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테리어에서 조명은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조명에 따라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거실이나 복도에는 따뜻한 빛깔의 간접조명을 설치하고
침실에는 아늑한 느낌의 스탠드 조명을 두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근로복지공단 인천병원 재활치료실에서 근무하는 민혜진, 정희원 물리치료사도
자신의 공간에 분위기를 더하기 위해 조명 만들기에 도전했다.
글 김주희 사진 이복환
따뜻한 봄날 같은 분위기를 지닌 공방에서 만난 민혜진, 정희원 물리치료사는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다. 재활치료실에서 근무하다 보니 조금 답답할 때가 있었다는 두 사람은 원데이클래스가 마치 봄 소풍을 나온 것 같다며 웃었다.
“희원 선생님과 추억도 쌓을 겸 함께 할 수 있는 활동을 찾았는데 마침 원데이클래스가 눈에 띄었어요. 요즘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아져서 조명이 하나 있었으면 했거든요. 희원 선생님한테 같이 하자고 엄청 졸랐죠.”
민혜진 물리치료사의 이야기를 듣던 정희원 물리치료사가 고개를 끄덕이며 웃는다. 처음엔 큰 고민 없이 하겠다고 했지만, 막상 공방에 오니 기대감과 함께 걱정스러운 마음도 스멀스멀 밀려온다고.
“조명의 받침을 라탄으로 엮어야 해서 어려울 것 같아요. 그런데 무엇보다 이렇게 촬영을 같이 하니까 너무 부끄럽고 어색해요. 혜진 선생님이 아니었다면 평생 못해볼 경험이라 좋은 추억을 만든다고 생각하고 용기를 냈어요.”
그러나 정희원 물리치료사의 걱정은 곧 사라졌다. 조명 만들기를 시작하며 오로지 원데이클래스에 엄청난 집중을 했기 때문이다. 특히 이날 만든 조명은 일반적인 스탠드와 다르게 받침 부분을 라탄으로 엮어서 만드는 디자인이라 더욱 세심한 손길이 필요했다. 두 사람은 강사의 설명을 들으며 일정한 간격으로 조금씩 라탄을 엮기 시작했다.
“라탄을 엮는 부분이 어려울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마음처럼 손이 따라주지 않아요. 라탄 개수가 점점 늘어나니까 자꾸 헷갈리네요. 그런데 뭔가 조금씩 만들어가는 게 재미있어요. 촘촘하고 예쁘게 만들어야 할텐데 가능하겠죠?”
민혜진 물리치료사가 온 신경을 라탄에 집중한 채 조곤조곤 자신의 상황을 설명한다. 라탄을 엮는 데 집중한 모습이 재미있는지 옆에서 같이 고전하던 정희원 물리치료사가 웃으며 말을 잇는다.
“혜진 선생님이 이렇게 집중하는 모습을 오랜만에 봐요. 물론 재활치료실에서 환자 분들을 치료할 때는 진지하지만, 밖에서는 장난끼가 많거든요. 저도 집중해서 부지런히 만들어야겠어요.”
라탄을 열심히 엮으며 잘 되지 않을 때는 강사에게 여러번 도움을 청하던 두 사람은 어느새 익숙해졌는지 점차 스스로 모양새를 잡아가기 시작했다. 예쁘게 만들고 싶은 마음을 손가락에 담아 라탄을 꾹꾹 눌러 촘촘하면서도 탄탄한 라탄 받침을 완성해 갔다.
라탄을 꾹꾹 눌러 엮느라 손가락에 통증이 생길 때쯤 라탄 받침이 완성됐다. 강사가 만든 것처럼 균일하고 촘촘한 라탄 받침은 아니지만 조금 엉성한 부분이 있어도 스스로 만들었다는 것에 두 사람 모두 뿌듯하다며 웃는다. 서로의 어깨를 주물러주는 것도 잊지 않는다. 이제 두 사람이 해야 할 일은 조명의 갓을 선택하는 일. 민혜진 물리치료사는 무늬가 들어간 오트밀색 천을 골랐다. 조명을 둘 방안을 떠올리며 어울리는 갓을 고민하던 정희원 물리치료사는 플리츠 스타일의 흰천을 선택했다.
“플리츠 스타일이 깔끔해 보이는 것 같아요. 갓이 흰색이라 조명 색을 바꿔가면서 분위기를 다르게 하면 좋을 것 같아요.”
두 사람은 강사의 시범에 따라 선택한 천으로 갓을 감싸 고정시켰다. 라탄 받침에 비하면 훨씬 수월하다며 두 사람이 까르륵 웃는다. 그리고 라탄 받침에 조명을 달고 위에 갓을 씌우니 드디어 예쁜 조명 스탠드가 완성됐다.
“완성된 조명을 보니 정말 뿌듯해요. 오랜만에 업무를 떠나서 저에게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라 더 좋았고요. 요즘 코로나19로 평범한 일상을 보내기 어려운 시기인데, 좋아하는 희원 선생님과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게 얼마나 소중하고 감사한 일인지 새삼 깨달았습니다. 환자 분들에게도 잠시나마 리프레시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드리고 싶어요. 고민을 좀 해봐야 할 것 같아요.”
“저도 오늘 조명을 만들면서 환자 분들이 자꾸 생각났어요. 환자 분들이 병원에서 특수재활치료로 목공예를 배우시는데 간혹 너무 집중해서 오래 시간 하고 오실 때가 있어요. 그럴 땐 통증이 심해지는 경우가 있어서 운동치료를 진행하는 데 어려움이 있거든요. 그때마다 환자 분들에게 운동치료를 열심히 할 수 있는 만큼만 하고 오시라고 잔소리를 했는데, 제가 해보니 시간 가는지 모르고 하는 이유를 알겠더라고요. 환자분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게 된 시간이었습니다. ”
정희원 물리치료사가 앞으로 잔소리를 줄여야겠다며 웃는다. 하지만 직접 해보니 중간 중간 스트레칭을 하고 올바른 자세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며 새로운 잔소리를 추가할 예고를 한다.
오랜만에 업무에서 벗어나 즐거운 시간을 가진 두 사람. 그렇지만 그 시간 동안에도 환자들을 떠올리는 두 사람을 보며 어쩔 수 없는 물리치료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 길지 않는 시간이었지만 환자들의 재활을 위해 항상 최선을 다 하는 두 사람이 앞으로 더욱 좋은 의료진으로 거듭나는 데 작은 힘이 되었길 바래본다.
예쁜 조명도 만들고 희원 선생님과 좋은 추억을 쌓을 수 있어서 모든 게 다 좋은 하루였습니다. 만든 조명은 집 테이블에 예쁘게 올려놓았습니다. 조명처럼 앞으로 우리의 앞날이 더 빛나고 환해졌으면 좋겠습니다.
전문가가 만든 것처럼 완벽하지는 않지만 저에게는 훨씬 큰 의미가 있고 소중한 조명을 완성했습니다. 당분간은 TV 옆에 두고 사용하고, 나중에는 조명 색을 바꿔서 방 분위기를 다르게 연출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