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을 함께
이제 행복을 찾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 Happy人상담연구소 서윤이 팀장과 산재노동자 오광오, 김도연, 조정술 씨
산재노동자들의 신체적 아픔을 치유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상처 입은 마음을 보듬어 희망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 것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대구에 위치한 ‘Happy 人상담연구소’는 근로복지공단의 위탁을 받아
산재노동자를 대상으로 ‘희망 찾기 프로그램’ 등 다양한 심리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산재를 겪고 힘든 시기를 보냈지만 이젠 행복을 찾아가고 있다는
오광오, 김도연,조정술 씨를 Happy 人상담연구소 서윤이 팀장과 함께 만나봤다.

sub_writer_deco김주희사진 최성훈

 

다르지만 같은 아픔을 극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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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무더운 여름날, Happy 人상담연구소 회의실은 웃음으로 가득했다. 그동안 전화로 연락은 해왔지만 직접 만난 건 오랜만이라는 서윤이 팀장과 오광오, 김도연, 조정술 씨는 안부를 묻고 농담을 던지기도 하며 반가움을 표현했다.
“세 분이 병원에 입원해 계실 때 제가 ‘희망 찾기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만나게 되었어요. 처음 뵈었을 때는 그래도 다치신 정도에 비해 밝으신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훨씬 더 밝아 보여서 기분이 좋아집니다.”
서윤이 팀장이 세 사람을 처음 만났을 때를 떠올리며 미소를 짓는다. 그녀는 가장 먼저 오광오 씨에게 ‘희망 찾기 프로그램’을 권유했다. 금속회사에서 일하던 중 기계 오작동으로 오른팔 전체가 절단되는 큰 사고를 입은 오광오 씨가 쉽게 수락하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는 달랐다.
“다친 순간 마음을 비웠습니다. 다친 정도가 심하니 다시 원래로 돌아갈 수 없다고 생각했거든요. 병원에서 주치의 선생님을 만났는데 앞으로 힘든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제 모든 걸 선생님께 맡기겠습니다’라고 말씀드렸지요. 이후로 생사를 넘나드는 수술을 몇 차례 하면서 팔을 성공적으로 접합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서 팀장님이 ‘희망 찾기 프로그램’을 권유하셨을 때, 이번에도 나를 맡겨보자는 생각을 했지요.”
그렇게 ‘희망 찾기 프로그램’에 참여한 오광이 씨는 모인 사람들을 보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부상의 정도는 달랐지만 대부분 좌절한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자신이 어떻게 마음을 다잡느냐가 중요하다고 느낀 그는 다른 산재노동자를 격려하며 의지를 북돋아주는 역할을 했다. 그렇게 만나게 된 사람이 조정술 씨다.
조정술 씨는 인테리어 현장에서 책임자로 일하던 중 오른손 엄지손가락이 잘리는 사고를 당했다. 작업이 어설픈 직원을 대신해 일을 하다가 벌어진 사고였다. 21년 전에도 오른 손가락 4개가 절단되어 접합 수술을 받았기에 또 한 번 닥친 사고는 충격일 수밖에 없었다.

병원에서 주치의 선생님을 만났는데 앞으로 힘든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제 모든 걸 선생님께 맡기겠습니다’라고 말씀드렸지요.
생사를 넘나드는 수술을 몇 차례 하면서 팔을 성공적으로 접합할 수 있었어요.
그래서 서 팀장님이‘희망 찾기 프로그램’을 권유하셨을 때, 이번에도 나를 맡겨보자는 생각을 했지요

“같은 손을 또 다치니까 참 마음이 힘들더라고요. 인테리어 공사를 하면 손을 많이 쓰니까 다친 부위에 마비가 오기도 하거든요. 21년 전처럼 다시 재활을 할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희망 찾기 프로그램’에서 만난 오광오 씨를 보고 희망을 얻었지요. 또 서 팀장님이 워낙 프로그램 진행을 잘 해주시니 처음엔 어색했던 자리가 점점 재미있게 느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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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 찾기 프로그램’은 산재를 입은 산재노동자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나누며 마음을 치유하는 프로그램이기에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들도 있다. 상처로 인해 자신의 이야기를 할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희망 찾기 프로그램’이 재미있었다고 말하는 조정술 씨를 보며 서 팀장이 미소를 짓는다.
“조정술 씨는 아내분과 함께 ‘희망 찾기 프로그램’에 참석하시기도 했어요. 어려운 상황을 함께 극복하고 다친 마음을 치유하고 싶으셨던 거지요.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사람으로서 참 뿌듯하고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우리 김도연 씨는 제 아픈 손가락 같아요. 상담을 하면서 많은 분들을 만났지만, 함께 울고 웃으며 치유하는 과정을 함께했기 때문이에요.”
서 팀장의 말을 들으며 김도연 씨의 눈가가 촉촉해진다. 어린 시절부터 어려운 환경에서 자랐고, 의지했던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후 마음을 둘 곳이 없어 혼자 모든 걸 감내하며 살아야 했기에 갑자기 닥친 사고는 그녀를 한순간에 무너뜨렸다.
“생산회사 관리자로 일을 하며 다른 직원 일을 돕다가 기계 오작동으로 손가락이 절단되었어요. 왜 내게 이런 불행이 온 걸까, 왜 내 일도 아닌데 하다가 다쳤을까 자책했어요. 마음의 병을 얻고 말았지요. 엄청 방황하고, 저를 도와주려는 의료진과 간병인 분들에게도 화를 내고... 결국 자살시도까지 했었는데요. 그래도 ‘희망 찾기 프로그램’을 통해 심리치료를 하면서 조금씩 마음을 치유해나갈 수 있었습니다.”
행복을 찾아가는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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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윤이 팀장
세 사람의 공통점은 본인의 일이 아닌데도 다른 사람을 돕다가 다쳤다는 것이다. 그래서 왜 하지 않아도 될 일을 했을까 자책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내가 아니었다면 다른 누군가가 다쳤을 거라며 위로하기도 한다.
“세 분 모두 심성이 정말 고우세요. 보통 다른 사람을 원망하는 마음을 가지기 쉽잖아요. 하지만 누군가 다쳤어야 할 일을 자신이 겪은 거라고, 다른 사람은 안 다쳤으니 다행이라고 감내하시려는 모습을 보며 제가 배울 점이 참 많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이분들이 빨리 힘든 상황을 극복하고 다시 이전의 생활로 돌아가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도와드렸습니다.”
세 사람은 ‘희망 찾기 프로그램’을 통해 각자 새로운 행복을 찾아나가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발을 내디딘 것은 조정술 씨다. 그는 손가락 접합 수술을 하고 빠른 시간 내에 원직 복귀에 성공했다. 아직 손가락을 사용하는 게 조금 불편하고 때론 통증을 느낄 때도 있지만, 무리 없이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21년 전 손을 다쳤을 때도 근로복지공단의 도움을 참 많이 받았습니다. 덕분에 21년 동안 열심히 일할 수 있었지요. 그런데 이번에 또 한 번 산재를 입으며 치료와 재활은 물론 ‘희망 찾기 프로그램’을 통해 마음을 치료하고, 원직 복귀까지 성공적으로 지원해 주셔서 참 감사합니다. 공단이 지금처럼 산재노동자를 지원하고, 서윤이 팀장님 같이 좋은 분들이 심리치료를 위해 애써주신다면 아마 많은 산재노동자들이 희망을 얻지 않을까 합니다.”
조정술 씨의 말을 듣고 있던 오광이 씨도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를 친다. 그는 산재를 극복하기 위해 스스로 많은 노력을 했지만, 주변의 도움이 없었다면 쉽지 않았을 거라고 말한다.

세 분 모두 잘 극복해 나가고 계시고 다른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셨어요.
직장 복귀를 하시고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면서 ‘다시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계시지요.
‘희망 찾기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산재노동자분들에게 오히려 제가 지지를 받는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세 분 모두에게 정말 감사하다는 말씀을 마지막으로 드리고 싶어요. 정말 감사합니다.

“저도 다시 일을 하기 위해 준비 중입니다. 오른팔을 접합했지만 신경이 살아있는 건 아니기 때문에 이전에 하던 일을 계속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어요. 하지만 ‘희망 찾기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좋은 의료진분들을 만나면서 잘 될 거라는 희망을 갖게 되었습니다.”
인터뷰를 하는 동안 자신의 이야기를 하며 몇 번 눈물을 훔치던 김도연 씨도 ‘최고’라며 엄지를 들어 올린다. 그동안 힘들게 살았기에 또 한 번 찾아온 불행이 견디기 힘들었지만, ‘희망 찾기 프로그램’,그리고 Happy 人상담연구소를 직접 찾아가 별도의 심리 상담을 진행한 일이 그녀를 다시 밝은 곳으로 데려다주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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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광오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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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연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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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술 씨
“저 혼자 불행하다고 생각했는데, 힘든 과정을 돌이켜 보면 전 참 복받은 사람인 것 같아요. 서윤이 팀장님 덕분에 다시 웃을 수 있게 되었고, 못되게 굴었던 저를 묵묵히 참아주신 의료진 덕분에 불편하게나마 손을 쓸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가족들도 정말 많은 힘이 되었습니다. 아직 완전히 치유된 건 아니지만 저는 매일 제 손을 보면서 ‘도연아, 너 손 참 예쁘다. 사랑한다.’고 이야기를 합니다. 이렇게 말할 수 있기까지 정말 힘들었지만 다른 분들도 주위에서 건네는 도움의 손길을 내치지 않고 잡는다면 분명 다시 행복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각자 다른 삶을 살았지만 산재라는 힘든 일을 겪은 세 사람이 각자의 행복을 찾아가는 모습을 묵묵히 곁에서 지켜봐온 서 팀장도 마지막 인사를 건넨다.
“크게 다쳤든 작게 다쳤든 본인의 아픔이 가장 크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세 분 모두 잘 극복해 나가고 계시고 다른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셨어요. 직장 복귀를 하시고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면서‘다시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계시지요. ‘희망 찾기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산재노동자분들에게 오히려 제가 지지를 받는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세 분 모두에게 감사하다는 말씀을 마지막으로 드리고 싶어요. 정말 감사합니다.”
큰 고통을 겪었지만 희망을 가지고 행복을 찾아나가는 세 사람, 그리고 그들을 지지해 주는 서 팀장이 앞으로도 행복하길, 희망을 잃지 않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