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밀꽃 필 무렵,
한 편의 시 같이 아름다운 봉평
봉평은 우리나라 단편문학의 백미로 일컬어지는 ‘메밀꽃 필 무렵’의 작품무대로 유명하다.
1930년대 강원도 봉평 일대를 떠돌아다니며 물건을 팔던 장돌뱅이들의 삶과 애환을 그린 소설로,
봉평에서 대화까지의 칠십 리 길에 대한 묘사는 봉평을 가장 아름다운 길로 만들기에 모자람이 없다.
애틋하면서도 정겨운 풍경이 있는 봉평을 찾아가 봤다.
1930년대 강원도 봉평 일대를 떠돌아다니며 물건을 팔던 장돌뱅이들의 삶과 애환을 그린 소설로,
봉평에서 대화까지의 칠십 리 길에 대한 묘사는 봉평을 가장 아름다운 길로 만들기에 모자람이 없다.
애틋하면서도 정겨운 풍경이 있는 봉평을 찾아가 봤다.
허생원과 동이의 발자취를 따라가다
“이지러는 졌으나 보름을 갓 지난 달은 부드러운 빛을 흔붓이 흘리고 있다. 대화까지는 칠십 리의 밤길, 고개를 둘이나 넘고 개울을 하나 건너고, 벌판과 산길을 걸어야 된다. 길은 지금 긴 산허리에 걸려 있다. 밤중을 지난 무렵인지 죽은 듯이 고요한 속에서 짐승 같은 달의 숨소리가 손에 잡힐 듯이 들리며, 콩포기와 옥수수 잎새가 한층 달에 푸르게 젖었다.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붓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봉평을 여행하려면 ‘메밀꽃 필 무렵’의 허생원과 동이의 발자취를 따라가 보는 것이 봉평의 아름다움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방법이다. 소금을 뿌린 듯 새하얀 메밀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메밀밭을 따라 걷다보면 먼저 허생원과 동이가 자주 발걸음을 했을 봉평장터를 마주할 수 있다.
매월 끝자리 수 2일과 7일에 5일장이 열리는 봉평장터는 예전만은 못하지만 요즘도 시끌벅적한 시골장터 분위기를 맛볼 수 있다. 채소와 과일, 닭, 오리 등을 판매하는 상인부터 골동품 전시장 같은 노점들도 시장에 자리를 잡는다. 한쪽에서는 따뜻한 올챙이국수와 고소한 기름 냄새가 나는 부침개를 만들어내느라 바쁘다. 정겨운 봉평장터를 구경하며 간단한 먹을거리로 배를 채우고 나오면 바로 옆에 가산공원이 나온다.
“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븟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
가산공원은 ‘메밀꽃 필 무렵’의 저자 가산 이효석 선생의 문학적 업적을 기리기 위해 온 군민이 정성을 모아 1993년 11월 준공한 공원이다. 이곳에는 허생원과 장돌뱅이들이 지친 하루의 여정을 풀던 단골 주막인 충주집이 복원되어 있다. 원래 봉평장터 입구에 있었으나 장터를 찾는 이들로 인해 혼잡해지자 가산공원으로 자리를 옮긴 것이다. 그 옆으로는 홍정천이 흐르는데 소설 속에서 물에 빠진 허생원을 동이가 업고 건너며 혈육의 정을 느끼던 그 장면의 개울이다. 개울을 지나면 허생원과 성씨처녀가 정을 통했던 물레방앗간과 허생원이 숨을 헐떡거리며 넘던 노루목 고개도 만날 수 있다. 그리 특별하지도, 화려하지도 않은 풍경이지만, 소설의 분위기를 충분히 상상할 수 있게끔 소박하면서도 정겹게 자리하고 있다.
이효석의 생애와 문학세계를 마주하다
눈꽃 가득한 풍경을 걷다 보면 이효석의 생가터에 이른다. 이효석은 봉평에서 태어나고 자라면서 이를 소설 속에 아름답게 담았다. 그가 태어난 ‘이효석 생가터’는 강원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집 형태를 갖고 있다. 초가집이었던 생가는 원래 모습을 잃은 상태이지만, 고증을 바탕으로 재현하여 당시 생활상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지금은 큰 엄나무 두 그루가 마당을 차지하고 있는 기역자 모양의 함석집으로 지어져 있어 이효석의 삶을 느껴볼 수 있다.
그 옆으로는 이효석의 생애와 문학세계를 볼 수 있는 ‘이효석 문학관’이 조성되어 있다. 크게 이효석 문학전시실과 다양한 문학체험을 할 수 있는 문학교실, 학예연구실 등으로 이루어져 운영되고 있다. 문학전시실은 그의 생애와 문학세계를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볼 수 있도록 구성하였으며, 재현한 창작실, 옛 봉평 장터 모형, 문학과 생애를 다룬 영상물, 어린이용 영상물 등을 통해 다양한 체험이 가능하도록 준비되어 있어 가족 단위로 찾기에도 좋은 장소다.
또한 이효석 문학관 한쪽에 조성된 ‘푸른집’은 이효석이 평양에서 거주하던 집을 재현한 곳이다. 가족들과 함께 지냈던 거실, 집필 활동을 했던 서재 등을 재현하여 이효석이 행복했던 시간을 느껴볼 수 있다. 푸른집에 연결되고 있는 작은 공간은 메밀꽃의 꽃말인 ‘연인’을 위한 체험관으로, 이효석의 작품에 드러나 있는 만남과 죽음, 사랑과 이별 등 다양한 감정을 느껴볼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아울러 연인의 달, 꿈꾸는 정원, 달빛나귀 전망대, 꿈꾸는 달 등 자연과 어우러지는 감성 문학 공간들을 통해 자연의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다.
봉평의 맛
메밀묵
메밀은 기온이 차고 높은 지대에서 수확한 것이 가장 맛이 좋기에 강원도의 해발 700m 청정고원에서 자라난 질 좋은 메밀은 그 맛이 으뜸이라 할 수 있다. 메밀묵은 날이 차가워지기 시작하는 늦가을부터 달리 먹을 것이 없는 겨우내 서민들의 배를 채워 주던 음식이다. 특별한 맛은 없지만 매끄럽고 산뜻해서 입맛을 돋워준다.
한우구이
대관령의 푸른 초원에서 풀을 뜯어 먹으며 자유롭게 자란 한우는 평창의 유명한 먹거리다. 때문에 평창군에 위치한 봉평에서도 질 좋고 맛 좋은 한우를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맛볼 수 있다. 지방과 살코기가 적절하게 어우러져 고소한 맛을 내는 한우구이는 꼭 한 번 맛볼 것.