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행시
조물조물 흙으로 만드는 즐거움,
캐릭터 도자기
- 근로복지공단 청주지사 재활보상부의 홍윤경 주임, 차서진주임과
천안지사 재활보상부 유소영 대리
흙을 만지는 것은 사람의 감각을 일깨우는 치유활동 중 하나로 자주 쓰이곤 한다.
부드러운 흙을 반죽하고 원하는 모양으로 빚어나가는 과정이 근육과 더불어 성취감까지 자극하기 때문이다.
귀여움까지 갖춘 도자기 만들기, 근로복지공단 청주지사 재활보상부의 홍윤경 주임,
차서진주임과 천안지사 재활보상부 유소영 대리가 도전했다.

sub_writer_deco김희정사진 최성훈

 

물레를 돌리지 않아도 가능하다,
도자기 빚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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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도자기 체험이라고 하면, 물레를 열심히 돌려서 만드는 둥그런 모양의 접시나 컵, 대접 등을 상상하기 쉽다. 손으로 들어가는 힘을 조절해야 하는 만큼 세밀하고 대칭적인 모습을 만들어내기 쉬운 것이 물레 성형 방식이지만, 그 외에도 도자기를 성형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그중 이날 도전한 방식은 판 성형 방식과 코일 성형 방식이다. 사이좋게 앞치마를 걸친 세 사람이 가장 먼저 한 것은 도자기의 밑판을 만들기 위해 세팅된 점토를 열심히 손으로 눌러내며 점토가 엉기게 한 것이다.
“판 성형 방식은 손으로 밀대를 이용해 점토를 납작하게 만들어내는 방식이에요. 일정한 두께로 만들어진 점토판을 원하는 모양과 사이즈로 만들기 때문에 다양한 모양의 접시를 만들어내기 좋아요.”
세 사람은 양 사이에 커다란 자를 둔 채로 열심히 밀대로 점토를 밀어내기 시작했다. 양쪽에 놓인 자는 반죽의 직경을 측정할 수도 있지만, 점토판이 균일한 두께를 지니게 해주는 기준점 역할도 해준다. 점토를 밀어낸 지 5분여, 셋 중에서도 키가 제일 큰 유소영 대리는 스누피 모양의 그릇을 만들기 위해 실측 사이즈의 스누피 얼굴 모양을 종이에 그려 본을 뜨기 시작했다.
“세 명이 6개월 차이로 청주지사 재활보상부 주임으로 왔거든요. 그때 차장님으로 계시던 대전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의 이경선 부장님이 삼총사라고 부르셨었는데, 어울려 지내다 보니 어느새 진짜 친구가 된 것 같아요. 유소영 대리님은 우리 셋 중에서도 분위기 메이커였는데, 천안지사로 발령이 나셔서 추억을 남기기 위해 신청하게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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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윤경 주임은 스누피의 주인인 찰리 브라운 캐릭터로 도자기를 만들기 위해 열심히 편 점토판에 세상에서 가장 동그란 동그라미를 그리기 시작했다. 원래도 해당 캐릭터의 인형이나 키 링을 수집할 만큼 좋아하기 때문에 캐릭터로 도자기를 만들 수 있다는 공방 클래스에 관심이 갔다고. 반면 차서 진 주임은 똑같이 동그라미를 그렸지만 다른 캐릭터를 만들기로 결정했다. 항상 웃고 있는 호빵맨 캐릭터다.
“원데이 클래스에 관심은 많았지만, 시간이나 비용 등의 문제 때문에 적극적으로 알아보지는 못했었어요. 회사의 좋은 기회에 이렇게 참여하게 되어서 기뻐요. 또 항상 웃고 있는 호빵맨 접시를 만들어서 집에서 자주 보면 저도 힘을 낼 수 있을 것 같아요.”
코일링 기법으로 접시에 높이 부여하기
원하는 모양으로 잘라낸 접시 바닥 가장자리에 뭉뚝한 포크 같은 도구로 거칠게 홈을 내준다. 판판한 면에 접시 가장자리가 되는 점토 덩어리를 붙이는 것보다 면적이 넓어져서 점토가 한층 안정성 있게 붙기 때문이다. 접시 옆면을 만드는 것은 코일링 기법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코일링 기법은 가장 오래된 도예 기술 중 하나로 떡가래처럼 흙을 길게 늘여 쌓아올리는 방법이라고 해서 우리 말로 흙가래 성형이라고도 부른다. 굵기가 일정하면서도 기포나 균열이 생기지 않도록 힘을 조금씩, 천천히 주면서 만드는 것이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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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가래를 접시 옆에 길게 붙이고 나면 그 주변을 꾹꾹 눌러주세요. 손가락으로 흙가래와 접시 밑판의 모서리각이 없어지도록 둥글리듯이 하면 됩니다.”
손가락으로 꾹꾹 눌러낸 자국은 헤라를 사용해 다시 매끈하게 다듬는다. 꼬일 링으로 옆면을 만들어 붙이면서 울퉁불퉁해진 것면도헤라로 싹 다듬고 나면 한층 말끔해 보이는 흙 접시가 눈앞에 나타난다. 이제 남은 것은 남은 점토로 디테일을 만들어 붙이고 캐릭터의 얼굴을 그려주는 채색 작업이다. 캐릭터들의 눈과 머리카락이 될 검은색, 찰리 브라운의 볼을 생기있게 만들어 줄 분홍색 등이 팔레트 위에 자리한다. 몇 가지 되지 않는 색이지만 그 몇 가지 색으로도 캐릭터의 개성이 뚜렷하게 드러나 완성품을 예상하며 즐거워지는 시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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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만들어진 그릇은 3~4주가 지나야 온전히 완성이 된다. 단단하게 말린 뒤 초벌 굽기를 하고, 여기에 유약을 바른 뒤 다시 재벌 굽기라는 과정까지 마쳐야 하기 때문이다. 1,250℃라는 고온에서 굽는 만큼 식기용으로 써도 될 만큼 튼튼하다. 택배 발송도 가능하지만 중간에 물건이 깨져서 발송될 수 있는 위험을 감안하면 직접 와서 들고 가는 것이 더 안전하다.
“평소 업무가 산재환자분들의 요양관리라 서류도 복잡하고 감정적으로 오락가락하는 경우도 있었어요. 그런데 오늘은 하나의 과제를 두고 차분하게 진행을 하면서 입사 이래 가장 마음 편한 시간을 보낸 것 같아요.”
홍윤경 주임의 말에 차서진 주임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잇는다.
“마지막으로 무언가를 만들어 본 게 언제인지 기억도 잘 안 나기 때문에 더 뿌듯해요. 대리님, 주임님과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추억을 만들었다는 점도 있어 더 즐거운 기억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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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자기를 만드는 내내 밝게 웃으며 즐거워하던 유소영 대리도 마지막 소감을 전한다.
“이번에 천안지사로 전보가 났는데, 입사하고 들어온 첫 지사에서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게 되었어요. 클래스 선생님이 꼼꼼하고 친절하게 봐 주셔서 크게 어려운 것 없이 해낼 수 있었어요.”
떠나는 사람을 미소와 함께 보내기 위해 소중한 추억을 만든 ‘삼총사’의 하루는 차분하고 온화하면서도 즐거움으로 넘쳤다. 오늘 만든 자기들을 소중하게 다루면서 추억도 언제고 꺼내볼 수 있는 빛바래지 않는 날로 남지 않을까.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오늘을 기억할 수 있는 물건을 직접 만들어보자. 가까이에서 두고 쓸수록 그날의 추억에 점차 고운 물이 들어가는 것을 찬찬히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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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윤경 주임
익숙하지 않은 흙반죽을 원하는 모양으로 만드는 것이 어려웠지만, 그래도 차분하게 만드는 과정 자체가 즐거웠어요. 오늘 만든 그릇은 식사를 하거나 간식을 먹을 때 플레이팅용 그릇으로 수시로 사용할 예정입니다. 업무 스트레스 경감에도 큰 도움이 되어서 앞으로 일을 할 때도 오늘의 기억이 힘을 줄 것 같아요. 셋이 같이하는 기념할만한 추억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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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서진 주임
같은 부서 류슬기 주임님이 6월호 희망나무호 원데이클래스를 참여하면서 알게 되었어요. 평일 오후에 이렇게 차분하게 힐링할 수 있다는 것에 너무 즐거웠습니다. 오늘 만든 도자기는 아까워서 집에서 인테리어용으로 쓰지 않을까 싶어요. 실제로 이용하기에는 너무 귀엽게 생기기도 했고요. 온전히 저를 위한 시간으로 집중하게 되면서 마음이 한층 편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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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소영 대리
저희 집 강아지가 말티즈라서 그 아이처럼 하얀 강아지 그릇을 만들고 싶어 스누피 그릇을 만들었어요. 정형화된 일상에서 벗어나 좋은 사람들과 색다르고 행복한 시간 보냈습니다. 서로가 만든 작품에 칭찬도 나누고 자존감이 상승하는 하루였습니다. 날씨도 가장 완벽한 날에 입사 이래 첫 지사에서 만난 잊지 못할 두 주임님 이랑 소중한 마지막 시간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