워낙에 크고 무거워 두 손으로 들기 어려운 것들도 많다. 이 돌 사이사이로 파고드는 파도 소리와 바람소리가 마치 해안가를 씻어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윤선도가 사랑한 풍경,
보길도 원림
윤선도가 일컫는 보길도의 풍경이다. 낙향 이후 20여 채가 넘는 건물들을 지으며 구성한 보길도의 원림은 지금도 그 흔적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특히 대표 건물로 일컬어지는 세연정은 세연지 연못에 넉넉하게 안겨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연꽃이 어우러진 이 정자에서는 동대와 서대가 바로 보인다. 이 두 곳의 축대는 무희들이 춤을 추는 무대로 활용되었다니 그 당시로서도 보기 드문 절경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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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길도 원림 세연정
한편 사시사철 푸른 상록수들이 터널을 이루듯이 만든 오솔길을 따라 올라가면 동천석실이 나온다. 연꽃 모양을 한 부용동 일대는 윤선도에게 이상 세계나 다름없었는데, 이 일대를 한눈에 담을 수 있는 한 칸짜리 정자를 지어 차와 경관을 즐긴 곳이 바로 동천석실이다. 산 중턱에 있는 만큼 다소 걸어야 하지만, 여기에서 보이는 부용동의 경치는 윤선도가 왜 지상낙원이라고 생각했는지 알 수 있을 만큼 탁 트여있다.
1년 내내 푸르른 슬로시티,
청산도
청산도는 지형이 가파르고 평지가 거의 없다 보니 계단식으로 조성된 구들장 논이 전통적으로 많이 조성되었던 곳이다. 본디 돌이 많아 논을 만들어도 물을 가둬놓지 못해 벼농사를 짓기 어려웠다, 그런데 논에 구들장을 몇 겹으로 깔고 그 사이를 진흙으로 메우는 방식을 통해 물을 가두고 벼농사를 짓도록 만들어놓은 것이다. 이러한 구들장론을 가장 서정적인 풍경으로 담아낸 영화가 서편제다. 둥글둥글 조성된 논두렁 길을 따라 아리랑을 선창하고 후 창하던 그 풍경은 청산도의 구들장논이 국가 중요농업유산으로 지정되면서 여전히 명맥을 잇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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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산도 슬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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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산도 풍경사진관
아시아 최초 슬로시티로 지정된 곳인 만큼 느림의 미학을 찾아오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청산도 일대에 조성된 슬로길은 슬로시티 청산도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아름다운 길로도 명성이 높다. 아름다운 풍경에 취해 절로 발걸음이 느려진다 해서 슬로길이라는 이름이 붙었는데, 11개 코스 42.195km에 이른다. 한편 청산중학교 동 분교 건물을 이용해 만든 청산도 느린 섬 여행학교에서는 슬로푸드 체험을 진행할 수 있다. 여름철에는 전통 그물인 휘리 그물로 물고기를 잡고 요리해서 맛보는 휘리 체험도 준비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