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만남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조금 천천히 가도 괜찮습니다.
- 시니어모델 최용환 씨
올해로 61세인 최용환 씨의 취미생활은 조금 독특하다.
그 나이대의 남성이라면 등산이나 독서와 같은
다소 평범한 취미생활을 갖기 마련이지만,
그의 취미는 바로 시니어모델이다.
특유의 패션센스와 감성으로 시니어모델로
활동하고 있는 최용환 씨를 만나봤다.

sub_writer_deco김주희사진 이복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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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스타일이 굉장히 멋있으세요. 어떻게 시니어모델로 활동하게 되었나요?

원래 하던 일은 건축입니다. 지금도 하고 있고요. 한때 사업을 크게 했었는데 IMF를 겪으면서 전재산을 잃었어요. 그때 사람에게도 상처를 많이 받아서 꽤 오랜 시간 우울감에 시달렸습니다. 외부활동을 거의 하지 않았죠. 그런데 그런 저를 보고 아들이 어느 날 같이 사진을 찍어서 인터넷에 올려보자고 했더군요. 아마도 새로운 활력을 주고 싶었던 모양이에요. 그렇게 SNS에 올린 사진이 유명해졌고 모델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Q) 온라인상에서 일반인이 주목받기란 힘든데요. 젊은이들이 보기에도 스타일이 멋있으셨던 것 같아요.

SNS에 올린 사진에 ‘좋아요’가 1만 개 이상 눌리고, 댓글도 많이 달렸어요. 아들은 사진을 올리면서 어느 정도 반응이 있겠구나 생각했던 것 같은데, 상상 이상이었지요. 반응이 좋았던 이유는 아마 제 나이대의 남성들과 달랐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젊었을 때부터 패션에 관심이 많아서 항상 저만의 스타일을 추구해왔거든요.

Q) 추구하시는 패션스타일이 궁금합니다.

남들이 입는 건 안 입어요.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이 있지요. 다른 사람들이 아무리 멋있다고 해도 제 마음에 들어야 합니다. 평소 외출할 땐 정장을 주로 입고 제 몸에 딱 맞게 입을 수 있는 맞춤정장을 선호해요. 매일 1~2시간씩 홈 트레이닝을 하면서 몸매 관리도 하지요. 그리고 무엇보다 나이는 많지만 젊게 살려고 노력합니다.

Q) SNS 올린 사진으로 갑자기 모델 활동을 하게 되셨는데요. 두려움은 없으셨나요?

아들이 더 좋아하니까 저도 좋았어요. 그리고 나를 표현한다는 게 멋있고 즐거웠습니다. 부모님의 영향으로 건축 일을 하게 되었지만, 젊을 때는 예능 계열 일을 하고 싶었거든요. 꿈을 접었으니 항상 아쉬운 마음이 있었는데,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어요. 포즈연습도 하고, 촬영 때는 포토그래퍼나 스타일리스트가 조언을 해주니 큰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Q) 다양한 모델 활동을 하셨어요. 홈쇼핑 출연도 하셨죠?

홈쇼핑 채널인 SK스토아에서 ‘3인 3색’이라는 콘셉트로 패션모델 제안이 들어와서 4개월 정도 활동했습니다. 한 달에 세 번 정도 서울에 올라와 하루 종일 촬영을 했었지요. 아웃도어, 슈즈, 골프 웨어, 패션 편집숍 SNS 화보 등도 촬영했고요. 그런데 최근에는 활동을 줄이고 있어요. 사진촬영을 하고 싶다고 연락하는 포토그래퍼들의 제안을 수락하는 정도로 활동 중입니다.

Q) 모델 활동을 줄이고 계신 이유가 있을까요?

사실 모델 활동만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게 쉽지않습니다. 저는 본업이 있으니까 취미활동처럼 해온거죠. 아내와 아들이 있기 때문에 현재는 제 본업에 더 충실해야 할 때라고 생각했습니다. 2015년부터 아들과 함께 참석했던 ‘서울패션위크’도 재작년부터는 가지 않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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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모델 제의가 많이 들어오는데 아쉽지는 않으세요?

주위에서도 아쉽지 않느냐고 말을 많이 합니다. 적극적으로 모델 일을 찾지도 않고 들어오는 요청을 거절하기도 하니까요. 하지만 65세가 되면 조금 더 본격적으로 시니어모델로 활동할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때가 되면 지금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지 않을까 싶어요. 지금은 너무 욕심내지 않으려고 합니다. 꿈과 목표가 있다면 조금 천천히 가도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Q) 50대 중반의 나이에 시니어모델을 시작하셨어요. 이전과 가장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요?

원래부터 아들하고 친구처럼 지내니까 같이 부산 서면에 자주 놀러갑니다. 옷을 차려 입고 나가면 젊은 친구들이 다가와서 멋있다고 이야기를 건네요. 그런 얘기를 들으면 ‘내가 멋있나?’ 이런 생각도 들고 행복하기도 합니다. 예전에는 사업에 실패하고 많이 어두웠는데 사람들을 만나다 보니 자꾸 웃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웃을 일도 많이 생기고요. 자의 건 타의 건 자주 웃으니까 우울했던 마음을 많이 비워낼 수 있어서 좋습니다. 아들 덕분에 많은 용기가 생긴 것 같아요.

Q) 선생님께 모델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하고 싶은 일’입니다. 항상 아들에게 하고 싶은 일을 하라고 말합니다. 저는 부모님이 바라는 일을 했으니까 성공을 못하지 않았나 싶어요. 부모님의 재산을 받아서 사업을 하니 성공에 대한 절박함이 없었습니다. 사회를 너무 몰랐고 부모님의 품안에서 고생을 모르고 살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지금 생각해보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하루 열 몇 시간을 일해도 즐거운 일을 해야 하는데, 모델 일이 저한테 그런 의미라고 할 수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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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모델 활동을 꿈꾸는 중장년 분들이 계실 듯합니다. 조언 부탁드립니다.

모델을 하려면 자신만의 개성과 매력을 찾아야 합니다. 숨겨진 자신의 새로운 매력을 찾아보세요. 표정이나 포즈 연습도 해보면 좋을 듯합니다. 그리고 항상 겸손해야 합니다. 겸손해야 좋은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기회를 얻을 수 있습니다. 또 하나는 모델 일만으로는 생활이 어려워요. 큰돈을 벌겠다는 생각보다는 즐거운 취미생활처럼 생각해야 오래 하고 즐기면서 할 수 있습니다. 빠르게 큰 성공을 하겠다는 조급함을 버리고, 즐거운 일을 찾아서 도전해 보세요.

Q) 앞으로 계획하신 일이 있으신가요?

지금도 종종 시니어모델로 활동하고 있지만 65세에는 정말 즐기면서, 최 선을 다 해 시니어모델활동을 활발하게 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단기적인 계획으로는 유튜브를 해볼까 해요. 아들이 트로트 가수인데 얼마 전부터 유튜브를 시작했거든요. 제가 연기에도 관심이 많아서 그런 쪽으로 유튜브 영상을 하나 만들어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자유롭게 해주세요.

인생을 살아오면서 후회되는 일도 있지만 그래도 참 잘 살아왔다고 생각합니다. 힘든 시기를 이겨낼 수 있었던 건 주위 사람들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현대금속 구자철 사장님 덕분에 다시 건축 사업을 시작할 수 있었고, 항상 곁을 지켜준 아내와 바르게 자라준 아들의 도움으로 시니어모델 활동을 할 수 있었습니다. 새로운 인생을 살게끔 해준 분들에게 존경하고 고맙고 사랑한다는 말을 꼭 하고싶습니다. 저와 같은 중장년층 분들도 곁에 있는 사람들의 지지와 애정으로 새로운 도전을 하시길 바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